[Opinion] 파킹찬스를 통해 바라본 새로운 시선 [시각예술]

박찬욱 감독, 박찬경 작가의 '파킹찬스 展'
글 입력 2018.07.2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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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ing CHANce
파킹찬스 2010- 2018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5관
3/9 – 7/8 2018


전시가 끝나기 이틀 전, 뒤늦게 파킹찬스展을 관람하러 갔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작가의 작업을 광주에서 한 곳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놓칠 수 없었다. 평소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전시 공간을 채워나갈지 기대감이 더욱 컸다. 전시 제목인 ‘파킹찬스’를 직역하면 주차 기회이다. 이 단어에 무슨 의미가 담겼을까를 궁금해 하며 전시장으로 향했다.

궁금했던 ‘파킹찬스’의 의미는 재미있는 언어유희와 함께 전시에 임하는 그들의 포부가 함축되어 있었다. 먼저, 박씨 형제의 성을 딴 ‘PARK’과 박찬욱 감독, 박찬경 작가의 ‘CHAN’이 합쳐져 ‘PARKing CHANce’가 되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서울에서 좀처럼 얻기 힘든 주차 기회처럼 흙 속의 진주가 되리라는 뜻이다.

파킹찬스展에서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들의 주 작업인 영화와 현대미술이라는 한 장르에 갇히지 않고, 경계 없음과 장르 간 융합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취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채로운 작업들을 감상하며 평소 우리가 알았던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작가의 새로운 이면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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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신반의 Believe It or Not > 취조실 세트장의 모습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 반신반의 Believe It or Not >이다. 이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작품이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남과 북은 분단 상태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작가는 이와 같은 포인트를 깊게 파고들었고, 스토리와 함께 배우들의 표정, 대사, 몸짓에 ‘반신반의’가 드러나 있다.

남과 북이 부여한 임무를 맡은 개개인들은 온전한 주체로서 활동할 수 없다. 무언가를 표현할 수도 없고, 남과 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로가 정을 주고받을 수도 없다. 항상 감시하고, 의심하며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이 안타까운 상황이 픽션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에 관객들은 아픔을 느끼게 된다. 상영관 반대편에는 실제 작품 속에 등장한 취조실 세트장이 마련되어 있다. 취조실에 있는 의자에 직접 앉아보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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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진감래 Bitter, Sweet, Seoul >의 한 장면


다음 작품은 < 고진감래 Bitter, Sweet, Seoul >이다. 이 작품은 서울시의 의뢰로 제작된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서울 시민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공모해 작가가 이를 편집하고 새로운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완성시켰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2013년 8월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유튜브 등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11,852편(약160시간)의 영상이 모였고, 이 중에서 약 154편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여러 시민이 각자의 스토리, 주목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낸 만큼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이룬다. 하지만 이 각각의 스토리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가까이서 바라봤을 땐 여러 색을 띄고 있지만, 멀리서 바라봤을 땐 하나의 색을 이루고 있음을 전하는 것 같다. 영상에서의 서울은 첨단 도시, 역사 도시, 노동과 정치의 도시, 개개인 고유의 개성이 사라있는 도시, 급변하는 도시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이 곧 서울임을 알린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영상을 시청하면서, 내 주변과 일상을 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이는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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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 연작 Museum Series >


다음은 < 미술관 연작 Museum Series >이다. 이 작품은 익숙한 듯 낯설다. 미술관에 방문해 내 앨범에 남은 사진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는 이러하다. 미술관에 들어선 관객들은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 것을 항상 요구받는다. 그래서 셔터스피드를 낮잡았더니 사진에 손 떨림이 전부 표현되었다. 이 모습을 삭제 하지 않고 작품화 하여 관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시사한다. “미술관에서는 관객도 건물도 전시품 못잖게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작품들이 너무 큰 부담을 진 호객꾼처럼 처량해 보인다.”라고 말이다.

옳게 찍힌 작품만이 내게 무언가를 전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작품과 대화를 시도하는 와중에 찍힌 이 모습도 내게 전하는 말이 있을지 모른다. 작품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의지,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은 작품에 대한 열정 등 미술관 속 관객이 행하는 행동과 내면을 포착한 것이다. 작가는 작품과 관객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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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파킹찬스展은 익숙함에 젖어 미처 깨닫지 못한 무언가를 밝혀준 전시이다. < 반신반의 Believe It or Not >를 통해 남과 북의 적대적인 감정이 당연치 않을 수 있음을, < 고진감래 Bitter, Sweet, Seoul >를 통해 각각이 모여 하나가 될 수 있음을, < 미술관 연작 Museum Series >을 통해 관계의 순간과 찰나를 작품화 할 수 있음을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작가가 추구한 경계 없음과 장르 간 융합은 기존의 익숙함을 타파하여 신선한 메시지를 전했다. ‘파킹찬스’의 이름을 빌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기존의 모든 것에 안주하거나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였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작가의 새로운 이면과 함께 기존의 시선에 대한 이면도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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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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