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도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 [영화]

복잡하고 미묘한 세상의 아이들
글 입력 2018.07.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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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영화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다. 독립영화로 약 4만 7천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동시에 독립장편영화 중 엄청난 흥행작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눈으로 본 아이들의 세계가 아닌 11살 아이들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 변화에 대해 숨김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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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은 주인공인 선이의 불안한 시선으로 시작된다. 여느 초등학교와 다름없이 체육시간 피구 게임이 한창이다. 친구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호명되는 동안 선이는 이리저리 눈치만 본다. 마지막까지 홀로 남은 선이는 결국 떠넘겨지는 식으로 팀에 합류한다. 그 초조한 표정을 집요하게 좇는 카메라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선이기도 했고 보라이기도 했고 지아이기도 했을 그 시절 내가 떠오르면서 완전히 스며들게 되었다.

선이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다.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줄임말인 ‘은따’ 이기도 하다. 친구가 없는 선이의 학교생활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왕따를 주도하는 무리의 중심인 보라는 선이가 다가오면 어디서 냄새가 나지 않느냐며 도망가고 생일파티 초대장을 건네며 다른 집 주소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것도 모르고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는 것이 뛸 듯이 기쁜 선이는 보라에게 줄 선물로 팔찌를 직접 만든다. 작은 손으로 만든 팔찌를 들고 보라의 집을 찾아가지만 낯선 사람이 나온다. 집에 돌아온 선이는 온종일 우울하다. 아마 그날 선의의 하루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꽉 차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 또래 친구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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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선이에게 전학생 지아가 찾아온다.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단짝이 된다. 선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한다. 친구가 생긴 게 마냥 좋아 보여 한편으로는 선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처음 생긴 친구를 놓치지 않으려는 간절한 마음이 너무나도 잘 보였기 때문이다. 지아가 보라와 친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지아를 집에서 재우려고 하는 그 모습들이 말이다. 둘은 서로 봉숭아 꽃과 잎을 따서 손에 물도 들이고, 김치볶음밥도 해 먹으며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지만 어느 순간 둘은 서로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쉽게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가까워졌지만 그것이 다시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선이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했지만 지아는 가지고 싶은 물건을 마음대로 살 수 있었다. 반면 지아는 선 모녀의 화목한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점점 틀어진다. 선이와 지아는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다 커버린 어른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선이의 아빠가 말한 대사처럼 ‘쟤네들이 고민이 어디 있겠어, 학교 가서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뛰어놀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어른이 돼버린 걸까.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그렇게 딱 단정지어버리는 아빠가 얄미울 정도였다. ‘선이가 지금 얼마나 힘든데! 아빠가 뭘 안다고‘  아이들은 집단을 좋아한다. 그건 청소년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야 혼자 생활할 자립심을 기르고 원하는 사람과만 적당한 친분을 쌓아간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선이와 다를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끊임없이 집단에 들어가려 노력하고 그 안에 있으면서 안정감을 느꼈다. 몸을 담그던 무리가 불안정해지면 나까지 불안해지는 것이 그만큼 그 시절 또래친구들이 끼치는 영향은 대단했던 것이다.

사람은 어쨌든 태어난 순간부터 혼자 살 수는 없기에 다른 사람과 수많은 관계를 만들어 가며 자신의 자아도 확립한다.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학교를 다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또 틀어지는 과정들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그 시절을 다 지나 지금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렵다. 조금만 안 맞아도 쉽게 틀어지는 것이 관계이고 또 우리는 이유 없이 서로를 싫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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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모든 것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 속에 살아가는 아이의 감정 변화와 그 눈높이로 보이는 세상을 보여주기에 더욱이 난 선이가 된 것 같았다. 그 덕에 초등학교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방과 후 놀이터를 뛰놀고 누워서 색색깔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고, 봉숭아 꽃을 따 손에 올려 실로 꽁꽁 매는 장면들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아련한 감정들이 막 들었다. 감독님의 따뜻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들이었다. <우리들>은 따돌림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다분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되고 싶은 우리들의 이야기’ 정도의 느낌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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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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