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튀드를 보고,듣고,느끼다! [공연]

글 입력 2018.07.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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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켐프 피아노 리사이틀
FREDDY KEMPF PIANO REC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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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예술의전당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프레디 켐프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공연시간에 맞춰 객석에 앉은 필자는 무대 위 웅장한 모습으로 서있는 피아노를 발견했다. 피아노의 꼿꼿한 자태는 마치 2시간여의 공연을 버티기 위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객석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딘가 엄숙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의 무대와 다소 상기되어 있는 객석의 분위기가 확연히 대비되어 보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오늘의 주인공 프레디 켐프가 등장하자 객석의 웅성거리는 소리는 사라지고, 모두 숨죽인 채 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카푸스틴

     

N.Kapustin
8 Concert Etude for Piano Op. 40

l. Prelude
Vll. lntermezzo
Vlll. Finale


침묵을 깨는 경쾌한 선율이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카푸스틴의 에튀드였다. 프레디 켐프가 연주하는 카푸스틴의 에튀드는 원래 그의 곡이였던 것처럼 타건과 페달링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섬세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드러움과 동시에 강함도 존재했다. 그는 손 조절의 귀재였다. 빠른 템포 속에서도 손가락에 힘을 빼거나, 다시 손에 무게를 실어 명확한 터치를 했다.

사실 카푸스틴의 곡은 클래식에 재즈적 요소가 가미되어 왼손의 독자적인 멜로디 라인과 리듬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클래식 전공자들도 치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어떤 연주자들은 연주를 틀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은데, 켐프의 연주는 섬세하지만 과감했다. 특히 인상깊었던 곡은 7번 곡이였는데, 부드러운 멜로디와 통통 튀는 리듬감이 조화롭게 표현된 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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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F.chopin
Etude Op.10

제 1번 C장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E장조
제 4번 c샤프 단조
제 5번 G플랫 장조
제 6번 e플랫 단조
제 7번 C장조
제 8번 F장조
제 9번 f단조
제 10번 A플랫 장조
제 11번 E플랫 장조
제 12번 c단조


이어서 세 에튀드 중 가장 익숙한 쇼팽의 에튀드 연주가 시작됐다. 쇼팽의 에튀드는 대부분 빠른 템포에 밀도 높은 기교를 요하는 데다 예술적 감성까지 더해져야 하니 굉장히 난이도 있는 곡으로 꼽힌다. 예상대로 프레디 켐프는 상당한 빠르기의 10-1번 곡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연주했다. 그러나 10-1번이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연주가 끝난 뒤 잠시 동안 오른손의 통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수많은 관객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고, 이어서 다음 연주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법한데도 침착하게 손을 풀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프로페셔널 해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서 꽤 긴시간을 연주를 하며 이끌어나가야 하는 리사이틀은 연륜 있는 피아니스트들에게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10-3번 곡은 다른 곡들에 비해 다소 차분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잘 전달되는 곡이였다. '이별곡'이라고도 알려진 10-3번 곡은 제목처럼 슬프고 무거운 울림이 있는 곡이지만, 중간중간 레가토 기법이 사용된 연주가 매력적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10-12번 혁명은 프레디 켐프의 특유의 부드러움과 파워풀함이 동시에 표현된 곡이였다. 밀어서 소리를 끌어올리는 연주를 들으면서 내 안의 무언가도 같이 끓어오르는 느낌이였다. 기존의 알고 있던 쇼팽의 '혁명'과는 조금 달랐지만 정교한 테크닉, 섬세한 감정 표현이 더해져 프레디 켐프만의 '혁명'을 만든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


S.Rachmaninov
Etudes-Tableaux Op.39

제 1번 c단조
제 2번 a단조
제 3번 f샤프 단조
제 4번 b단조
제 5번 e플랫 단조
제 6번 a단조
제 7번 c단조
제 8번 d단조
제 9번 D장조


인터미션 후 좀 더 집중해서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을 들을 수 있었다. 기존 연습 곡의 기교와 음에 의한 회화적 표현을 연결하고자 '회화적 연습곡'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라흐마니노프. 그 제목처럼 곡 하나하나를 들을 때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다.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는 어둡고 웅장하기 때문에 앞에서 부드럽고 섬세한 선율로 연주하던 프레디 켐프가 그의 에튀드는 어떻게 표현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에튀드를 듣는 순간, 그는 부드러운 연주뿐만 아니라 강렬한 연주 역시 잘 소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던 39-1번은 요동치는 파도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강렬한 곡이였지만 점점 잔잔해지는 파도를 표현할 때에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서정성을 찾을 수 있었다.

39-6번을 들을 때는 누군가를 쫓고 쫓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빠른 템포 안에서 어떻게 높은 음과 낮은 음의 극단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지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와 연주자 프레디 켐프 모두 존경스러워지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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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열정적인 연주를 끝낸 그에게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에 응답하듯 켐프는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왈츠,폴로네이즈,베토벤의 비창을 들려주었다. 그가 지금까지 들려준 화려한 기교의 에튀드들도 좋았다. 하지만 그가 에튀드를 연주하며 두 시간여 동안 쉼 없이 달려왔듯 나 역시 객석에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아마 그래서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진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앙코르곡이 더 와닿고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기술적 훈련을 위한 피아노 연습 곡을 예술로 탄생시킨 세 거장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에튀드로만 리사이틀을 구성한 프레디 켐프. 그의 리사이틀을 통해 나는 에튀드를 보고,듣고,느낄 수 있었다. 또한 누군가 나한테 '에튀드가 뭐야?'라고 묻는다면 눈앞에서 이 무대를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에튀드 그 이상의 에튀드를 보여주었다. 22일 단 하루, 단 한 번의 공연이였지만 나는 당분간 이 공연 여운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프레디캠프_포스터.jpg
 




홍지은.jpg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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