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의 파도 위에서 서핑하기

디자인 매거진 CA #239
글 입력 2018.07.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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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여름


작은 그림자마저 자비롭게 느껴지는 뜨거운 여름, 시원한 어디론가만 간절히 바라게 될 정도로 뜨거운 여름. 그런 여름 사이에서 여름을 담은 매거진을 읽게 된 것이다. 모두 시원한 것을 찾아 외치는 중에 여름의 뜨거움조차 담으려는 인상을 안겨 주는 매거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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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바탕과 검은색 글씨 사이에서 유일하게 색이 반전되어 자신의 CA라는 이름의 존재를 드러내는 매거진. 표지에 있는 선들 중 가장 두꺼운 굵기로 매거진의 이름을 받쳐 주는 밑줄은 그것만으로도 이름에 더 주목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곳곳에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선을 그으며 자리 잡은 타이포들은 첫인상에는 어수선하지만 이 잡지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말한다. 이 잡지는 '디자인 매거진'이며 '2018년의 7-8월호'이며, 'CA의 239번째 매거진'이다. 처음 만났지만 표지만으로도 한눈에 이 매거진이 무엇인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단순한 이 타이포들은 가운데에 자리 잡은 바다 사진을 주목하라고 시선을 이동 시킨다. 사진을 보면 이 매거진은 여름을 이야기 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그 후에 가장자리를 차지한 "your wave is coming"이라는 문장이 예상을 확신으로 찍어낸다. 유일하게 옆으로 기울어진 이 타이포는 '똑바로 서있는 정상적인' 글씨들 사이에서 이상한 매력을 보이며 시선을 이끌었다. 또한 기울어짐의 역동성은 wave라는 단어가 연상 시키는 역동성과도 이어지는듯하다. 하단에 적힌 "여름과 디자인"은 이번 호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말한다.

표지에 크게 자리 잡은 바다 사진도 그냥 바다가 아니다. 내가 피하고 싶어 안달이 난 뜨거운 햇볕 아래 유유히 넘실거리는 파도, 그리고 햇빛에 드리워져 드러난 사람들의 실루엣. 검은 실루엣은 사진 속의 뜨거움을 대신 말하는 것 같았다. 여름이라서 존재하는 뜨거움과, 여름이라서 그리워지는 꿈같은 차가움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제야 표지에 맺혀있는 물방울이 보인다. 물방울은 마치 이 표지에서 느껴지는 여름의 느낌을 유리잔에 투명하게 담아낸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매거진의 기획 노트에서 이번 호에서 전하고자 한 느낌이 무엇인지 전달되는 표지였다.


"여름을 기쁘게 맞이하고 누릴 수 없다면 다가오는 겨울도 차갑고 두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번 CA에서는 눅진한 여름이 아닌 뜨겁고 건강한 여름을 드리고자 합니다. 투명한 잔 속 얼음이 챙그랑 거리는 소리, 모래를 부드럽게 적시며 다가오는 파도의 촉감, 짙은 푸르름이 못 견디게 눈부신 여름이 되길 바라요."

- 기획 노트 中



*


"여름과 디자인"


디자인이 가진 매력은 바로 (이 표현이 적절하고 충분한지는 조금 자신이 없지만) ‘사람을 위한 창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디자인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개성과 함께 완성되지만, 그 과정의 목적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 즉 우리를 향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우리를 위해 만들어지는 결과로 무엇을 사든, 어디를 가든 굳이 표현을 하지 않지만 그 디자인을 즉각적으로 감각하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더 좋은 디자인의 것을 소비하려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이 가지는 이러한 특징을 고려한다면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우리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위해, 그러니까 나를 위해 만들어지는 시각적인 창조에 대한 내용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디자인의 이야기는 어떤지 말이다. 디자이너를 위한 매거진이라 한들,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디자인에 대해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디자인 매거진을 처음 읽은 사람이 쓰는 리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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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내용으로 후기를 말하자면, 정말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다양성이 매거진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것에 한몫했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직접 읽어보니 예상 이상이었다. 간단하게 정리된 최근 소식들부터, 에세이 형식의 글, 인터뷰뿐만 아니라 심포지엄 리뷰, 디자인 프로젝트 기록, 전문적인 디자인 정보, 인스퍼레이션 섹션을 통해 색다른 내용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니까 이 정도지 사실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면 다양한 내용과 형식, 심지어 서로 다른 페이지 디자인과 텍스트 배치로 이루어져있었다. 또한 그저 많은 내용이 아닌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수용할 수 있는 감각적인 얕은 곳에서부터 전문적인 깊은 곳까지 함께 다루고 있었다.


*


"Your wave is coming"
파도와 태양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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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거진의 주인공인 기획 기사에 대한 리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읽기도 전에 내지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거진의 기획 기사 지면에서 갑자기 만나는 파란색의 속지는 검은색 타이포그라피와 만나 시선을 뜨겁게 달궈줬다. 표지에서 느낀 것을 연결해보니 여름의 시원함과 뜨거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지면이었다. 내려갈수록 기울어지는 "WAVE"는 파란 바다 위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렇게 보니 파란색과 검은색의 만남이야 말로 여름 그자체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름과 디자인"이라는 주제의 기획 기사에서 다뤄진 이야기는 바로 '서핑'이었다. 뜨거운 햇빛과 차가운 바다 사이 가장 여름다운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하게 물방울이 부서져 흩어질 것 같은 역동성마저 파도라는 코드가 연결되어 함께 느껴진다.


"삶을 살아가는 다른 태도인 서프 문화는 현대 디자인과 예술, 대중문화에 깊게 스며 있다. 이 문화는 일러스트에 기반을 둔 그래픽, 자유롭고 때로 공격적으로 보이는 글꼴, 포스터, 만화책, 음반 디자인, 펑크, 사이키델릭, 히피즘, 거리 문화, 패션 등 온갖 것과 결합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서프보드 위를 꾸미며 시작됐다"

- 49p


사실 서핑과 디자인 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서핑 문화가 생각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그만의 색을 펼치고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서프보드를 만들고 디자인하고 만드는 국내 서프보드 쉐이퍼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매거진, 작가, 공간까지 서핑이라는 단어로 한 곳에 어우러져 있었다. 디자인 매거진이니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곳의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디자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이 애정을 가진 서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한번쯤은 꿈꿔봤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지면이라고도 생각했다. 파도와 서핑 그리고 그들의 디자인이 너무나 멋지게 함께하는 이야기를 계속 듣자하니 이 낭만적인 상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 일을 하지도 않는 대학생이지만 나도 이들처럼 사랑하는 것에 영감을 받고, 계속해서 그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둥의 상상 말이다. 무거운 마음보다는, 정말 파도를 즐기듯이 가볍게 부담 없이 즐긴 파도와 디자인 이야기 끝에서는 그들이 하나 같이 자신의 일과 좋아하는 것에 남다른 뜨거움이 있었기에 이런 삶의 태도가 완성되지 않았나 라며 결론을 나름대로 내려 보았다. 그리고 기획 기사의 마지막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나만의 파도를 만나길 소원해보게 되는.


“우리에게는 늘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 서프 문화는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다채로운 자극과 낯선 미학적 즐거움은 전에 없던 자유를 세상에 가져올 수 있다. 해변에 밤이 온다. 여름밤. 그러나 파도는 쉬지 않는다. 밀려와 흰 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다시 다른 파도. 파도는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어쩌면 지금 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너의 파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기다린다.”

- 64p



*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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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일어날지도 몰라, 인디 매거진 10 + 3"의 글도 흥미롭게 읽었다. 해외 인디 매거진 10선에 국내 인디 매거진 3선까지, 한두 가지도 아니고 13개의 인디 매거진의 소개가 담겨있다. 거의 "독자님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요" 느낌이 나는 기사였다. 언제 인디 매거진에 대한 소개를 이렇게 많이 받아볼 수 있겠나 싶어서 하나하나 다 읽게 되는 글이었다.

사실 인디 매거진, 독립 잡지라는 존재를 명확한 단어로 알게 된 것도 처음이었고, 그것들에 대한 정보도 처음 접했다. 어느 것 하나 서로 닮지 않은 독특한 독립 잡지, 개인적으로는 국내 독립 잡지 3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은근히 소비 장벽이 꽤 높고, 편식을 하는 사람인데 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도 덕후다 보니 소개에 나온 것처럼 < The Kooh > 잡지 10권을 모아 십덕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버리고, <파사드>를 통해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만나보고 싶고, <누땡>을 통해 그들이 전하려는 우리가 그냥 지나치던 순간들을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졌다.


“다양한 주제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다루는 작은 규모의 잡지를 우리는 ‘독립 잡지’라 부른다. 자본과 주류의 시선으로부터 독립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중략) 거대한 흐름에서 유유히 벗어나 색다른 식탁을 마주하고 도도하게 식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77p


틈새 사이사이에서 자신만의 색을 담아내는 인디 매거진에 대한 소개를 읽다보니 단순한 매거진이라기보다는 매거진이라는 베이스에서 일어나는 아카이빙 작품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극히 매거진만의 시선으로, 그만의 스타일과, 그만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아카이빙한 예술작품. 이 기사에서 볼 때 어느 것 하나 서로 닮은 것이 없었다. 그만큼 짧은 소개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이런 주제와 구성으로 잡지를 완성할 수 있구나"라는 상상해보지 못한 곳으로 생각이 뻗어나는 순간처럼 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잡지라고 하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어 관심이 없었는데, 에디터가 픽한 독립 잡지의 소개를 읽으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들만의 색다른 테이블에 놓인 이야기를 느끼고 싶어졌다. 주류,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나는 즐거움, 나만의 것을 창조하고 이를 공유하는 즐거움, '독립'하는 매력이 어떤 것인지 선명히 볼 수 있었다.


*


어느 것 하나 서로 닮지 않은 파도처럼
디자인의 파도 위에서 서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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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장 쉬운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며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매거진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이 디자인 매거진을 읽겠다고 마음잡은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 때문이었다. 지금은 확고한 꿈은 굳이 필요 없다며 살고 있지만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학교에 소문날 정도로 꿈이 확고한 아이였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확고했던 꿈이 잊혀진지 오래됐지만 디자인 매거진 소식을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직접 접하면서 그 때 잊혔던 꿈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름 조금 더 달라졌을 나에게 디자인은 어떻게 다가올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게 된 것이었다.

지금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겨우 의지하면서 미술사를 공부하며, 동시에 현대미술에 관심 있고, 공부로는 모자라 그림이든 글씨든 글이든 경계 없이 하면서 뒹굴고 있는 내게, 하여튼 좋아한다고 어설프지만 아무렇게나 발 담그고 있는 내게, 디자인이라는 장르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담은 매거진을 만났다는 것은 불꽃놀이 하듯 다양함의 끝을 완성한 만남이었지 않나 싶었다(휴, 문장이 너무 길었다).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에 대한 영감과 훌륭한 작품들, 통찰력을 제공한다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다가가 무엇인가의 영감을 일으킨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에서는 나의 요구와 코드가 맞았다. 지금의 나도 글과 그림을 쓰면서 여러 창작에 대한 고민거리와 소통 방식에 대해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창조를 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매거진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설명했지만 주제의 종류, 구성 방식, 내지 디자인까지 정말 다채롭다. 이런 매거진이라면 한 권에 적어도 하나의 내용은 나의 감각을 자극하고 생각을 자극할 거라는 인상이 생긴다. 그러니까 다음 호에서도 이런 방식의 만남을 기대할 수 있다면 또 찾아보고 싶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했지만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스스로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소비자도 이 과정에 포함된다. 우리가 소비할 수 있도록 사람을 고려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매거진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에 좋다고 완성되지 않는다고 들어봤다면, 대체 왜 그런지 이 매거진에 담긴 인터뷰와 프로젝트 카테고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상하지 못한 내용으로 당신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안겨줄지, 매거진을 잘 모르지만 이것이 매거진의 매력인 것 같다는 걸 이번에 깨달아 본다.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더니 엄청 길어져 버렸다. 이쯤에서 글을 마치겠다. 간단히 말하면 첫인상에 강렬한 여름을 보고, 지루할 틈이 없는 디자인의 파도를 탈 수 있던 디자인 매거진 CA #239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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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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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CA
    • 디자인의 파도 위에서 서핑하기, 디자인 매거진 CA
      디테일한 리뷰, 고맙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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