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끝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음악]

Sekai No Owari – 세상의 끝(End of the World)
글 입력 2018.07.3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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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포맷변환]Sekai_POSTER.jpg
 

내가 ‘사운드 시티’에 대해 들었던 것은 한 달도 더 된 일이었다. 당시에는 비슷한 날짜에 열리는 다른 페스티벌에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라인업이 좋네, 라고만 생각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날의 일정을 비워두었는데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취소하고 난 후, 사운드 시티에 호기심이 생겼다. 바로 그 날 ‘사운드 시티’에는 한국 밴드 ADOY, 덴마크 가수 Christopher, 그리고 일본의 Sekai No Owari가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예전부터 Sekai No Owari의 라이브가 궁금했기에 마침 이렇게 된 것 가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이다. 충동은 충동을 낳아서 결국 공연 이틀 전 표를 구하게 되었고, 너무 모든 일이 갑자기 일어나서 당일에 올림픽공원역에 가서야 실감이 났다. 아 내가 공연을 보러 왔구나.

이 날의 소비는 감이나 충동으로 뭔가를 결정하게 되면 60프로는 실패하고 40프로는 성공하는 나로서는 다행히, 올 해 상반기 중 가장 성공적이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사실 그 날 왔던 세 팀 중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ADOY밖에 없었고 Christopher는 아예 몰랐으며 Sekai No Owari는 그렇게 깊이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그들이 보고 싶었던 이유는 유투브에서 봤던 幻の命(환상의 생명) 라이브 때문이었다. 가사를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모습 이면에 있는 슬픔이 느껴졌고, 보컬이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릴 때 감정이 최고조로 치닫는 인상 깊은 무대였다. 그 후에 이들의 음악을 많이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 무대가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 잡아 ‘Sekai No Owari’ 라는 이름을 잊지 않게 해 주고 있었다.

다른 두 팀의 공연도 훌륭했지만, Sekai No Owari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내 마음 상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별로 괜찮지 않았던 부분이나 어딘가 자꾸 자신감이 없어지는데도 덮어두고 있었던 그런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음악을 연주하자 그 부분이 마치 어둠 속의 형광물질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무대 위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찬란한 빛에 아무는 것 같았다. 음악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첫 곡이었던 “Starlight Parade”가 시작될 때부터 마음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동안 보컬 후카세는 사오리와 나카진, 러브 옆으로 가서 눈을 맞추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즐거움을 숨길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잔뜩 지었는데,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리들의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例えば君がテレビから
流れてくる 悲しいニュースを見ても
心が動かなくても
それは普通なことなんだと思う
誰かを助けることは
義務じゃないと僕は思うんだ
笑顔を見れる権利なんだ 
自分のためなんだ

예를 들어 네가 TV에서
흘러나오는 슬픈 뉴스를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건 평범한 일인 것 같아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의무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미소를 볼 권리인 거야
스스로를 위한 거야


이어진 “Hey Ho!”는 축제의 한 장면을 무대에 그대로 옮겨 담은 것 같았다. 무대는 황금빛으로 빛났고 꼭 회전목마가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중에 뮤직비디오를 보니 무대를 빼닮아 있었고 역시 환상의 나라를 그린 듯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Hey Ho”는 가사의 의미를 알고 정말 좋아하게 된 곡인데 누군가를 돕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음악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사를 익혔어도 해석하면서 들을 순 없었지만, 이런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눈빛이며 에너지를 통해 와 닿았다. 멤버들이 서로의 곁에 있어주고 같이 음악을 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Hey Ho"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듯한 내용의 "SOS"는 다른 방향으로 호소력이 짙은 곡이었다. "세상에 대해 무감각해져 가는 침묵에 관한 곡"이라는 가사처럼, 투명한 목소리로 외면하는 마음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침묵 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거의 성스러울 정도였고, 피아노 소리는 명랑했지만 묵직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귀를 막고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면 무감각해지고, 마침내 그것에 대해 잊어버릴 때 마음이 편해지지만, 그 소리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저 마음 편하기만 한 현실에 안주해서는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없다는 것과, 누군가를 구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일이라는 것. 결코 가볍지 않은 메세지를 이렇게나 아름답게 전할 수 있다니.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그건 진심으로 세상의 이면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만이 담을 수 있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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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은 맑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가진, 내가 알고 있던 EOTW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직접 들으니 오히려 幻の命(환상의 생명)보다 좋았다. “무지개는 곧 사라지지만, 비는 풀과 나무를 길러 가는 걸”이라는 가사처럼 앞으로의 희망에 가득 차 보였다. 벅차오르는 스트링 멜로디와 투명한 종소리가 밝게 반짝이는 무대였다. “Hey Ho!”처럼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곡과는 맥락이 조금 달랐지만, 스스로 빛나는 무대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다. 미소 짓는 얼굴들이 함께 행복하자고 손짓하는 것 같아서. 짧은 순간이나마 이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만 들어도 무릎을 치는 곡들 외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담긴 곡들이 연주되었는데, 그 현란한 매력을 맛보니 “님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이 나왔다. 러브가 만드는 소리들은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고도 남았고, 사방으로 퍼지도록 힘차게 피아노를 치던 사오리가 아코디언을 다루니 마법사 같았다. 에픽하이와의 신곡에서 기타를 치며 랩을 하는 나카진의 새로운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열기와 미소가 관객들을 지치지도 않고 환호하게 만들었다. 시종일관 즐거운 태도로 무대에 임하는 멤버들의 에너지가 존경스러웠다. 진짜로 땀방울마저 아름다워 보이는 찬란한 모습이었다.

후반부 쯤 되자 다시 대표곡들이 연주되기 시작하는 동시에 끝이 다가온다는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췄으면 하면서도 무대는 계속되었으면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멤버들은 거의 시지프스마냥 끝나지 않는 연주를 해야겠지만... 아무튼 그 정도로 아쉬웠다. 무대가 아예 끝나자 관객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앵콜을 줄기차게 외쳐대기 시작했지만,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난 내심 ‘그래 감기도 걸렸는데 힘들겠지...’하며 포기하고 있었다. 앵콜 소리가 사그라들었을 때, 몇몇 관객이 갑자기 떼창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식의 앵콜 소환식(?)을 본 나는 ‘이런다고 나올까?’와 ‘그래도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크기변환]1.jpg
 

앵콜 곡은 “Dragon Night”였는데,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좋은 곡이었다. 스탠딩이 아니었는데도 열기가 사방에서 느껴졌다. 다들 그 순간 1분 1초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클라이막스에 이르자 무대에서 반짝이던 조명이 관객들 쪽으로 쏟아졌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관객을 비추는 조명이 좋았던 것은, 무대 위의 주인공이 아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알아주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선망 받기만 할 것 같았던 무대 위 주인공들이, 지나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려는 그 마음을 담아서 우리들 한 명 한 명을 봐주는 것 같았다. “거기 있지?”하고 눈을 맞추려는 것처럼. 그건 거의 1년 만에 간 서점 주인이 날 알아보는 기분과 비슷했는데, 누군가 날 “알아본다”는 것이 고팠던가 싶을 정도로 기뻤다.

진심으로 대해진다는 것은, 내가 단지 그 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까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세상에 꺼내 놓는 것일까? 각자 가진 불우한 사정으로 ‘세상의 끝’에서 모든 것을 함께 시작한 친구들은 어느 새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고맙다. ‘위로’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쓰는 것은, 이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것이 가벼운 마음으로 건네는 식상한 위로가 아니라, 진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선사해 준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 모로 2018년 7월 29일은 나에게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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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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