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

하라는 전시회 리뷰는 안 하고 오디오가이드 리뷰를 해? 보았다.
글 입력 2018.07.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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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대한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프리뷰를 쓰던 시간이 벌써 2주가 지나 샤갈의 작품들을 마주하고 오게 되었다. 대학생인 나는 즐거운 방학을 맞이했지만. 계절학기를 수강하며 마지막 고비를 넘기는 중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전시일정이 다가오니 설레는 마음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숨기고 있던 과자를 잊고 있다가 다시 발견했을 때 그 기분과 비슷했다.



본격! 오디오 가이드 사용기


나에게 샤갈이란,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의 두뇌 어느 구석에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화가였다. 그만큼 기대를 가지고 전시관 입구에 도착했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전시관에 들어가 그의 작품을 감상했을 것인데, 그날은 입구 앞에서 주춤하게 되었다. 오디오 가이드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것을 써 본적이 없기도 했고 평소 작품을 감상할 땐 작품 말고는 아무것도 나에게 관여하지 않는 시간이 되길 원하는 마음과 내가 원하는 감상의 속도로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샤갈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내 마음이,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서라면 샤갈의 작품에 대해서 더 깊은 감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하고 있었다. 익숙지 않은 관람방법이었기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내 육체는 마음한테 약해서 마음이 원하는 대로 시도해 보았다. 참, 이용료는 3,000원이다. 자신의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라면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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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가이드는 꽤 좋았다. 전시장에 간략하게만 적혀 있었던 샤갈의 생애를 잘 설명해주었으며, 작품을 순서대로 보다가 오디오가이드가 표시된 작품에 가까이 가면 저절로 그 작품에 관해 설명을 시작하는 신박한 기술도 경험할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품을 그리던 샤갈의 상황, 심지어 그의 심리(?)까지. 오디오 가이드를 듣다 보면 샤갈의 작품 속으로 빠질래야 안 빠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듣다 보니, 자연스레 내 생각이 멈추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오디오 가이드 없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오로지 나와 작품 사이에서의 감상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무언가에 구애받지 않는 나 자신만의 주관적인 감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품을 보면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감상을 경험할 수 있다. (뭔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느낌이다. ) 나는 이 감상을 즐김으로써 나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해 왔던 것 같다.

이렇게 오디오 가이드의 사용이 이렇게 나의 독립적인 감상을 방해하며 내 안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게 했던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작품의 깊은 감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오디오 가이드 자체가 아닌 나의 태도였다. 나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자연스레 그 설명에만 의존하게 되었고, 작품의 감상에 내 주관적인 감상이 끼어들 틈이 없게 되었다. 내가 전시회를 보러 온 목적인 ‘샤갈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난, ‘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듣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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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전시회에서 내가 고집했던 감상 방식

사람마다, 상황마다 ‘감상’의 기준은 다르고 정답도 없다.
미술 작품을 보며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도 감상이 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보다 작품의 아우라를 가만히 느끼는 것도 감상이다.
위에서 내가 이루고자 했던 ‘온전한 감상’이라는 것은 지극히 나만의 주관적인 기준이었다. 
오디오가이드의 사용을 통해 알게 되는 지식과 나만의 느낌. 이 둘의 조화를 적절히 이루면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걀의 작품 속에서 온전한 감상을 이룬 것이 아닐까? 내가 샤갈을 만나게 된다면 ‘오! 존경하고 애정 하는 예술가 샤갈이여! 나는 그대와 다른 시대에서 살고 있지만, 그대의 작품과 그대를 알고 있다오. 나는 당신의 예술을 온몸으로 감상했다오.’ 라고 샤갈 앞에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프리뷰를 쓰고 난 이후로 샤갈의 팬이 되었다. 팬심에서 우러나온 아주 주관적인 감상기준이 아닌가?)
내가 이 감상을 고집하고 고민했던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이런 감상만이 옳은 감상 방법이다! '라고 사람들에게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로써 내 예술적 욕구를 잘 충족할 수 있고 비로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 방법을 고집한다. :)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내 태도에 유의하며 작품 감상을 다시 시작하였다. 오디오 가이드가 알려주는 작품의 정보와 지식. 또한,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작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특별한 감상.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전시 관람 내내 노력하였다.

사실 이 둘의 조화를 신경 쓰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사람 속에서 긴 시간 감상해야 하는 전시관 속에서는 힘든 일이었다. 실제로 내가 이제껏 갔다 온 전시회 중 제일 긴 관람 시간을 소비한 날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내가 그토록 기대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샤갈이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결론은 오디오 가이드의 사용은 성공적이었다! 샤갈 특별전에 대한 리뷰인데, 쓰고 보니 샤갈에 대한 감상은 있지도 않고 오디오 가이드 리뷰밖에 없다. 이렇게 샤갈의 전시회에서 나의 감상하는 법에 대해서 잔뜩 써 놓았는데, 정작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내 감상은 어땠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궁금하게만 만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오디오 가이드 리뷰가 여러분의 감상 욕구를 자극하고 ‘샤갈의 작품이 어떻기에 이 글쓴이는 이런 글을 써 놓았는가!’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면 그야말로 성공적인 전시회 리뷰가 아닐까? 또한, 여러분들은 전시회에서 어떻게 감상을 시도하고 어떤 경험을 이루었는지 궁금하다.


[정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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