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힘을 믿었던 예술가, 마르크 샤갈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 (~9/26)
글 입력 2018.07.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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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주말,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에 다녀왔다. 그곳엔 샤갈의 작품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샤갈전에는 그의 널리 알려진 강렬한 색채의 회화뿐 아니라 그의 자아와 가치관이 담겨있는 판화,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미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나지만, 샤갈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 그리고 왜 그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사랑해마지않는 예술가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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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향 비테프스크


유대인, 고향 비테프스크,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 그리고 벨라와 이다. 이것들이 샤갈의 자아와 예술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샤갈은 아내 벨라에 대한 평생에 걸친 사랑으로 연인들을 주로 그린 화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뿌리는 유대교 그리고 러시아의 고향에 내리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유대인으로서 겪었던 불안정함,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역시 그의 작품에 잘 녹아있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준 ‘연인들’이라는 작품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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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1937)


이 작품은 그가 프랑스에서 자리를 잡고 벨라와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린 것으로 꽃 속에 안겨있는 행복한 연인과 그들을 향해 내려오고 있는 천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반면 오른쪽 아래에는 그의 고향인 비테프스크가 푸른빛에 잠겨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여전히 샤갈의 마음 한편엔 어릴 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자서전 「나의 인생」에도 잘 드러나 있다. 샤갈은 이 자서전에 고향에서의 기억들을 판화로 생생히 담아놓았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 속에서 혹은 영혼 속에서
나는 나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평생을 이곳 저곳 떠돌았던 그에게 고향 비테프스크가 어떤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의 힘

 
식물과 동물의 생태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빚어진 라퐁텐 우화의 삽화 그리고 성서의 빛을 담고자 했던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샤갈의 작품들을 쭉 보다 보면 그의 천재성은 물론이지마는 그가 참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가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칭송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세상이 가장 인간답지 못했던 때, 끝까지 사랑의 힘을 믿었던 샤갈. 그의 그림엔 꿈과 사랑, 낭만, 환희, 그리움이 눈부신 색들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일 우리가 부끄럼없이
사랑이란 말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술의 참다운 정신은 사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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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6) - 연인들(195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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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인간답다는 게 뭘까? 샤갈의 삶은 내가 최근 몇 년간 치열하게 고민했던 이 질문과도 맞닿아 있었다. 인간을 인간답 게 하는게 무엇일까? 산 자로 산다는 게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게 인간답게 잘 사는 걸까? 처음엔 이 질문의 답이 너무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다. 근데 올해 여러 경험을 통해 막연하지만 답을 찾았다. 그건 바로 ‘사랑’이었다.

결국 인간답게 산다는 건 이 ‘사랑’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것 같다. 앞이 안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의 희망을 꿈꾸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고, 타인의 존재를 긍정하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사람이다. 핵심은 ‘사랑’에 있다. 온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인간답기에 아프고 눈물도 흘리겠지만, 그 눈물은 혼자 흘리는 것이 아니므로 그건 분명 기쁨의 눈물로 돌아올 것이다.

*

샤갈이 말했듯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사랑의 색이다. 핑크빛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슬픔, 외로움, 그리움, 낭만, 환희 등등 모두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색이다. 이 모든 것들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인생의 본질을 꿰뚫어봤던 샤갈이었다.

그의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9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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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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