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누군가 클래식을 좋아하냐고 물어 본다면, [도서]

사실 클래식은 우리에게 꽤 친숙하다
글 입력 2018.07.3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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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꽤 오래 일했다. 일명 디디피라고 불리우는 그 곳은 겉보기만큼 복잡한 구조를 자랑한다. 지하철로 연결된 디자인 장터 쪽은 사실 지하 2층이고 밤도깨비 야시장과 같은 주요 공간은 오르막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야만 보인다. 그 곳은 외부에 있는 아울렛들과도 둘레둘레 연결되어 있는데, 딱 입구에서 그 길로 가는 길목에 피아노가 두 대 정도 놓여 있다. 장난감처럼 낙서 된 알록달록한 피아노다. 내가 모르던 피아노가 몇 대 더 있을 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내 일터였던 살림터 입구에는 그랬다. 밥 때가 될 때마다 나는 그 길을 통해 외부의 식당으로 가곤 했고 그럴 때마다 누군가 그 앞에 앉아 있던 적이 많았다. 어린 아이이기도 했고 연인 중 한 사람이기도 했고 노부부가 함께 앉아 있기도 했다. 누가 앉아 있든 으레 그 주변엔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나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잠깐이라도 서서 연주를 듣다 갔던 것 같다.

디디피 앞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고 오던 가을의 어떤 날이었다. 그 날은 평소보다 사람들이 조금 더 몰려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햄버거는 다른 음식과 달리 일하는 매장에서 먹을 수 있으므로 저녁 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연주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었다. 젊은 남자였는데 아마추어 같아 보이진 않았다. 화려한 스킬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강약 조절이 대단했다. 나도 악기를 배우기에 언제나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 왔지만 그것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었는데 갑자기 반성이 될 정도였다. 그 곡이 아직도 뭔지 모르기에 숭어였는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마치 그의 손가락에서 은빛 물고기들이 튀어 나오는 느낌 이기도 했고 울컥울컥 가슴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기분 이기도 했다. 그는 온전히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고 겨울로 접어드는 날씨는 쌀쌀했지만 잠깐 나갔다 오는 거라 얇게 입고 있었음에도 나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는 피아노 연주 속에서 감동을 받은 적이 없었다. 때때로 기회가 생겨 연주회를 보러 간 적도 있고 나 자신도 바이올린을 배웠기에 클래식 음악을 꽤 접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연주는 내 영혼과 대화하는 것만 같았다. 음악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 능력을 탓하고 싶을 뿐이다. 일하던 중이었기에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그 자리를 떠나야 했고, 명함이라도 얻고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나갔지만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그 곡이 뭐였는지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가 연주한 곡이라고 답하겠다. 그에게 그 날의 피아노 연주가 어떤 의미였는지 나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클래식을 알게 해준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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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클래식을 좀 찾아 들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곡은 ‘히사이시 조’의 ‘summer’이다. 사실 전부터 이 노래가 들릴 때마다 참 마음에 든다고 생각해 오긴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딱히 그 중에서 좋아하는 곡을 꼽을 정도로 클래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제목을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음이 통통 튀어서 재미있지만 연주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내가 주변 친구들에게 피아노를 쳐달라고 하면 이 노래를 자주 들려 주었다. 특히 우리 집 위층에 사는 이름 모를 아이가 주말 낮만 되면 이 노래를 참 많이 쳐서 좀 질리긴 했지만 솔직히 좋기도 했다. (이 노래가 아니었을 때는 틀릴 때마다 살짝 답답하긴 했지만 말이다.)

알고 보니 이 노래는 우리 엄마가 날 임신하셨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라고 한다. 뱃속에서나 지금이나 얼마나 취향이 한결 같은 지 일관성이 무섭기까지 하다. 어쨌든 summer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하면서 많이 들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수험 생활 속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들떴다. 생각해보면 공부하면서 클래식을 들으면 문제도 잘 풀리고 시간도 빠르게 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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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내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난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 클래식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들으면 좋지만 굳이 찾아 듣지는 않는 정도이다. 하지만 학교 음악 시간에서 배운 클래식의 역사와 바뀌는 취향의 흐름은 좀 재미있었던 것 같다. 또 슈베르트의 ‘마왕’처럼 그 속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내가 오페라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오페라 책을 읽으며 그 속의 줄거리는 다 알게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어쨌든 무엇이든 알면 알수록 흥미가 당기는 법이다. 더군다나 클래식은 고상한 취향 중에서 가장 친숙한 존재다. 클래식을 좋아하진 않아도 바흐, 쇼팽, 베토벤 이런 이름들은 다 들어봤을 테니까, 그냥 셋 중 하나 검색해서 대표 곡 한 번 들어볼 수 있지 않는가! 이것도 좋지만 클래식에 대한 본인의 취향이 지금보다 확고해지고 싶다면, 클래식에 대해 좀 배워 보고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무엇이 자신에게 맞을 지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추천하는 책은 ‘클래식 음악 연표(김동연)’이다.) 어찌 됐든, 나는 꼭 클래식을 좋아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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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연표
- 1500년부터 현대까지 -


엮은이 : 김동연

펴낸곳 : 프란츠

분야
예술 > 음악

규격
110x180mm

쪽 수 : 140쪽

발행일
2018년 6월 29일

정가 : 9,500원

ISBN
979-11-959499-6-0(03670)




문의
프란츠
02-455-8442





[서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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