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제 이 정도는 거뜬하게 깨부수고 나올 때가 되었다

글 입력 2018.07.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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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가 끝이 났다. 리뷰를 적기 전에, 이 연극제를 시작으로 연극계에 작더라도 변화가 일어나기를, 이 변화가 세계 모든 무대에 전해지기를, 그리고 무대뿐만이 아닌 일상 속에서 커다란 파동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관객에게 한 편의 희망을 던져준, 페미니즘 연극제 관련 모든 이들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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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이즘 Review


<노라이즘>은 나에 대한 얘기다.


사회에는 수많은 노라가 있다. 아버지에 갇히고, 남편에게 갇히고, 자식에게 갇힌다. 그들이 쌓아올린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쉴 새 없이 집안일을 하고 타인을 위해 꾸민다. 어느 순간, 일련의 사건들이 노라에게 들이닥치자 인형의 집은 무너지고 노라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 남편, 자식을 통해, 요조숙녀, 현모양처 등으로 대체된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노라는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난다.

노라의 몸은 노라의 것이다. 노라의 정신도 온전히 노라의 것이어야 한다. 노라의 모든 것은 노라 자신의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라는 노라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노라는 주체적이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의 수많은 노라-여성들-는 그렇지 못했다. 누군가를 위해 전시되고, 소비되어야 했다. 몸은, 정신은, 모든 결정은 남성에게만 있었다. <인형의 집>과 이를 각색한 <노라이즘>은 당연한 사실들이 가부장제라는 이름으로 숨겨져 왔다고 힘차게 고발한다. 관객이자 노라인 나는, 당연한 이야기들을 그동안 당연시 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나는 나’라고 소리쳐 외칠 수 있는 무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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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라이즘>은 ‘노라’가 겪는 개인의 문제를 ‘현모양처 서바이벌’에서 펼쳐내며 조금 더 현대적인 혐오의 면면을 표현해냈다. 특히 개인의 허락 없이 방송을 하는 권력자 남편과 그를 바라보는 패널들을 통해 작품은 여성은 어떻게 전시되고, 또 어떻게 평가되는지 지적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인간은 관음과 평가를 더 깊이 습득해왔다. 권력자들은 법망을 편파적으로 만들어냈고 그 속에서 여성혐오는 더욱 극심해졌다. 가해자 연대는 그들 안에서의 침묵과 의리, 혹은 합리화를 통해 기세 등등 살았고, 노라는 수도 없이 죽어왔거나 혹은 살아남아왔다. <노라이즘>의 ‘현모양처 서바이벌’과 ‘노라’는 이 모든 것을 오밀조밀 압축해놓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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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 고증의 정도만큼, 보는 노라들은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내가 그러했다. ‘현모양처 서바이벌’을 통해 가학적인 전시는 여러 겹 쌓여 갔고, 그 모습은 사실상 우리가 매일 겪은 무엇과 닮아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다. 관객의 괴로움은 노라가 각성하는 어느 시점까지 계속 되었고, 이제 겨우 노라가 하나의 현실을 격파했다고 느꼈을 무렵, 위태롭게 쌓아놓은 현실의 전시가 무색하게 연극은 끝이 나버렸다. 아쉬웠다. 이 곳 저 곳 널려 있던 노라의 집안일 상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춤을 다시 시작했을까. 궁금했던 만큼 괴로웠다. 그러나 탓할 순 없었다. 겨우 하나의 격파도 소중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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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널린 연출 요소에 하나하나 와 닿기보단, 또다시 페미니즘 고전 명작이 새로운 현실과 복잡한 연출에 둘러싸인 (여전히) ‘고전 명작’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에 아쉬웠다. 그러나 그 아쉬움 속에서도 현재의 연극계는 <인형의 집>보다 더 나아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진 않았는지, 어쩌면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는지. 혜화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었다.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도록.

노라가 노라로 남을 수 있도록.

가부장제를 깨부수자.

이제 이 정도는 거뜬하게 깨부수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인형의 집>에 이어, <노라이즘>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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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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