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라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 [공연]

글 입력 2018.08.0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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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올해 초 METOO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했고, 그간 대부분 연극의 서사와 유머 코드가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인 전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젠더 이슈에 관해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로 느껴졌던 연극계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 것만으로도 사실 매우 놀라운 일이었고 도전적이며, 사회 변화에 따라 무언가 일이 시작되고 있구나 하는 설레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을 앞으로 페미니즘 연극제가 지속되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중히 써보려 한다.
 
 
 
연극, 페미니즘을 만나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은 (필자가 느끼기에) 거의 없었다. 그런 연극을 본 적이 없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되고, 일상적으로 문제 의식을 느끼면서도 연극을 보러 갈 때면 익숙하지만 낯설어진 불편함에 내가 예민한 건가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가 시작된다기에 어떻게 연극과 페미니즘이 만날지, 연기를 하는 배우와 지켜보는 관객은 어떤 마음일지 무척 궁금해졌다. 서로가 처음이라서, 이 반가운 시작의 현장이 어떨지 궁금해서 그 안에 함께이고 싶었다.
 
 
 
노라-이즘


노라는 남편인 진규의 신청으로 자신도 모르게 현모양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녀의 생활이 전국에 라이브로 생중계되는 것을 물론 그녀만 모른다. 남편은 노라를 그저 예뻐해주고, 용돈을 주며, 성욕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현모양처라 부른다. 노라는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을 보며 알게 된다. 이혼 후 진짜 자신을 찾았다는 친구, 잠시 사랑을 느꼈던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이 본래 무엇이었는지 깨달은 그녀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노라이즘 (Noraism)
 
[명사] <사회> 남녀 불평등의 인습에 반항하여 인간으로서의 여성의 지위를 확립하고자 하는 주의. 또는 그런 운동.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의 여주인공 이름인 노라에서 유래하였다.

     
노라는 자신이 방송에 나오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는 지금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 그것으로 극은 끝이 나지만, 첫 장면에서는 노라의 남편인 진규가 방송에서의 일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국민을 대상으로 사과를 했었다. 방송 이후, 노라는 어떻게 된 것일까. 학생 그 때 춤추기를 좋아했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던 그 때처럼 살아보기로 했을까, 낙태 후의 죄책감으로 그 집에서 다시 살게 되었을까. 제목의뜻 대로라면 그녀는 인형의 집에서 나와 무엇도 아닌 한 인격체로서의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라는 타이틀에도 관객들에게 보여준 노라의 고민과 행동은 작은 시작을 불러올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노라가 그런 남편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살면서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왜 모르고 살았는지, 이전의 노라의 삶은 어땠는지, 혼란스럽게 연출된 낙태에 대한 죄책감 이후 남편과의 대화 등이 서사에서 상당 부분 생략된 것으로 느껴졌다. 장면의 길이와 깊이 면에서 앞선 물음들에 대한 답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은 채로 극이 끝난 것 같았다.

연극계에서의 페미니즘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전에 불을 피워낸 것만으로 대단한 시작이었던 페미니즘 연극제이지만, 그렇기에 더 깊이 있는 시작을 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2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기다리며


페미니즘 연극이라서 불편한 장면들이 역설적으로 더 많은 연출이기에 좀 더 속 시원한 답을 주었더라면, 하는 감상들이 뒤따랐지만 다시 찾아올 제 2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기대해본다. 노라이즘이 보여준 현대판 인형의 집을 잊지 않고, 더욱 많은 이들이 아직은 소수인 페미니즘 연극을 찾아주고 공감해주길 바라본다. 이것은 모두 멀지 않은 우리의 일상이니까.
    

헬메르: 노라, 말도 안 돼. 당신은 감사할 줄도 모르는군. 당신은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나?

노라: 아니요.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행복한 줄 알았죠. 하지만 한 번도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헬메르: 아니라고! 행복하지 않았다고!

노라: 그래요. 재미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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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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