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나치게 선하고 아름다운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

글 입력 2018.08.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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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착하고 선하다.
지나치게 착하고 선한 것이 사라진 시대에
그건 꽤 매력적이다.”

- 김도훈 평론가


바닷마을 가마쿠라에서 펼쳐지는 네 자매의 이야기.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바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지나치게 아름다워, 너무 이상적인 삶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김도훈 평론가의 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나치게 착하고 선한 것이 사라진 시대에 그건 꽤 매력적’이었다.



가족의 시작: 스즈, 막내동생으로 합류하다

15년 전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를 떠나 새 가정을 차렸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장례식에서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의 딸이었던 스즈를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세 번이나 결혼을 했던 것. 새엄마와 이복동생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던 스즈는 같이 살자는 큰 언니 사치의 말에 응한다.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묵묵하기만 했던 스즈이지만 그녀 역시 아직 중학생일 뿐이었다. 아버지 병간호도, 마음의 짐도 온전히 스즈의 몫이었으니 어린 나이에도 성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몰라주었던 그녀의 노력을 처음 만난 언니들이 알아봐주고, 정말 고맙다고 얘기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즈는 의지할 곳 없는 새엄마 곁보다는 언니들에게 마음이 더 갔을 것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스즈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언니들의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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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치카, 사치, 스즈, 요시노


만약 내가 사치였다면 처음 보는 이복동생에게 같이 살자고 쉽게 말을 건넬 수 있었을까?  큰언니가 스즈에게 같이 살자고 얘기했을 때 옆에 있던 두 동생은 반대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언니들의 입장에서 볼 때 스즈는 불편한 존재이며 경제적으로도 짐이 될 수도 있는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들은 달랐다. 스즈의 상처를 못 본 척 지나가지 않았고 함께 가족이 되기로 하면서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주려고 했다. 어쩌면 언니들 또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기에 같이 살자는 말을 더 쉽게 건넬 수 있던 건 아닐까.

비록 부모님 모두 세 자매를 방치해두었지만 누구보다도 더 끈끈한 가족애로 살아갔던 세 자매이기에 스즈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존재가 아름답다는 것을, 참 고맙다는 것을 그리고 가족은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을 것이다. 이렇게 네 자매는 때론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며 가족으로 거듭난다.



한 발짝 성장하는 네 자매

보기엔 평범하고 다 큰 어른들 같아 보이지만 세 자매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큰언니 사치는 유부남과 연애를, 둘째 요시노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했고, 셋째 치카는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특히 큰언니 사치는 엄마와의 감정 골이 꽤 깊었다. 엄마 역시 세 자매를 두고 다른 남자와 새 가정을 차렸기 때문이었다. 외할머니 제사 날, 거의 십 년 만에 자매를 찾아온 엄마였지만 사치는 엄마가 반갑지 않았다.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는 세 자매를 떠난 뒤였고 그녀들이 다 큰 이후에도 엄마는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 없이 사치는 그렇게 혼자 동생들을 돌봤다.

그녀가 가족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정상적인 연애를 못하는 것도 다 이러한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사치, 요시노, 치카 그리고 스즈 역시 보통 사람들처럼 아직 미완인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미완이지만 아직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기에 그들만의 세상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려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들은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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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매실주를 만드는 네 자매


네 자매 중에 가장 크게 성장한 사람은 바로 스즈였다. “센다이에서도, 야마가타에서도 나의 존재만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어”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던 스즈. 자신이 얼마나 보물 같은 존재인지 모른 채 죄책감만 쌓여 갔던 스즈는 언니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도 자신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아버지와의 추억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스즈의 입장에서 언니들의 존재는 큰 힘이자 한편으로는 마음의 짐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언니들은 그런 스즈에게 “누구의 탓도 아니야”라고 말하며 스즈를 꼭 안아준다.

그녀들은 세 자매의 연례 행사였던 매실주 담그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기도드리기, 유카타 입고 불꽃놀이 즐기기 등 서툴지만 따뜻한 손길로 스즈를 보듬어주며 가족의 의미를 함께 탐색해나간다. 그 결과 스즈는 더 밝고 빛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고, 사치, 요시노, 치카 역시 스즈 덕분에 부족했던 부분을 서로 채워나갈 수 있게 되었다. 상처받은 이들이지만 복수가 아닌 이타적인 마음을 품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상처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어긋난 관계였으나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큰 갈등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조용하고 따스한 바닷마을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족으로 인해 벌어진 틈을 가족이 메우는, 지나치게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여름, 푸르른 숲, 바다, 해변가, 매실, 잔멸치 덮밥, 덜컹거리는 전차, 벚꽃이 생각날 때면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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