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글 입력 2018.08.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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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샤갈과 그의 가족이 기증한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컬렉션展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떠오른 이미지는 ‘주사위’였다. 정육면체 면에 각기 다른 숫자 1부터 6까지 써 놓은 놀이기구, 존재 하나가 여러 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우리가 즐겁게 갖고 노는 그 주사위 말이다.

샤갈 전시는 보는 건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외국에서 미술관을 갈 때마다 샤갈 전시를 볼 기회가 많았고, 심지어 프랑스 니스까지 가서 샤갈미술관을 방문했었고, 한국에서도 샤갈은 기념품으로, 책갈피, 마우스 패드로도 만나는 가까운 존재였다.


같은 아티스트, 또 다른 전시를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예를 들어 이런 게 아닐까? 현재 나는 아빠와 딸이 하는 전통주 여행과 동시에 디즈니 동화를 모티브로 한 여성 에세이 원고를 작업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료 참고 차 어릴 적 읽었던 동화를 자주 읽고 에니메이션 영상을 자주 시청 중이다. 한 예로 그림형제가 원작으로 한 동화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동화라 해도 출판사 별 상황에 맞게 각색을 하고 편집을 해서인지 매번 느끼는 바가 새롭다. 혹시 그것도 알고 있는지? 우리가 잘 아는 동화들은 꽤나 잔혹했던 원작들도 많고, 이후 디즈니를 만나 사랑스럽고 희망차게 작품을 갖추게 되었다 라는 사실 말이다.


기대평에서처럼, 나는 샤갈을 만나면서 어쩌면 사랑이, 우리의 삶이 샤갈 같지 않을까 싶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새롭고, 대하면 대할수록 깊어지는, 끝을 알 수 없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 사랑, 그리고 삶 말이다.

이번 전시를 ‘주사위’로 비유한 것 또한 그런 맥락 에서다.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수에 따라 게임의 희비는 엇갈린다. 우리는 행운을 바라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다. 이번 전시는 그와 그의 가족들이 기증한 이스라엘 미술관 컬렉션이 더해져 지금껏 관람한 전시보다 샤갈의 다른 ‘수’, 다시 말해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더불어 그리고 나는 그 ‘수’를 통해 그를 알아갔던 운을 거머쥔 관람객이 되었다. 미디어 아트로 영상미를 더해 한판의 게임 (솔직히 나는 게임을 즐겨하지 않지만)의 주인공이 된 듯 말이다. 샤갈과 벨라가 남녀 주인공인, 그런 게임 말이다.

세계를 유랑하던 이방자의 시선이 이전 샤갈 전시가 내가 캐치했던 ‘샤갈’이었다면,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에서는 3가지에 초점을 두고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샤갈의 여행’이다. 유랑자 신세였던 그는 세상을 떠도는 고독한 예술가였다. 하지만 그의 뮤즈이자 첫번째 아내였던 벨라와의 여행은 그의 화풍이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샤갈과 벨라는 프랑스 전역을 여행했으며, 샤갈은 프랑스의 다채로운 풍경과 독특한 빛의 효과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여행들은 사랑을 테마로 한 행복한 환경 속에서 벨라와 함께 발견한 로맨스와 젊음의 회복을 강렬한 색채와 서정적인 형상들로 그려냈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샤갈의 천착은 더 이상 벨라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사랑을 아우르게 되었다. - 전시 안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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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낯선 타지로 여행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홀로 여행도 좋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그 가치가 증폭되기도 한다. 샤갈과 벨라가 그렇지 않았을까? 자연과 어우러진 프랑스를 여행하는 내내 (그 시기 샤갈과 벨라가 신혼임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매일이 행복의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에서는 벨라를 향한 러브레터가 가득 전시되어 있다. 당시 샤갈의 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그대와 색채로 물들였을 것이다. ‘함께’했기에 두려움이 없었던 여행. 그 여행에서 샤갈은 사후에도 영원히 사랑받을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다. 당신의 여행길에는 사랑스러운 동반자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여름밤이다.

둘째, ’샤갈의 거룩한 12’이다. 왜 하필 숫자 12일까?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에서는 12지차 스테인드 글라스 형상이 전시되어 있다. 교회나 성당 등을 가면 보게 되는 종교적 미술로 평가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는 사실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미술이다. 보편적으로 바라보는 미술이 샤갈의 손에서 태어나면 어떤 모습일까?

실제 이스라엘 예루살렘 하다사 병원 유대교 회당에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샤갈의 거룩한 12’이자 그가 지향하고자 했던 종교적 가치가 실현된 작품이기도 하다. 12개의 창문들은 각각 야곱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그의 아들 12명과 그의 후손들로 구성된 12지파를 상징하는데 일생 동안 쫓았던 그의 종교적 물음과 신에 대한 경건함을 그만의 색채로 풀어 내었다. 거룩한 그의 신앙심을, 예술의 영혼을 이 12가지 화폭에 담아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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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샤갈의 뮤즈 벨라’다. 지금껏 우리는 누군가에게 대한 존경을 표할 때 그 ‘존재’에게 부각하는 경향이 컸다.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을 생각해보자. 한 위인이 명성을 떨치기 위해서는 그를 도와준 조력자 혹은 내조자가 분명 있었다. (한 예로 세종대왕도 혼자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학식이 높은 학자들과 연구한 결과, 한글을 백성들에게 널리 보급하여 지금의 한글이 탄생했음을 기억하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샤갈’ 말고도 그와 가장 가까웠던 조력자에 대한 이야기를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에서는 살펴 볼 수 있다. 벨라의 일생을 다루는 한 섹션 ‘벨라의 책 Books of Bella Chagall‘이 전시되어 있다. 실제 벨라는 짧은 인생동안 샤갈과 함께 지내면서 책 2권을 출간한 작가였다. ‘샤갈’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삶과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꿈의 한편으로, 색채의 마술사 ‘샤갈’이 ‘사랑의 색’으로 전하는 따스한 위로를 건네 주는 이번 전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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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들이 부끄럼없이
사랑이란 말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리고 예술의 참다운 정신은 사랑에 있다.

- 전시 안내 중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 지는 게 사랑이고 삶일까? 그렇다면, 인생은 너무나 허무하고 답이 없는 세상일 것이다. 마치 무채색의 그림자처럼. 하지만 샤갈은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고 말하며 떠났다. 어쩌면 우리는 무채색 세상을 샤갈처럼 색으로 사랑으로 삶으로 채워 나가야 하는 의무를 지녔을지도 모르겠다. 혼자가 아니라 서로가 우리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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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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