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은 책임지라. [전시]

당신 때문에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글 입력 2018.08.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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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요즘 들어 계속 사랑이 하고 싶긴 했다. 이런 내 마음에 기어코 샤갈이 불을 질렀다. 나쁜 샤갈. 이 그림 한 장으로 내 맘을 흔들어놓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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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이란 작품이다.

사실 프리뷰를 작성할 때부터 이 그림에 마음이 가긴 했다. 온통 푸른빛의, 고통과 역경이 난무할 것 같은 세상. 그 한가운데 자리한 연인은 포근히 감싸주는 꽃의 요람 안에서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평온하고 따스해 보인다. 험난한 세상 속 나만의 보금자리, 요즘 나에겐 그게 필요했나보다. 만나기 전부터 끌렸는데 실물을 보고나니 더욱 끌렸다. 솔직히 말하면 떼서 가져오고 싶었다. 그만큼 두고두고 보고싶은,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with 벨라

샤갈을 논하면서 그의 영혼의 동반자, 벨라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샤갈과 벨라는 고향 비테프스크의 다리 위에서 처음 만나 한 눈에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그 후 벨라가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둘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무한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샤갈의 그림 속에는 벨라가 있었으며, 벨라의 글 속에도 역시 샤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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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에게 벨라는 단순한 연인 혹은 아내, 그 이상이었다. 벨라는 샤갈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예술적 동반자였다. < 샤갈 : 러브 앤 라이프 展에 >에서는 벨라의 자서전에 넣어주기 위해 샤갈이 직접 그린 삽화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치고 들어온 느낌은, ‘부러움’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에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싶다.
 

with 사람

샤갈은 자기 자신의 초상화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그린 인물화 역시 많이 남겼다. 샤갈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초상화, 그리고 그와 가깝게 지낸 인물들의 모습을 이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 무언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한다. 샤갈은 자기 자신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사랑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with 사랑
 
샤갈에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색채의 마술사’. 그 다음이 아마 ‘로맨티스트’이지 않을까 싶다. 왜 다들 샤갈을 그렇게 사랑꾼이라고 부르는지 전시회를 다녀오니 확실히 알겠다. 샤갈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귀하게 여긴 사람인 것 같다.
 
 
샤갈2.jpg
 

전시회의 벽 어딘가에 적혀있었던 이 말을 왠지 모르게 곱씹게 되었다. 아마 공감이 갔기 때문이리라. 내가 생각했을 때 예술의 뿌리는 결국 사랑, 그리고 인간에게 있는 것 같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그들이 삶이 한층 더 나아지길 바라는 소망에서 예술은 출발한다.

삶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이 없다면 삶은 무미건조해진다. 요즘의 내 삶이 그러했다. 바빴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기회가 적었다. 맨 처음 ‘사랑하고 싶다.’라는 말 역시 단순히 연애 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들과 좀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물론 연애도 하고 싶다.) 사랑이 부족한 하루는 공허함을 끌고 온다. 나는 이 전시에서 그 공허함의 원인을 짚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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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에 대해, 고향에 대해,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넘치는 사랑을 보여준 진정한 예술가 샤갈. 나도 샤갈처럼 넘치는 사랑을 주고, 마찬가지로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본다.





에디터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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