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을 설명하는 또 다른 방법,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글 입력 2018.08.0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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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샤갈을 설명하는 또 다른 방법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한 사람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이번 아트인사이트 문화 초대는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입니다.

최근, 예술가 샤갈을 조명하는 전시를 마주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한 예술가를 표현하는
두 전시관의 차이를 살펴보며
예술가로서의 샤갈,
한 사람으로서의 샤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사진들은 모두 주최 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했습니다.)


IMG_4855.JPG
 


샤갈, 그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현재 M 컨템퍼러리에서 동일하게 '샤갈'이라는 화가를 주제로 전시 중이다. 두 전시를 모두 다녀와서 두 전시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은 하나다. 샤갈을 바라볼 때, 초점을 맞춘 것이 달랐다는 점이다. M 컨템퍼러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展>  샤갈의 예술가로서의 면모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전시 섹션 역시 샤갈이 다뤘던 주제들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우화', '전쟁', '시', '사랑'과 같이 샤갈의 삶보다 샤갈이 주로 그렸던 주제에 집중했다. 반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본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는 샤갈이 벨라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그의 사랑과, 그로 인해 이어진 그의 삶에 대해 전달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주제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전시 구성에서 둘 중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출지 선택하는 것은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자체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앞선 M 컨템퍼러리 전시에서는 샤갈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동시에 마주했다. 판화 작품이 주요 작품들이었지만, 그 판화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섬뜩한 우화였다가, 깊은 신앙심이었다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가, 재기 발랄함까지 보여준다. 좀 더 샤갈이 가진, 그리고 보여줬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영혼의 정원'이라는  부제목처럼 샤갈이 보여준 다양한 영혼의 색들을 보여준다.

본 전시는 샤갈의 삶 중에서도 가족, 벨라에 대한 사랑에 집중하고 있다. 샤갈이 가장 주요하게 여겼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한 사람의 모습에 집중했다. 그가 말하는 사랑에 대해서 말이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꽃들에 둘러싸여 사랑을 한다는 것, 그의 뮤즈 벨라가 그의 예술을 인도했다는 것, 비현실적인 경계에 연인들을 놓았으며 그런 연인들을 둘러싸고 있는 꽃과 천사들, 푸른색 톤인 주변 집들과 다르게 변치 않는 사랑을 의미한다. 벨라를 사랑하고, 고향인 비테프스크를 사랑하고, 유대인인 자신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사랑하던 판화까지, 그가 사랑했던 것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과거, 전공 수업 시간에 '연애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정의를 배운 적이 있었다. 답안을 적기 위해 그 정의를 달달달 암기하면서도 잊히지 않았던 내용은 이거다. '단순히 두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을 보이는 것은 연애소설이 아니다. 연애소설이란 사랑이라는 감정, 가치에 대해서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야 한다.' 샤갈은 사랑이라는 가치를 자신의 만의 시선으로 보고 표현했고, 이는 현대의 우리들이 그의 그림에 감명받는 이유다.

물론 두 전시는 교집합이 많다. 하지만 샤갈이라는, 예술가이자 사랑꾼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다르다.

   
사본(6) - 연인들(1954).jpg


 
한계를 채우는 전시 구성의 힘

본 전시는 판화 작품도 많지만 분명 유화 채색 작품이 존재한다. 그의 작품 '사랑하는 연인들과 꽃'은 전시관 내 벤치에 앉아 오래 봤다. 디자인을 전공한 친언니는 그의 그림을 보고 말했다. '봐라, 이렇게 색상이 많은데 조잡한 게 아니라 딱 알맞잖아. 이건 천부적인 게 아닐까.' 그만큼,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 전시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판화 작품이 많다. 그가 판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열심히 했고, 그 역시 판화를 사랑했음을 알면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만의 색감을 더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본 전시는 그러한 한계를 채우기 위해 시도가 있었다. 판화지만 빔프로젝터를 통해 색깔이 퍼지는 연출이나, 비디오 영상의 경우, 본 전시에는 없지만 그래도 그의 작품들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다. 그리고 샤갈이 참여한 랭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글라스를 떼어오지는 못하지만 대신 그 빛깔들을 보여줄 수는 있다. 조명을 이용해서 말이다. 실물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이러한 시도들은 만족스럽게 다가왔다. 누군가를 표현하는 일은 항상 어렵고, 고민들이 뒤따른다. 그러한 고민들이 눈에 보이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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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사랑에 대해 깊이 있게 보여준 전시
전시 관람 내내 달달한 시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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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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