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책소] Episode10. 떠떠떠, 떠

취향대책소 열 번째 에피소드
글 입력 2018.08.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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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책소] Episode10.
떠떠떠, 떠


취향대책소
취향 ;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



H 정용준 작가는 어떤 작가야?

N 나도 이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 본 건 아니야. 내가 읽은 정용준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간단히 정의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무언가 분출되거나 뒤틀리고, 그런 와중에 인물이나 서사가 무언가 결정적인 걸 짚어 낸다…?’ 그런 작가야. 이번 작품 <떠떠떠, 떠>는 어떻게 읽었어? 다 읽고 어땠어?

H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최선을 다해서 외롭지 않았다’?

N 최선을 다해지 외롭지 않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야?

H 주인공이 11살 때 만난 강압적인 선생에 대한 내용, 그 때의 내면 묘사로, 이 글은 마냥 담담히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었어. 근데 읽을수록 다정해지는 느낌이었어. 최선을 다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아주 다정한. 그런 느낌. N은 어땠어?

N 나는 아주 좋게 읽었어. 글을 읽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는 건 아니고. 다 읽고 나서 이 글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 할 만큼 좋았어. 왜냐하면 H의 말대로 다정하잖아. 이야기 자체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들로만 짜여진 게 아니고 오히려 아프고 외로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다정하다는 게 좋았어. 그래서! 오늘은, 글 속에 드러난 사랑과 이 소설이 쓰인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 단순한 이야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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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먼저, 이번 소설이 유난히 좋았던 이유이기도 하고, 또 같이 이야기해 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한데. 글 속의 주인공은 말을 심하게 더듬는 장애를 가진 인물이잖아. 그리고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은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간질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러니까 두 사람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어. 강지희 평론가는 이 소설이 ‘고통스러운 설정에 달콤한 외장을 입힌 낭만적 연애담’이 아니라고 했어.

음…. 어떤 소설들은 일부러 주인공들의 사랑을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서 특수한 설정을 하잖아. 그게 때로는 장애를 가진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실현되고. 예를 들어서 어떤 작품은 장애를 가진 남성과 그를 사랑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는 어떤 시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뤄냈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해. 그래서 장애를 그저 하나의 설정으로 이용하고 사랑의 위대함을 부풀리곤 해. 다른 이유는 없고. 또 그런 식의 이야기 방식은 결국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상당히 시혜적인 태도로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등장하잖아. 또는 이런 경우도 있어. 서로의 결핍은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완전히 채워지고 이제 더 이상의 문제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

그런데 <떠떠떠, 떠>는 억지로 결핍을 해소하지도 않고, 장애를 시혜적인 태도로 바라보지도 않고, 장애 자체를 극복할 만한 것이라거나 사랑의 힘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별하고 소중한 거라고 생각했어. H도 평소에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물을 볼 때 윤리적 명제를 말한답시고 약자나 소수자를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해왔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번 소설은 그런 면에서 어떻게 읽혔는지가 궁금했어~

H 아까 이 소설을 읽는 것이 마냥 담담하지만은 않았다고, 그럼에도 다정했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내가 마주쳐 온 많고 많은 대부분의 작품들은, 다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굴지로 몰아가는, 그러다 못해 약자를 괴롭히는, 그래 놓고선 폭력을 하지 말자고 기만하는 작품들이었어. 자극적인 것들을 나열해 놓고 ‘자 이거 봐, 이게 바로 폭력이야! 명심해, 이 고통을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해.’ 이런 식으로 얘기해. 그건 오히려 보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잘못된 감상, 그들은 불쌍하다거나, 혹은 위대하다거나, 그런 감상을 남겨. 과거에는 이런 연출이 좋은 교훈으로 포장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요즘에는 관객들이 변해가고 있어. 창작자들도 함께 발 맞춰 진보할 필요가 있어. 아무튼, 그런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다정했어.

N 당연한 윤리적인 명제를 말하기 위해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장면들 (H 자극적인!) 을 상당히 많이 배치하잖아. 그런 작품이 정말 많지…. 게다가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창작물이 흥미롭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H 게다가 폭력을 미화하기도 하잖아. 폭력이 자행되는 와중에 희생되는 대상을 악하게 그리기도 하고.

N 맞아. 그래서 <떠떠떠, 떠>는 드문 작품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묘사하는 방식, 인물을 대하는 태도. 그런 것에서 섣부르게 단정짓지 않고 다정함과 섬세함을 유지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 만약에 이 글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이 사랑이 더 위대하다’라는 식이나, 아니면 ‘둘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결핍은 해소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으면 아주 실망했을 텐데. 끝까지 이 글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함부로 풀어나가지 않아서 좋았어.


서로의 장애가 주는 결핍을 사랑으로 완벽하게 채워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의 특수성은 낭만적 사랑의 보편성으로 덮이지 않고 도리어 불편하게 도드라진다. 소설은 그들의 사랑이 기만적인 환상에 머물러 진부한 스테레오타입의 표상이 되려는 순간마다 몸을 틀어 그 낭만성을 깨고 불협화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_ 강지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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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이 소설 속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보통 연인 사이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잖아. 그리고 또 모든 순간들을 공유하고 싶고, 내가 영영 알지 못하는 연인의 모습이 궁금하고, 그걸 모른다는 거 때문에 슬퍼지기도 하고. 근데 <떠떠떠, 떠>의 연인은, 한 사람은 말하고 싶어도 입 안에서 언어가 뭉개져버리고, 또 한 사람은 갑자기 연인이 절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잠들어 버리지. 그런데도 서로를 사랑하는 게 조금은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아름답고 경이롭게 느껴졌어.

H 사랑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이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라.

"궁금했어.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은 어디였을까? 안개에 가려져 있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외롭다는 감정이 왜 생겼을까,였어. 하지만 그럴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졌고 꿈은 현실의 공기와 맞닿아 급속도로 금이 갔지.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이상하다는 마음은 며칠간 사라지지 않았거든. 희미하지만 깨닫게 된 것은 있어. 나는 어디를 가고 있었던 게 아니었어. 누구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더 이상했지. 그런데 말야. 지금 그 꿈이 다시 생각났어. 그때는 안개 때문에 볼 수 없었던 풍경까지 생생하게 보여. 너였어. 나는 너를 찾고 있었던 거였어.”

이 말들이 대단했어. 확 와 닿는…. 소설의 앞부분에서 그녀는 꿈에서 깨어났을 때보다 꿈을 꿀 때가 더 행복하다고 하잖아. 그런데 그런 꿈에서조차 연인을 찾으며 외로움을 느꼈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더 없이 간결하고 깊은 묘사였어.

N 맞아. 이 연인의 사랑은 서로의 결핍을 부인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여기지도 않고, 분명히 결핍을 매개로 하면서 그 자체를 고스란히 둔 채로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아. 그렇게 느껴졌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 동시에 정확히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이것은 장승리의 두 번째 시집 <무표정>에 수록돼 있는 <시말>의 한 구절인데, 나는 이 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고통을 자주 생각한다.” 

_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중


정확하게 사랑하고 싶지만 말들은 자꾸 뭉개지고 얽혀서 언어가 되지 못하고, 연인은 영영 알 수 없는 곳을 넘나들어. 그런 고통, 사랑하기 때문에 유난한 고통마저도, 이 글에서는 너무 아름다웠어.

H 난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이 그들의 사랑을 읽으며 첫 번째로 느껴지는 무언가는 아니었어.

N 그럼~?

H 그저 ‘사랑이구나’, 라고 생각했어. 사랑이라는 말보다 사랑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는 없는 것처럼.

N 사랑이 정확히 뭔지 설명할 수 없는 그거 너무 잘 알 거 같아. 글을 다 읽고 이들의 사랑이 아름다웠고, 심지어 이런 사랑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어. 서로의 결핍을 매개로 끝없이 이어질 무구한 사랑.

*

떠떠떠. 그리고 쉼표. 한 번 더 말해보는 떠. 그래서 ‘떠떠떠, 떠’. 그들의 사랑도, H와 N의 대화도 이런 방식으로 이어진다. 끊어질 듯, 이제 그만 둬 버릴 듯. 그럴 때에 한 번 더 해보는 식으로. N은 <떠떠떠, 떠>를 읽고 하고 싶은 말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영 모르겠어서 한참을 혼자 ‘이 글 정말 좋은데, 얘기하고 싶다.’ 하고 있었다. 그냥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가 H와의 시간을 가졌다.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바로 그 잘 모르겠음을 더듬어 덧붙여지는 이야기들은 값지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 불가능에 직면한 그 처참한 순간에 한 번 더 불가능을 감행하는 이야기, 섬세하고 다정한 결을 가진 이야기, 뭉개지고 바스라지는 언어와 육체에 대한 이야기. 그런 것들에 함부로 굴지 않는 마음을 가만히 품어본다.


* 첨부된 그림은 샤갈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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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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