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글 입력 2018.08.0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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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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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짧은 후기


H의 집에서 밍기적 거릴 때,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초대장이 날아왔다. 단 일 초도 고민하지 않고 가야지, 하고 H의 시간을 물어 함께 가기로 했다. 샤갈의 모든 그림을 다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무더운 날이었고 때때로 소나기가 비쳤다. 물 속을 휘적이는 마음으로 전시장에 도착했다. 전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가득했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동경, 샤갈의 연인 벨라를 향한 사랑과 낭만, 환상적인 환희, 그리고 슬픔과 그리움까지. 조각, 회화, 드로잉, 판화, 모자이크, 태프시트리, 무대디자인, 그리고 시작까지. 한 사람의 생애가 예술로 이어지는 수많은 갈래에서 무엇을 떠올리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갔는지, 전시장은 빼곡히 샤갈의 흔적들로 채워져있었다.

샤갈이 꿈꾼 세상을 동경한다.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과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사랑하는 것을 향한 아낌없는 정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희미하고 뭉개진 형태와 하늘을 날고 있는 어떤 사람들. 수많은 색을 켜켜이 덧칠해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지극한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그가 종종 눈에 밟힌다. 전시의 한 편을 차지한 사랑의 그림들 앞에 많은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연인들,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이 함께 샤갈의 그림을 바라보고 저마다의 사랑을 떠올렸으리라, 내 마음대로 상상해보는 그 시간마저 좋았다.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또 한 가지는 라퐁텐의 우화와 성서의 텍스트 등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판화 작품이다. 샤갈이 텍스트를 읽고, 머릿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떠올리고, 선을 긋고, 형태를 고르고, 손수 색을 칠해 만들어진 어떤 대상들. 이야기와 그림이 한 데 어우러져 예술의 서로 다른 장르를 이어 맺어 나가고,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 글과 그림을 감상하며 다시 다른 텍스트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

전시에 가고, 어떤 마음으로 작품들을 바라봐야 할지, 뭔가 거창하고 남들은 느끼지 못할 그런 걸 알아차려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로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기도 했다. 150여점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는 전시장의 초입에서 한동안 설레설레 흔들리는 마음으로 잠깐 멈칫하다가, 그냥 걸음을 나르기로, 어렵고 난처한 마음은 져버리고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샤갈의 그림은 죄다 아름다웠고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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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짧은 후기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기 자신은 자신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단지 자신을 사로잡은 이미지들을 배열해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또렷이 샤갈의 그림들을 바라보았다.

삽화는 놀랍다. 텍스트는 삽화 내에서 샤갈의 이미지대로 재배열된다. 이따금 삽화는 가장 깊숙이 숨어있는 그의 무의식을 뱉어낸다. 그가 알고 있는 장면의 진실. 문학과 이어진, 글과 엮인 그림들이 뱉어내는 촘촘한 표현력을 드러낸다. 샤갈의 삽화는 그런 면에서 사실 나에게 와 닿지는 못했다. 유명한 작가의 세밀한 표현력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 그가 느껴온 삶의 매력이 무엇인지 퍽 알 것만 같아 영 흥미를 잃은 것뿐이다. 모든 삽화를 향해 하는 말은 아니지만, 하여튼 삽화란 묘하게 진실 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섬뜩 일듯이 화려하고 분명한 사랑의 색들에 멈춰 섰다.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사랑, 그리고 삶에 취한 연인들은 샤갈의 그림 속에서 영원히 날아다닐 듯했고, 나는 이따금 그 그림 속에 나를 집어넣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리의 말, 혹은 우뚝 서있는 저 교회도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는데, 그의 환상적인 색감에 한 번쯤 동화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림들의 공통점에서 상징성을 추출해내기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이 무엇이든 간에 정리하고 치부할 시간도 필요 없이, 나는 그의 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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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컬렉션展 -


일자 : 2018.06.05(화) ~ 09.26(수)

휴관일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6/25(월), 7/30(월), 8/27(월), 9/24(월)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주관
(주)디커뮤니케이션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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