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간 업사이클링 - 버려진 공간에 예술과 콘텐츠를 더하다1 [문화공간]

글 입력 2018.08.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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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개성 있는 공간에 대한 선호가 확산되면서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자연히 허름해진 공간을 그대로 살려내는 '공간 업사이클링' 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업사이클링이란 Upgrade(업그레이드) + Recycling(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며, 재활용과는 엄연히 의미가 다르다.
    
최근 국내에서는 초기 공공주도의 업사이클링 사업이 기업이나 개인 등 민간부문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민간에서 단일 시설물 단위로 진행되는 공간 업사이클링은 '성수동 카페거리'와 같이 지역 차원의 도시재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에 개인이나 민간단체의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탄생한 문화공간이 지역의 마을공동체와 문화예술 네트워크 형성에 이바지한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다.



1. 탈영역 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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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역 우정국은 우체국 통폐합 정책으로 유휴공간으로 남았던 (구) 창전동 우체국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프로젝트 그룹 리니어 콜렉티브'의 장기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소통과 메세지를 주고받던 장소성에 기인하여 우체국의 옛말인 '우정국'을 공간의 이름으로 정하고, '탈'장르와 영역의 규정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영역'을 덧붙여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냈다. 탈영역 우정국은 이름 그대로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영상, 회화, 설치, 디자인, 전통음악, 실험사운드, 퍼포먼스, 인터렉티브 아트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워크숍, 상영회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탈영역 우정국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포스트 사이드(POST SIDE)는 미술, 음악, 요리, 디자인, 출판 등의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여 일상과 예술, 생산과 잉여, 생업과 놀이, 생활인과 작업자의 경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활동들을 소개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셀러와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멀티 페스티벌이다. 탈영역 우정국은 기존의 작업 방식에 새로운 접근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표현을 모색하는 작업을 소개하는데 관심을 갖고, 많은 작가들이 생활인으로서 하고있는 활동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포스트 사이드를 기획했다.

포스트 사이드 2018은 창작가의 '영역'을 공유하고 발전시킬 중장기 프로젝트로서 워크샵 연합의 형식으로 구성되며,오는 9월 1일까지 개최된다.



2. 을지로 of

"이런 곳에서 전시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을지로 한 골목의 허름한 빌딩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원래 이 공간은 일용직 노동자가 머물던 '달방'으로,  공동 운영자가 방 3개를 개조하여 매달 독특한 3인전을 개최한다. 그들은 을지로의 재개발 대상지에서 공간을 연 이유에 대해 '임대료가 낮은 곳을 찾다 보니 흘러온 곳이 여기'라고 말하면서도 '이곳의 모두가 덤덤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며 이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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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of라는 공간을 하얀방,노란방,검은방이라는 세 가지 컨셉으로 구성하고,작가 한사람을 초청하여 전시공간 한 곳을 약 한 달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운영자에게 무료대관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젊은 작가들이 안정된 경제적 기반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무료로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그들은 작가를 초청할 때에도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공유 할 수 있는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작가에게 직접 컨택한다. 또한 작가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경력이나 전문적인 것들을 보기보다는 을지로 of라는 공간에 어울리고, 전시를 하고자하는 의도가 맞아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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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료 대관으로 공간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입장료 대신 맥주나 사과주스 한 병을 구입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익으로 공간을 운영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 Nerfing the L.H.O.O.Q >는 이번달 28일까지 진행되며, 간혹 영화 감상회나 인디 뮤지션과 함께하는 음악 감상회도 연다고 하니 한 번쯤 가보면 좋을 것 같다.



3. 행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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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화탕은 아현동에 위치한 1958년에 지어진 건물로, 오랫동안 아현동 주민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던 목욕탕이였지만 2011년 아현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어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이에 축제 및 공연기획사 축제행성과 10명의 젊은 기획자들이 모인 기획단 61311에서 '행화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굳게 닫혀 있던 행화탕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행화탕은 마을 주민들이 예술을 통해 만나는 새로운 교류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 아현동 주민들이 셀프 염색을 통한 스카프 만들기,헌 옷 리폼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예술로 목욕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전시 '예술로 목욕했어요'를 통해 석 달간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현재 행화탕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자체적인 기획프로그램과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의 대관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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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행화탕을 봤을 때
 혼자서 고독사 하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이곳을 아름답게
장례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아현동 재개발이 확정된 만큼 행화탕이 언제까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재개발 사업이 실행되어 퇴거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철수해야 하므로. 그러나 철수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폐허로 남은 죽은 목욕탕이 예술로서 되살아 났으며, 이를 통해 무너진 마을 공동체 회복의 첫걸음이 되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피하러 잠시 커피를 마시러 가도 좋고,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봐도 좋다. 일상에서 예술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늦기 전에 가보도록 하자.


참고


공간 업사이클링 - 버려진 공간에
예술과 콘텐츠를 더하다2편이 이어집니다.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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