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쟁속에 묻혀진 사람들의 사연, 그것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 '아일라' [영화]

글 입력 2018.08.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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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난 한국전쟁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키워드는 솔직히 '남한과 북한' '남북단절'이다. 미국이 한국을 도왔고, 중국이 북한을 도왔다. 그 정도 뿐이다. 그동안 수차례 만들어진 전쟁영화 역시도 잔혹한 동족 살인을 드러내고,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을 드러내는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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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의 시체 위에 숨어
 떨고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다가가는 슐레이만
 

그에 반해 영화 <아일라>는 한국전쟁에 파병된 터키군인이 전쟁통에 가족을 잃은 5살 한국 소녀를 만나 아빠와 딸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들의 사연을 그렸다. 눈앞에서 부모가 죽는 장면을 보았던 소녀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그런 소녀가 말도 통하지 않는 터키 군인에게 구해져서 보살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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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아일라의 머리카락을 빗겨주는 슐레이만
 

전쟁은 가족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민족을 몰살시킨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전쟁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해가는 아일라와 슐레이만을 보면서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총구가 오가고 대포가 날아다니고 핏물들이 흥건할 것만 같은 그 현장 속에서 누군가는 가족을 만들 수도 있구나라는 거에 놀랐다.

사실 <아일라>가 아름답게 꾸며진 영화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실화란다. 그것도 실제로 오랜 세월이 지나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애달팠다. 소녀 아일라의 삶이 어떠했을지, 그 모진 세월을 어찌하여 견뎠을지 말이다. 남북전쟁으로 인해서 가족과 이별한 이산가족들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이렇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이 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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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인사하는 아일라


전쟁이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귀여움과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아일라'.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아일라를 보면 군인들도 모두 웃고 하나가 된다. 아이들은 만인의 기쁨이고 아름다움인듯하다.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아일라를 통해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6.25전쟁 당시 5살 소녀였던 아이가 지금은 65세의 할머니가 되었고, 어르신의 나이가 되었다는 걸 생각하게 되면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면서도 우리는 그런 세월 속에 살아오신 분들의 노고와 사연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점점 기계화되어가고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얘기하는 정이 없어졌다. 그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우리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가볍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어르신들이 말씀을 해주셔도 건성으로 듣고 역사에 대해서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세상에는 모르고 지나쳐가는 사연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물론 수많은 사람의 사연을 일일이 듣고 이해하고 공유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와 가까운 사람하고는 대화하며 삶의 부분을 나누기도 하고 웃고 즐기면서 살아보고 싶어졌다.
 
전쟁이란 영화가 가져다주는 게 물론, 생명의 소중함이기도 하고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맺는 관계의 소중함이기도 하다. 슐레이만이 소녀 아일라를 딸로 입양해서 자신의 본국으로 몰래 데려가려고 했던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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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를 본국에 데려가기위해
자신의 캐리어에 넣었다가 발각된 장면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장면이다. 결국에 둘은 헤여질수밖에 없었다. 슐레이만이 다시 아일라를 찾아올것을 약속하고 헤어지지만, 그 약속은 너무나도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다. 그 긴세월동안 서로를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세월은 누가 보상해줄까. 세상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전쟁이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동인듯하다.

사실, 전쟁은 개인의 '욕심'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 욕심하나때문에 희생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시간들을... 무엇으로 보상하고 텅빈 마음을 채워넣어줄 수 있을까. 실제 인물인 아일라는 늦었어도 다행이 아버지를 상봉하였지만, 또 다시 그러한 희생자들이 없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평화'이고, 통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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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전에 찍고 간직해둔 오래된 사진 한장
 

그것이 하필이면 이때, 영화가 나온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있는 시간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 소중한 것이기에 매 순간 나 자신을 위해 또 내 옆의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서 살도록 노력하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해준 영화였다.


[권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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