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이야기하는 전시에서 느낀 권태, 샤갈 러브앤라이프展 [전시]

글 입력 2018.08.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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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전을 처음 들어갔을 때 느낀 건 사람이 정말 심각하게 많다는 거였다. 평생을 통틀어 미술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은 본 기억이 없다. VIP 초대권을 입구 쪽 직원에게 내밀고 나서, 커튼 사이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꼭 단체여행을 온 것처럼 전시장 입구부터 가득 차 있었다. 어디 시골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관람객인가 의아할 정도로 많았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도 엄청 시끄러웠고, 전시 작품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마침 내가 간 시간이 도슨트가 설명하는 시간과 겹쳐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수록 전시장 입구뿐만이 아니라 전시장 전체에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샤갈 전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전시는 오랜만이다. 요즘 사람들이 전시를 보는 이유는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쁜’ 전시를 많이 찾는 추세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촬영도 되지 않는 전시회를 그토록 많은 사람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물론 전시 중간에 사진을 찍다 큐레이터에게 걸려 혼나는 사람도 보긴 했다. 단지 색채의 마술사 샤갈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온 걸까?



‘초상화 그리고 자화상’

인상 깊은 그림 하나는 샤갈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때 입꼬리가 아주 비뚤어지고 얼굴이 전체적으로 왜곡되어있는 모습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비뚤어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걸까? 그리고 자기 자신의 자화상에 집과 가족들을 주변부에 배치했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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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친한 친구에게, 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 고 물은 적이 있다. 친구는 그때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꽤 당황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춤을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욜로족’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 욜로족에 딱 어울리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인 줄 알았던 친구이기 때문에 이미 마음속에 답을 정해놓고 질문한 것이어서 더더욱 의외의 대답이었다.

‘혼자 아무거나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보통 외동이라고 오해를 받는다. 나는 그 친구가 당연히 외동일 거라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컸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알고 보니 남동생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고정관념을 가졌는지 내가 세 자매 중에 둘째라는 사실을 들으면 정말 놀라곤 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겐 그 친구처럼 보이나 보다. 그런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나는 정말 ‘혼자’서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방학을 맞은 나의 자취방에서도 나는 여전히 혼자인 게 더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그렇다고 딱히 외로운 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초상화에도 가족을 주변에 둔 샤갈과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라고 느끼는 나의 상태가 너무 대비되어 보일 뿐.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과 집 사이에 둔 샤갈의 생각이 그 친구를 갑자기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다음 주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 친구가 반대로,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내가 사는 목적은 무엇이고, 나의 정체성은 무엇에 의해 결정이 되는 걸까. 만약 그 당시에 답을 해야 했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했을까.

 

‘연인들’

샤갈과 사랑을 했던 벨라와의 추억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흑백으로 되어있어도 그들의 사랑이 잘 표현이 되어 있다, 샤갈 혼자 나온 그림은 얼굴만 있는 데에 비해서 벨라와 함께 있는 그림에서는 전신이 표현되어 샤갈이 땅에 정착되어 있지 않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모두 화려한 색채를 지닌 꽃들로 꾸며져서 그들의 사랑을 좀 더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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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 있던 ‘당신에게 사랑의 색은 무엇입니까?’

붉은색은 열정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Eros), 낭만적이고 뜨거운 사랑에 대한 갈구.

푸른색은 유희적 사랑을 의미하는 루두스(Ludus), 장난스럽고 게임과 같은 사랑을 추구.

초록색은 현실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프래그마(Pragma),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 실용적인 사랑을 추구.

보라색은 소유욕의 사랑을 의미하는 매니아(Mania), 달콤하고 독창적인 이벤트가 있는 사랑을 추구.

노란색은 우정과 같은 사랑을 의미하는 스트로게(Stroge), 편안하고 친밀한, 우정과 같은 사랑을 추구.

주황색은 봉사와 헌신을 의미하는 아가페(Agape), 이타적인 모성애와 같은 사랑을 추구.
 

사랑을 전체적인 주제로 다룬 전시답게,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사랑이 철철 흐르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당신의 사랑은 무슨 색이냐고 묻는 저 간단한 질문에도 나는 내가 어떤 타입의 사랑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랑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색채로 표현된 것을 그는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단순히 자신의 사랑에 심취해서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뿐일까. ‘행복한’ 사람은 종종 오만해지곤 한다. 자신의 행복을 과시하기 바쁘다. 아니, 그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일까.

나는 지금 300일이 다 되어가는 남자친구가 있고, 그와 분명 사랑을 하고 있다. 하루의 끝에 그 사람과 하루를 공유하면 행복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그 사람마저 없었다면 내 삶은 정말 공허했을 것이고 목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샤갈의 러브앤라이프전에는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은 단지, 행복이 넘치는 하루하루들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꽃이 환히 피어있는 벌판처럼 마냥 예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매일매일 끝없는 긴장감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상대에게 투자하며 뭔가 놓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신에 그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행복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기회비용과의 싸움이면서도 자기계발 대 쾌락과의 전쟁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전시를 보고 나서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일상에 그 사람이 들어와 그 사람과 다른 삶을 살다가도 자기 전이면 하루를 이야기하고, 주변 사람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초반만큼 격하게,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곁에 늘 두고 싶고 없으면 허전하고 궁금해지고 함께 저녁을 맞는 게 이젠 당연해져 버린 사랑. 어느샌가 이 사랑을 당연하게 여겨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삶을 사는 목적도, 사랑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어느 권태로운 하루.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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