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치유와 해방의 아티스트, 니키 드 생팔 展

글 입력 2018.08.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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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샤갈 전시회에 이어 또 한 분의 거장 전시회를 다녀왔죠~!

한가람미술관 같은 건물 1층에서 열리고 있던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전! 샤갈전은 이상하게 봐도봐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니키 드 생팔 전은 끝으로 갈수록 아쉽고, 정말 후딱 끝난 느낌이었어요! 샤갈전의 전시작품 수가 더 많아서였기도 하겠지만, 니키 드 생팔 전의 작품들은 영상, 조각, 회화, 편지 이렇게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시 구성도 좀더 큼직큼직하고 시원하게 되어있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성별인 여성 작가이시고 샤갈보다 한 세대 더 후에 태어난 분이시다보니 공감이 갔던 것 같구요! 정말 보는 내내 질리지 않고 좋았습니다 x)

이 전시회가 아니었으면 풀네임을 정확히 알지 못했을 정도로 니키 드 생팔이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는데요. 알고보니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분이시고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서 봤던 조각분수공원을 만든 분이셨더라구요. 그 당시에도 희한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풍기는 조형물들을 보며 유쾌함을 느꼈었는데, 이 기억을 안은 채로 작가와 다시 조우하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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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들어서자 마자 만났던 사격회화와 콜라주 작품들은 무척 큰 임팩트를 주었는데요. 총으로 쏘는 미술기법이라니 방식 자체도 획기적이고 결과물도 처참한 모양새가 충격적이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저항과 여성으로서의 개인적 상처를 적극적으로 현한 작품이라는데 정말 그녀의 의도가 잘 구현된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대성당이라는 작품은 왜 제목이 대성당일까 의아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성자와 성모 형상의 피규어가 여러 잡다한 형태들과 얽혀 대성당의 형태를 이루고 있더라구요. 유럽에서 본 성당들의 전형적인 형태들이 익숙하게 겹쳐져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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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녀의 임신한 친구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나나(Nana)시리즈는 전시 초반에 느꼈던 충격을 가시게 하고 편안하면서도 친근한 인상으로 저를 반겼습니다. 풍만한 체형의 여자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제 시선으로 달려들며 환영하는 느낌?! 거대하고 뚱뚱한 여자의 몸은 우리 사회에서 저평가되기 십상인데, 이렇게 아름다우며 멋지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읽혀지다니 무척 생소하고도 즐거웠습니다. 나나가 그려져 있는 카드를 2개 샀는데, 방 벽에다가 붙여놓고 일상에서도 나나의 활기찬 기운을 받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였습니다. 그저 눈으로 바라볼 뿐인데, 이렇게나 제 기분을 업시키고 북돋을 수 있다니 훌륭한 예술 작품의 신기한 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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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니키 작가와 긴 우정을 이어오고 있 일본의 요코씨!

이번 전시회에는 요코 마즈다 시즈에씨가 소장하고있는 니키 드 생팔 작가의 작품 127점이 소개되었기도 합니다.  니키 드 생팔이 이렇게 명성을 얻은 위대한 작가가 되는데에는 그녀의 재능과 열정, 노력도 컸겠지만 그녀의 소중한 친구이자 후원자인 요코씨의 공헌도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아주고 공감해주며 주변에 소개까지 해주는 상냥하고 고마운 사람을 갖다니 참 인복이 큰 작가라는 생각도 들구요. '장 팅겔리'라는 그녀의 연인 조각가와의 작품도 전시에서 다루어졌지만, 저는 그녀와 요코씨와의 우정이 더 인상깊고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그녀의 지인들(주로 요코)에게 썼던 그림편지인데, 참 인상적이지 않나요? 같은 문구라도 이렇게 이색적으로 표현한 편지라면 좀 더 읽는 맛이 생길 것 같습니다. 줄따라 나열된 일반적이고 평범한 텍스트로는 전할 수 없는 비언어적 소통을 그녀의 편지 속 여러 그림스티커와 삽화들이 가능케합니다.편지 한 장 마저 범상치 않고 작가 고유의 개성이 묻어나는데 감명을 받앗습니다. 그녀의 지인들은 from.니키 드 생팔의 편지봉투를 열기 전마다 항상 어느 비주얼이 튀어나올까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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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작품은 종교,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그녀의 대형 조각품들인데요. 형태가 평범치 않고 괴랄한 느낌에 가깝지만 아름다운 유리들로 이루어진 덕에 신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에서 오는 충족감도 굉장히 커서, 집에 가져다두면 항상 부와 건강과 행복의 기운이 우러나올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흔하디 흔한 부처와 해골이라는 소재지만 그녀의 전무후무한 개성으로 소화되니 이렇게 독특하고 새롭게 여겨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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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조성된 <타로공원>을 위한 작업물들을 비치해둔 스테이지! 정말 말그대로 환상적인 형태와 색깔을 자랑하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에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전시된 조각품의 사방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주로 정면이나 45도 측면사진의 모습만이 실려있는 화보집에서는 절대 보지 못하는 부분이죠. 바로 이런 부분이 현장감과 함께 가져가는 전시감상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사진 속 제일 우측에 있는 의자는 정말 크기도 존재감도 크고 왕이 앉는 의자같이 위용이 넘쳐나서 매우 탐났습니다. 구멍마다 섬세한 유리세공으로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더라구요. 작가님 미감이 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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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나오면 바로 마주하게 되어있는 니키 드 생팔 굿즈샵!

에코백, 엽서, 뱃지, 수첩, 화일 등 여러가지의 문구류가 니키 드 생팔의 그림을 붙이고 나와있었는데요, 입장료 만큼의 상품을 사와버리고만... ㅎㅎㅎ 우표와 엽서들이 참 예쁘더라구요. 약간 키스 해링의 그 쩅~한 발랄함과 생기가 뿜뿜 느껴져서 제 지갑을 열게 했어요xD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바로 촬영이 자유로웠다는 점~! 기억력이 나빠서 좋았던 그림들도 곧잘 까먹곤 하는데, 이렇게 보고온 것들의 추억을 사진들로 소장하고 당시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참 소중한 것 같아요. 인식하지 못했지만 친숙하게 곁에 있던 그녀의 예술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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