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을 만드는 사람들 [기타]

글 입력 2018.08.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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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웹툰)


오래 전 주말에 신문을 뒤적거리다 우주인 작가의 ‘와탕카’를 발견했다. 흐르듯 이어지는 단행본 만화와 달리 치고 빠지는 맛이 좋았던 그 만화를 좇아 웹툰계에 발을 디뎠다. 그 때 만난 네이버 웹툰 초창기에는 지금 같은 예쁜 만화보다 작가 별 특징이 뚜렷한 에피소드나 스토리가 중요한 서사물이 많았다. 김선권, 곽백수, 하일권, 조석, 워니, 지강민, 김규삼, 서나래, 김진.., 이 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매 년 함께 하며 네이버 웹툰과 함께 성장했다.

네이버가 슬슬 질리기 시작하면서 몇 년 사이 생긴 새로운 플랫폼에 자주 머물렀다. 그러다 2018년 4월 말, 초록 모자 네이버가 거의 하루에 한 편씩 신작을 우수수 쏟아내는 기행을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알고 있었던, 베스트 도전 시스템을 통해 연재작을 승격시키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스카우트하는 형식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양이었다.

그렇다면 웹툰계가 굴러가는 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10년 넘게 웹툰을 보며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시작된 웹.만.사 돋보기!



01 네이버 웹툰 대량생산 사건의 전모 : 밤토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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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인 밤토끼였다. 직접 구운 쿠키나 황금 코인을 통해 유료 만화를 보았던 입장에서는 잘 몰랐던 이곳은 지금까지 국내 웹툰 9만여 편을 업로드하며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어 왔다. 부산 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밤토끼가 불법 광고로 총 9억 5천만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두고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물론 네이버 입장에서 열심히 관리한 작품들이 불법복제 된 것이 화날 일이긴 하지만 이것이 신작 대량생산과 관련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자료조사를 하다 만난 웹툰 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답은 트래픽이었다.

정상적으로 네이버가 가져야 하는 트래픽이라는 몫이 밤토끼라는 틈을 통해 줄줄 새었다. 다행히 일당은 체포되었지만 이들로 인한 피해가 웹툰 업계 추산 2천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네이버는 웹툰계 1등인만큼 저 피해액 역시도 큰 지분을 갖는다. 연재수익이나 창작자의 의욕저하와 같은 문제도 있지만 당장 급한 것은 떨어진 트래픽이었다. 초록 모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 결과 4월 25일부터 5월 25일 한 달 사이 무려 26개(!!) 작품이 새롭게 올라온 것이다.

신작 대량생산의 배경이 밤토끼였다면 그것이 가능하게 한 동력은 웹툰 시스템이었다. 무려 26개 작품 중 19개 작품이 에이전시와의 계약 작품이라는 것이다. [작가-플랫폼-독자]라는 선적인 구조만 알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개입은 흥미로웠다. 방송연예계 뉴스에서 귀동냥으로 자주 들었던 에이전시가 웹툰에도 적용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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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일간 웹툰가이드)



02 나만 몰랐던 에이전시


에이전시는 간단하게 말해 작가의 대리인이다. 마치 드라마 속 변호사처럼 작가의 계약을 대리하여 처리하고 작품 창작, 유통, IP 활용 등을 보조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보통 계약의 10% 선에서 비용을 받는다.
박석환 평론가에 따르면 이 구조는 웹툰 산업 초창기부터 존재했다. 과거 주로 영상과 광고, 해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원작의 영상화나 캐릭터 활용권리 판매, 해외 수출 대행 등을 해왔다. 에이전시는 사업에 약한 창작계와 작가관리가 약한 산업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맡는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2009년에 창업한 케이코믹스가 있다. 이종수 대표가 국내 최초 웹툰 전문 매니지먼트를 만들기 위해 강풀 등 유명 만화가들과 함께 열었다. 작품이 있고, 그것을 누군가 선택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OSMU에 맞게 기획해서 다분야로 뻗을 수 있도록 만화가들의 매체를 만든 것이다.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들어가 봤지만 아쉽게도 작품 리스트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만 브랜드 웹툰과 카카오 이모티콘에서 익숙한 작품들을 보며 나이스진, 서나래, 곽백수, 최훈 등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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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케이코믹스 홈페이지)


또 다른 에이전시 투유드림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에 웹툰, 웹소설, 드라마 카테고리를 두고 있지만 베타 버전이라 웹툰만 소속 작품들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작년에 쇼박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카카오페이지, 코바코와 손잡고 총상금 1억 원 규모의 웹툰 공모전을 개최한 것을 보면 웹툰 투자제작사로 인정받는 곳일 텐데 이제야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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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유드림 홈페이지)



03 플랫폼은 가만히 있을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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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웹툰 플랫폼을 떠올려보면 대표적으로 네이버, 다음, 레진, 탑툰, 케이툰, 올레 웹툰 등이 있을 것이다. 각각의 양상을 뜯어보면 포털 플랫폼과 전문웹툰 플랫폼의 분화와 웹툰 콘텐츠의 복수 플랫폼 공급 등 이슈는 많지만, 이번에 다룰 것은 카카오페이지의 사업 다각화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을 읽다가 자꾸만 날아오는 알림 때문에 반강제로 접하게 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tvn에서 2018년 6월 6일 방영하여 7월 26일에 종방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드라마 제작진이 현대 로맨스물을 연재 플랫폼에서 발굴한,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런데 조금 더 조사해보니 재밌는 사실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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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에게는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으로 더 익숙한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총 1조 8천 700억 원에 카카오로 합병됐다. 당시에는 카카오가 공연음악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으로만 알고 넘겼던 일이 카카오의 큰 수였다.

2013년 런칭 했던 카카오페이지는 당시에는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다가 2014년 웹툰/웹소설 기반으로 적극적인 콘텐츠 마케팅을 벌이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카카오페이지의 원작 소설/웹툰이고, 드라마 제작은 CJ E&M 계열사의 스튜디오 드래곤이, 방영 플랫폼은 같은 계열사의 tvn이 맡았다.  작년 카카오는 스튜디오 드래곤과 공동 투자하여 드라마 제작사 ‘메가 몬스터’를 설립하고 올해는 스튜디오 드래곤에게 이 드라마의 제작을 맡겼다.

카카오M(구 로엔 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지, 스튜디오 드래곤, tvn

대기업이란 이런 것일까, 한창 인터넷 은행과 인공지능 개발에 관심 많은 줄 알았던 카카오는 부지런히 엔터테인먼트 쪽도 노리고 있었다.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다수의 IP를 확보하고 카카오M을 통해 음원 및 영상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고 콘텐츠 공룡 CJ E&M 계열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단순한 콘텐츠 유통망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획, 제작, 투자, 배급까지 책임지는 한국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카카오, 카카오페이지는 그 출발점에 있다.



04 에이전시, 플랫폼, 그리고?


웹툰 산업에는 작가, 에이전시, 플랫폼, 독자만 존재하지 않는다. 세분화하기 시작하면 작가부터 스토리, 작화, 3D 모델러, 채색, 어시스턴트, 콘티, 캐릭터/메카닉 디자이너, 디지털 효과 제작자 등 끝도 없다. 그러므로 간단하게 작가와 플랫폼, 에이전시를 제외하고 스튜디오,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를 좀 더 살펴보자.

스튜디오는 이미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예술작업 스튜디오 등으로 유명한 개념이다. 작업을 함에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 팀으로 활동한다. 아마 만화 계열에서 모두에게 친숙한 곳은 스튜디오 지브리일 것 같다.

매니지먼트는 단독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나 에이전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에이전시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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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웹툰 매니지먼트로는 와이랩이 있다. 이곳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슈퍼 스트링’ 유니버스를 기획하며 웹툰 독자들에게 꽤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작가 발굴을 위해 와이랩 아카데미를 설립하며 프로를 꿈꾸는 웹투니스트를 양성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 스튜디오, 에이전시, 매니지먼트를 포괄한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며 제작-유통-관리를 담당한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저스툰과 한국 코미코를 통합 운영하기로 결정한 NHN 엔터테인먼트, 레진 코믹스를 운영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이것 역시 매니지먼트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형태가 확장된 것이기 때문에 뚜렷하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투유드림은 에이전시에서 출발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 중이고 와이랩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직접적으로 OSMU에 제작참여하며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넓게 보면 카카오M 역시 웹툰을 포함한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볼 수 있다.





나에게 만화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추억이자 친구이다. 출판 만화가 지기 시작한 즈음에 만난 웹툰 역시 꿈과 우정(?)과 사랑(!)을 심어주었다. 이번 네이버 신작 사건 덕분에 늦게나마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알게 되어서 즐거웠다.


~웹.만.사 돋보기 끝~
(나중에 다른 이슈로 다시 웹툰계를 다룰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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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케이코믹스 인터뷰 https://www.komacon.kr/dmk/manhwazine/zine_view.asp?seq=2161

웹툰가이드 칼럼 https://www.webtoonguide.com/board/special_column/5785
한국웹툰대쉬보드 https://was.webtoonguide.com/dashboard

오마이뉴스 밤토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37315
일간 웹툰가이드 https://youtu.be/AmaZPDKJjiA

카카오M, 카카오페이지
https://brunch.co.kr/@businessinsight/41
https://entertain.v.daum.net/v/20170511151331849
http://news1.kr/articles/?2990610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807301502421&code=114

NHN 엔터테인먼트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569296&code=61141411&sid1=eco


[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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