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사랑이 무엇인가요? [전시]

글 입력 2018.08.0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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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에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은 하루였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색채의 마술사 혹은 예술계의 로맨티시스트? 이 정도의 칭호와 어릴 적 미술책에서 본 몇몇 작품이 내가 아는 샤갈의 전부였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누군가는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조금은 궁금한 마음을 안고 그를 알아보기 위해 전시장에 들어섰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색채의 마술사'라는 샤갈의 기존 칭호에 어울리는 작품들보단 색채가 강하지 않은 그의 판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샤갈의 모습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샤.알.못(샤갈을 알지 못하는)이었던 나에게 이번 전시는 샤갈에 대해 명쾌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기 보단 샤갈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그가 더 궁금해진 계기였다.



샤갈에게 묻다
샤갈, 사랑이 무엇인가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공부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사랑이다. 사랑은 수많은 노래와 영화, 그림들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만큼 인류에게 사랑은 중요한 것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흔한 것으로 느껴졌기에 사랑을 노래하는 것들에 크게 주의, 집중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묘하게 샤갈의 사랑에는 관심이 갔다. 로맨티시스트라는 그의 명성 때문인지, 무더운 날씨에도 전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인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유대인으로서 힘든 삶을 살면서도 사랑과 행복을 노래하는 삶을 살았던 그에게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그의 삶을 조각조각 담아낸 작품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랑은 두둥실 떠다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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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비현실적인 부분들을 종종 포착하게 된다. 여러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공중을 떠다니는 사람들도 그중 하나이다. 배경을 보나 다른 작품들을 보나 그가 초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현실적인 배경 속에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 이질적이었다. 가만히 그림들을 보다 보니, 이렇게 떠다니는 사람들은 입을 맞추고 있는 남녀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그리고 때로는 어른들도 기분이 좋거나 매우 행복할 때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런 표현처럼 샤갈에게 사랑은 중력의 법칙도 거스르고 하늘로 두둥실 떠오를 만큼 행복한 것. 둥실둥실 바람 따라 흘러가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사랑은 차가움 속에서도 포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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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림을 볼 때에도 자연스럽게 파란색이 많이 쓰인 그림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파란색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청량한 색이지만 한편으로 차갑고도 시리며 무서운 느낌을 주는 색이기도 하다. 샤갈의 그림 속의 파란색은 특히나 어둡고도 시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도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에 포근히 둘러싸여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은 시리고 위태로운 느낌보단 포근하고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샤갈에게 사랑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서로에게 기대어 쉬어갈 수 있는 것, 서로의 존재로부터 힘을 얻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전시회를 나서며

 넓은 전시장을 가득 채운 샤갈의 그림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다리가 아플 정도로 열심히 그림들을 보고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해보며 "사랑"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나 결론은 여전히 "사랑은 어렵고 잘 모르겠다"였다. 샤갈과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사랑은 오롯이 그의 것이지 나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이 전시의 주제 전부는 아니었고, 전시장을 나서면서도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으나 "샤갈"과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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