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글 입력 2018.08.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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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미술 작품을 멀리서 보는 편이다. 세세한 부분을 들여다보며 분석하려하기 보다는 먼발치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을 보이는 그대로 감상하며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 더 좋았다. 하지만 이번 샤갈의 작품들은 자꾸만 가까이 한걸음 다가가서 보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화려한 색채들이 돋보이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떠올리며 발걸음 했지만 흑백으로 그려진 삽화나 스케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런 그림들이 특히 그러했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던 숨어있는 그림을 찾는 재미, 쓱쓱 휘날리듯 그려놓은 스케치 속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제목이나 소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벨라를 향한 샤갈의 사랑, 그리고 연인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하나인 ‘연인들’을 비롯해 실제로 연인간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조국과 도시, 자연과 예술에 대한 좀 더 넓은 범위의 사랑 또한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프랑스의 시인 장 드 라 퐁텐의 걸작 <라 퐁텐의 우화>에 삽화를 그려 넣는 작업을 하였다고한다. 라 퐁텐은 그 우화를 통해 전원생활에 대한 애정과 즐거움의 미덕을 재치 있고 우아하게 써 놓았는데 샤갈의 삽화와 함께 우화를 하나하나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 중에서 ‘구두수선공과 사업가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기에 공유해보자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겁게 노래를 하는 한 구두수선공과 반대로 비단으로 몸을 감고 있는 부자이지만 노래하는 것은 드문 일이고 잠도 별로 자지 않는 사업가는 서로 이웃이다. 사업가는 하느님께서 잠을 팔지 않는 것을 원망하곤 했다. 어느 날 사업가는 구두수선공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고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그에게 필요할 때 쓰라고 큰돈을 주었다. 구두수선공은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처음으로 큰돈을 갖게 된 그는 자나 깨나 돈 생각에 노래와 웃음을 잃어버렸다. 잠도 그의 집을 떠나고 이제 그에게는 걱정과 의심과 경계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구두수선공은 이웃집의 깊이 잠든 사업가에게 달려가 말했다.

“나의 노래와 잠을 돌려주고 이 돈을 도로 가져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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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1937)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낯설게 느껴지는, 혐오와 증오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사랑을 말하는 샤갈의 예술은 의미 있어 보인다는 말을 프리뷰에 남겼었다. 역시나 전시를 보는 내내 마음이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그림들이 풍기는 분위기와 함께 음향, 조명, 벽지의 색감 등이 한 몫 한 것 같다. 특히 벨라와 샤갈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서로의 작품 활동에 긍정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보통 전시를 보고 나서 내가 느낌 감상이 가장 잘 담겨있는 물건 하나씩을 사오는 편이다. 이번 전시회를 보고는 역시나 색채적으로 풍성함을 느꼈고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 샤갈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악기와 염소, 그리고 비행하는 모티프가 담긴 ‘연인들’ 컵받침을 데리고 왔다. 테이블 한편에 놔두고 잘 사용하고 있는데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이 날 느꼈던 그 감상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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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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