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05. 맨 오브 라만차

I am Don Quixote, the lord of la Mancha! 나는 돈키호테, 라만차의 기사!
글 입력 2018.08.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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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Number)
: 작품에 수록된 개개의 음악적 분류.
작품을 구성하는 곡 하나하나.
 






NUMBER 05.
맨 오브 라만차
Man of La Man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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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Miguel de Cervantes
작사 : Joe Darion
작곡 : Mitch Leigh
극작 : Dale Wasserman
연출 : Albert Marre





국내에서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인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는 우리에게 친숙한 돈키호테(Don Quixote) 이야기이다. 작품은 극중극 형식으로, 교회의 세금징수를 주장한 세르반테스(Cervantes)가 신성모독으로 수감되고, 이후 죄수들 앞에서 자신이 창작한 돈키호테 이야기를 연극의 형태로 전달한다.

미치광이 시골 지주는 자신이 버젓한 기사라고 철석같이 믿지만, 이미 기사가 옛말이 된 시대에 그의 진지함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될수록 관객은 그의 진심을 점점 응원하게 된다. 분명 미친 사람의 헛소리인데, 왜 우리는 그가 포기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일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작곡가 미치 리(Mitch Leigh)는 넘버 전반에 스페인 음악적 요소를 풍부하게 활용하였다. 듣는 이의 가슴을 들썩이게 하는 플라멩코 및 볼레로의 이용은 넘버의 주된 구성을 이루며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1 지치고 질리는 현실에 살다,
“It’s All the Same”
_알돈자(Aldo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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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여주인공인 알돈자(Aldonza)는 돈키호테가 묵고 있는 여관의 하녀이자 매춘부이다. “It’s All the Same”은 그녀의 등장을 알리는 넘버로, 비참한 자신의 생활에 자포자기의 태도인 그녀를 여과 없이 그리고 있다.

넘버 내내 계속되는 남자 앙상블과의 퍼포먼스는 이러한 그녀의 현실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현한다. 알돈자는 침을 뱉고 거친 언행을 보이면서 그들의 조롱을 물리치려 하지만, 남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녀를 존중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앙상블의 개별 혹은 전체 퍼포먼스로부터 그들이 그녀를 그저 성질 있는 성적 노리개 정도로 취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돈자 역시 이러한 자신이며 비굴한 인생이 싫지만, 아무것도 가진 게 없기에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그저 만신창이 삶을 살아간다.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더 이상 어떤 희망도 품지 않으려는 것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녀의 상태가 드러나며, “그래도 선택은 내가 한다”는 대목에서 세운 마지막 자존심이 돈다발을 내보이는 남자로부터 짓밟히며 넘버가 마무리된다.

 
알돈자 (2).jpg
 

알돈자(ALDONZA)

So do not talk to me of love.
I'm not a fool with starry eyes.
Just put your money in my hand.
And you will get what money buys!

그러니 나한텐 사랑을 이야기하지마.
별처럼 눈을 반짝이는 멍청이는 아니니까.
그냥 돈이나 내 손에 쥐여 줘.
그러면 그 돈이 살 수 있는 걸 줄 테니까!







#2 오 나의 레이디,
“Dulcinea”
_돈키호테(Don Quix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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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ll the Same”으로 알돈자가 소개되고 이어지는 넘버로, 돈키호테가 그녀를 보자마자 고귀한 공주, 둘시네아(Dulcinea)로 착각하여 바치는 곡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매춘부 알돈자를 ‘레이디’라며 열창하는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놀림감이 되고, 알돈자는 웬 미치광이 할아버지가 자신의 꼴을 우습게 만드는 것을 기분 나빠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전 처음 받는 공주 대우가 낯설고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돈키호테가 알돈자를 둘시네아로 착각하는 것은 극 중 그의 “미친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친” 그가 보여주는 “진심”이다. 넘버만 놓고 보면 참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기사로서의 충성과 경배를 가득 눌러 담은 곡이다. 그 웃음바다 속에서 너무나 완전한 진심을 보게 된 순간 우리는 지금 미친 대상이 과연 돈키호테일지, 아니면 그를 제외한 나머지일지 생각하게 된다.

돈키호테가 극 후반부에서 정신이 돌아와 더 이상 알돈자를 공주로 알아보지 못하자, 그녀가 직접 부르는 Reprise를 통해 해당 넘버는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전까지는 그만의 외침이었던 것이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재현되어, 그녀 또한 그의 진심과 뜻을 함께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희망으로 대변되는 돈키호테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녀가 삶에 대해 갖는 태도 역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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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DON QUIXOTE)

I have dreamed thee too long.
Never seen thee or touched thee,
But known thee with all of my heart.
Half a prayer, half a song,
Thou hast always been with me.
Though we have been always apart.

그대를 정말 오래 꿈꿔왔어요.
그대를 본 적도, 만져 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그대를 알고 있었어요.
절반은 기도로, 절반은 노래로,
그대는 늘 저와 함께였어요.
아무리 우리가 늘 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말이에요.







#3 그럼에도 꿈을 꾸다,
“Impossible Dream”
_돈키호테(Don Quix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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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실이 아무리 고되고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끝없이 꿈을 꾼다. 작품의 대표곡인 돈키호테의 “The Impossible Dream”은 이 같은 메시지를 희망찬 어조와 더불어 확연한 분위기의 고조 속에 전개하고 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결연하게 노래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광인이라기보다, 누구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사람을 보는 듯하다.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그의 의지는 더욱 힘을 갖는다. 설령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더라도 우리는 그저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무조건적인 그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이 말하는 것은 손 놓은 현실 수용과 이에 따른 방법 모색이 아니라, 현실 인식을 동반한 ‘살아갈 힘’이다. 그럼에도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노인으로 돌아간 돈키호테가 정신을 되찾으며 부르는 Reprise는 해당 메시지가 극대화되어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은 비록 크게 상심했을지라도 다시금 일어나 힘차게 노래하는 그를 극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우리는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한 그로부터 또 한 번 철저한 현실을 마주하지만, 가장 완연해진 의지를 전달받아 극장을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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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DON QUIXOTE)

This is my quest to follow that star.
No matter how hopeless, no matter how far,
To fight for the right,
Without question or pause.
To be willing to march into hell,
For a heavenly cause!

이것이 저 별을 쫓을 내 도전이오.
아무리 절망적이고, 또 아무리 멀지라도,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오.
의문도 주저함도 없이.
기꺼이 지옥으로 행군할 것이오.
저 하늘의 소명을 위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넘버 리스트

1. Overture
2. Man of La Mancha (I, Don Quixote) – Don Quixote, Sancho
3. It's All the Same – Aldonza
4. Dulcinea – Don Quixote
5. I'm Only Thinking of Him – Antonia, Padre, Housekeeper
6. I Really Like Him – Sancho
7. What Does He Want of Me? – Aldonza
8. Little Bird, Little Bird – Muleteers
9. Barber's song – Barber
10. Golden Helmet of Mambrino – Don Quixote, Sancho & Barber
11. To Each His Dulcinea – Padre
12. The Impossible Dream – Don Quixote
13. The Combat (instrumental) – orchestra
14. The Dubbing – Innkeeper, Aldonza & Sancho
15. Knight of the Woeful Countenance - Innkeeper
16. The Abduction – Muleteers
17. Aldonza – Aldonza
18. Knight of the Mirrors (choreographed instrumental sequence) – orchestra
19. A Little Gossip – Sancho
20. Dulcinea (reprise) – Aldonza
21. The Impossible Dream (reprise) – Aldonza & Don Quixote
22. Man of La Mancha (reprise) – Don Quixote, Aldonza & Sancho
23. The Psalm – Padre
24. Finale Ultimo: The Impossible Dream (reprise)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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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점차 돈키호테를 만난 인물들이 그의 진심에 동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그를 제대로 상대해 주는 자라고는 “그냥 그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시종 산초(Sancho)뿐이었지만, 영주가 되어 기사책봉식을 진행하는 등 그의 장단을 맞춰주는 여관 주인이나 나아가 그와는 정반대의 삶의 태도를 가져온 알돈자까지 그 진심에 반응한다. 이는 극 중 세르반테스가 죄수들에게 연극으로 호소하고 그들을 동조시키는 것이나, 작품이 독자를 이끄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로써 터무니없다고 생각한 것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마법 같은 힘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또 강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다. 가끔은 그저 “무조건적 희망”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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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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