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가까이에서 마주한 그의 삶 -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

글 입력 2018.08.07 09: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80807_000602876.jpg
 
 
최근 계속 하늘이 지나치게 청명했다. 찌듯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 마냥 방황하다가 어디로 갈 곳 찾지 못하고 힘겨워하길 수백번. 사실 이런 여름에는 다른 곳이 아니라 실내에만 있어야 한다. 멀리 갈 필요 없다. 특히나 가만히 거닐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갤러리의 경우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금상첨화.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이 날은 특히 예술의 전당에 놀러가기 참 좋은 날이었다. 샤갈을 만나기에 우연도 필연도 모든 전제 조건이 다 갖추어진 날. 룰루랄라 손을 맞잡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지금 예술의전당에서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을 오는 9월 26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샤갈의 가족이 직접 기증한 삽화 등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특히 사랑이 넘쳤던 샤갈의 삶에 주목함으로써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전에는 미술 책에 등장하던 한 명의 작가로서 그를 바라봤다면 이 전시를 통해서는 샤갈이라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그가 남긴 작품에 담긴 일상 속 메세지를 통감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180807_000603308.jpg

KakaoTalk_20180807_000603724.jpg


아쉽게도 내부 촬영은 금지된다. 직접 사진으로 담아오진 못했지만 간략하게 구성을 설명하자면, 가장 먼저 샤갈 그 자체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돕는 '초상화' 파트를 시작으로, 사랑과 연민으로 가득했던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나의 인생' 파트가 이어진다.

아울러 그가 사랑의 화가라고 불리는 계기가 되었던 사랑의 그림을 담은 '연인들' 파트, 그의 본질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유대교에 대해 작화적 해석을 볼 수 있는 '성서' 파트, 말년에 이르러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 가졌던 주제를 설명한 '죽은 혼' 파트 등이 이어진다. 그리고 전시 후반부에는 '라퐁텐의 우화' 파트를 통해 샤갈 특유의 고급스러운 판화 기술과 감각적인 삽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벨라의 책' 파트에서 실제 그녀가 작성했던 자서전, 샤갈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이에 따른 샤갈의 사랑스러운 삽화를 느끼며 전시를 마무리하게 된다.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그렇게 부각된다기 보다는 샤갈의 삶 전반을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였다. 그의 영원한 뮤즈였던 벨라의 이야기나 사랑 자체에 대한 그림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점이 좀 아쉬웠다. 다만 그만큼 샤갈이라는 사람 자체에 심도 깊게 접근할 수 있어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선사하는 듯 했다.


IMG_4866.jpg

IMG_4875.jpg
 

샤갈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 무서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늘 자유롭고 과감한 붓터치와 깊이 있고 풍부한 색채를 즐겨 사옹했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 작품의 경우 채도 낮은 작화들을 볼때 조금 무서운 기분마저 느껴졌었다. 그 기분은 그가 연인들을 그린 작품을 봐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 전시를 보고 나니 비로소 샤갈의 작품 세계가 이해됐다. 그는 그 모든 터치 하나에 인간에 대한 따듯한 연민과 관심,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삶이 어떤지 몰랐다가 설명을 듣고 나니 그림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비춰졌다. 신기한 경험이다. 전시 중 특히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여기에 있는데, 다른 전시와는 달리 전시장 내 공개된 텍스트 양이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더 많다. 그의 그림 속 대상들이 갖는 상징,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했기에 깊이 있는 이해를 이룰 수 있었고, 또한 그의 벨라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애틋하고 짙었는지를 느끼며 마음을 감성으로 가득 채우게 됐다.

샤갈을 새롭게 알도록 도와준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 아름다운 색채와 상징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아스라한 형상 속 따듯한 감정이 물씬 느껴져 참 좋다. 알면 알수록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이 한 주는 그의 작품 세계 속에 빠져 행복하게 헤엄쳐보려 한다.


[신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