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니키 드 생팔' 展

글 입력 2018.08.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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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니키 드 생팔 展

Niki de Saint Phalle, Buddha, 1999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예술이 개인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 사례는 많다. 고통과 상처를 예술로 치유한 사례도 많다. 다만, 완전하게 유명해진 뒤라야 주목받음에 알려진 사례는 언제나 위대한 예술가, 유명한 예술가에 국한된다. 예술이 가진 힘 중 하나가 그 행위 과정에서 얻는 치유라 한다면, 니키 드 생팔은 그 영향을 제대로 받은 작가라 할 수 있겠다.

니키 드 생팔과 그의 작품에 대해 언급할 때 반드시 동반되는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자행했고, 성인이 된 이후 결혼 생활 또한 순조롭지 않아 성장과 변화의 시기마다 상처받고 고통받았다는 이야기가 그것으로, 이 고통과 상처의 요인들이 예술과 만나 결과적으로 그만의 고유한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극대화된 화려함과 환상적인 색채로 치환시킨 가슴속 깊이 쌓아둔 얼룩들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작품 형성의 인과관계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도 그의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의 공법이 떠오르는 조각조각을 이어붙인 거대한 조각들과 예술가가 된 이후 초기에 작업한 사격 회화(shooting painting), 타로카드에서 영감을 얻어 보다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조각들, 그의 오랜 팬이자 후견인 요코 마즈다 시즈에(Yoko Masuda Shizue)에게 보낸 그림 편지들, 그리고 그의 예술적 사상의 귀결이라고도 볼 수 있는 타로공원까지... . 모든 작품에 완전한 아이덴티티가 있고, 뚜렷한 원인이 있고, 그에 대한 결과는 반복적인 기법들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니키 드 생팔의 고국인 프랑스에서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10년 전 퐁피두센터의 분수대 안에 화려하게 자리 잡은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사실 사전에 그 작품과 작가가 세계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갔던 터라 대단한 놀라움은 없었다. 그럼에도 실물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고 마주한 장소가 작가의 고국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제법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아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비로소 한국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많은 작품을 보게 되었지만, 그 오랜시간 동안 변함없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던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가진 특유의 에너지와 느낌 때문이다. 아예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알게 된다면 잊기는 힘든, 작품이 가진 명확하고 독특한 아이덴티티. 이 아이덴티티가 작가의 상처와 고통이라는 배경이 받쳐져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고, 요코와 같은 후견인의 지속적인 애정과 지지 덕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평탄한 인생 안에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못했을 응집된 집중력이라는 생각을 하고 보면, 고통이 없는 예술이 얼마나 힘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물음마저 들어온다.

단언컨대 이 전시, 볼만하다. 잘 아는 이라면 잘 아는 이대로, 처음 접하는 이라면 처음 접하는 신선함으로 쉽게 찾아오지 않는 한국에서의 전시로 편안하게 감상할 기회를 꼭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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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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