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뜻대로 안되는 세상 - 페스트 [연극]

"세상 참 뜻대로 안 돼"
글 입력 2018.08.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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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페스트>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가 발견된 이후, 사람들이 죽고 도시가 폐쇄되면서 사람들이 겪는 공포와 부조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페스트로 인해 죽거나 병에 걸린 서로를 죽이거나 스스로 자살하기도 한다. 페스트에서 드러나는 죽음은 누구에게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아이의 죽음은 절망적이었고, 계속해서 쌓여가는 시체들은 거대한 장벽처럼 막막하게 느껴졌다.

결국, 페스트는 사라지게 되지만 남은 건 거대한 장벽뿐이었다. 소설과 다르게 연극을 한국적으로 표현했다. 연극에서 장벽이 드러나는데 이 장벽은 현재 한국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장벽이 엄청나게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도구로써만 사용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장벽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벽과 관련하여 풀어낼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다. 장벽이 있어서 외국의 고전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페스트>에서 리유라는 인물은 당시의 젊은 리유와 현재의 늙은 리유로 나온다. 둘은 연극 내에서 인물과 서술자로 나오게 된다. 둘이 마주치는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늙은 리유가 연극을 해설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아쉬웠다. 모든 것을 해설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설이 나올 때마다 극의 흐름이 끊겼다. 이 기법이 관객들의 생각을 막을 뿐만 아니라 연극 페스트를 가두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 인물로만 등장하여 관객들이 생각할 틈을 주면 더 좋은 연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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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에서는 무대장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각기 다른 크기의 창문들을 통해 마을을 형상화하고, 계단을 깔아 만든 무대가 좋았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무대 가장 안쪽에 있던 커다란 수족관이다. 다양한 인물과 상황들이 수족관을 통해 몽환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다양한 상황들이 생생하게 묘사될 수 있는 무대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는 “세상 참 뜻대로 안 돼” 라는 대사였다.

연극 내에서 살기 위해 발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낼 뿐만 아니라 연극 밖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사였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을 꿈꾸고 노력하지만 연극 내에서 나온 대사처럼 끝없는 패배를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연극의 스토리보다는 대사들이 매력적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현실적이었고 적나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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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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