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 색채의 마술사

글 입력 2018.08.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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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은 삽화, 드로잉, 판화 등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하는 예술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지며 예술의 길을 걸으면서도 어렸을 적의 기억을 예술의 한 재료로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던 그런 예술가인 사람이었다. 그는 색채, 선과 표면을 자유롭게 다루면서 색조 그 자체의 느낌을 유지하며 원본 컬러를 흑백 매체로 전환하는 데 탁월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는 판화를 줄곧 찾아볼 수 있는데, 과연 그는 이에 대한 대가였다.

*

전시장에 들어가는 장막을 열면, 그가 한 없이 사랑한 벨라의 모습이 보인다. 위대한 화가들은 최선을 다해 사랑을 이룩하고 발산하는 것 같다. 자신의 뮤즈를 작품에 표현한다는 것은 얼마나 로맨틱한 지. 전시 첫 파트에서 한참 서서 감상했다. 아마 필자를 비롯해 여타 다른 관람객들도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일 인상 깊었던 <비테프스크 다리 위에서>라는 작품이다. 생전 벨라가 쓴 자서전에서 언급하길,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모자 하나가 눈앞에 서 있었다.” 라고 말했다. 이를 그대로 그림으로 재현한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그들의 첫 만남을 그림으로 보니 생생하게 머릿속으로 다시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림 아래에는 ‘마법같이 흥분되는 첫 만남’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참 적절한 설명이 아닐까. 샤갈이 불필요한 부분이라며 과슈라는 소재로 그림의 일부분을 지운 것은 좀 아쉬웠다. 오히려 작품을 헤쳐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선택이지만.

샤갈의 그림에는 자전적인 상징이 3가지 있다. -한 명의 화가, 고상한 개인, 확신에 찬 젊은 지성인- 예술을 하는 그는 몇몇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다른 나라에 머물면서 국적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도 교제함으로써 그의 사고는 점점 더 넓어졌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가족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집 비테프스크를 기억한다. 샤갈의 뿌리는 유대인이며 바로 그곳이 고향이기 때문에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비테프스크 위에서>는 갈 곳 없는 유대인이라는 자아인식이 표현되어 있어 제 1차 세계대전 속 그의 혼란스러운 정신을 보여준다. 계속 보니 절로 그곳에 다녀온 듯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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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첫 번째 시리즈는 마치 꿈결 같은 분위기였다. 흑백의 섬세한 그라데이션 아래 담녹색, 군청색 등 신비한 색들이 그들의 비행을 꿈같이 보여준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표현할 때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다. 이에 대해 그가 남긴 말이 있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 Marc Chagall


예술작품에 개인적 가치관(사랑, 종교, 가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샤갈은 예술작품이 명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너무 명확하면 그들은 예술감각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게 항상 우리는 예술에 대해서 ‘정답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개인의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예술이야말로 정말 각자가 느끼는 예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편협한 가치관으로 재단되지 않은 그의 가치관과 작품, 사랑으로 인해 따뜻한 마음을 한아름 얻고 가는 전시였다. -눈도 마음도 즐거웠던 시간.


[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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