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 [시각예술]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며
글 입력 2018.08.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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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피서지는 시원한 물이 있는 곳이다. 계곡, 바다, 수영장에서 열기를 가라앉히며 여름을 보낸다. 8월. 여름의 절정을 맞이해 휴가를 가지 못한 아트인사이트 가족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 바로 ‘수영장 시리즈’를 그린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이다. 작품에 표현된 물의 움직임, 햇빛, 가벼운 옷차림 등은 감상자들로 하여금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호크니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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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는 영국의 팝 아티스트이다. 회화와 사진을 통해 20세기 미술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 작가이다. 그는 미술계에서 ‘공감각’이 뛰어난 작가로 불린다. 평면적인 감각을 초월해 다차원적인 감각을 작품에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예술가로서 그의 위치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의 회화와 사진에 느껴지는 감각의 전이는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지금까지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 미국에서는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했다. 무엇을 그리는지 보다 그리는 행위에 중요성을 두었던 시기에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담담히 표현했다. 자신의 집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을 묘사하고, 야자수와 풍경 등을 그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흐름에 자신의 작품을 맡기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작품을 맡겼다. 차별화된 그의 작품은 인정받게 되었고, 자유주의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런 그를 과연 팝 아티스트로 귀속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그는 동성애자 예술가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엔 청년이 나체로 수영하는 모습, 다수의 청년들이 샤워를 하는 모습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영국에선 그의 정체성을 반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로 정착하게 된다.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캘리포니아의 해변에 마음껏 표출하며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수영장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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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Bigger Splash >, 1967


작품 이름은 < A Bigger Splash >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큰 첨벙!’이다. 제목 그대로 다이빙 대위에서 뛰어내려 ‘큰 첨벙’이 느껴진다. 단조로운 색 배치에 역동성 있는 물의 표현은 이목을 사로잡는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수직의 선으로 모든 것들이 묘사되어 있다. 다이빙 대, 건물, 나무 기둥들이 반듯반듯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사이의 물방울의 궤적만이 곡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정적인 그림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물은 그림의 중심을 차지한다.

작품은 찰나의 순간을 표현했다. 바로 직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또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 무엇에 집중해야할지 더욱 의문을 품게 한다. 작품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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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 1966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물에 대한 관심과 함께, 동성애적 성향을 느낄 수 있다. 수영장에서 일렁이는 물의 움직임을 하얀 곡선으로 굵게 표현했다. 새롭기도 하고, 이런 표현이 재밌기도 하다. 역시나 파랗고 하얀 전반적인 색은 맑음, 시원함, 푸름 등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한 피터라는 인물은 한때 호크니의 연인이었다. 피터가 호크니의 그림을 중개하던 미술상의 저택에 딸린 수영장 밖으로 막 나오는 모습을 포착해 그려냈다.

나는 이 작품을 감상하며, 호크니의 감정에 주목해보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 순간을 그려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했던 찰나, 그의 몸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을 그 찰나를 작품화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느 연인들의 관계처럼 아름다운 둘의 행복한 한때를 추억했을 것이다. 전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그가 느꼈을 행복감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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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rtrait of an artist >, 1972 


이 작품의 제목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예술가의 초상’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아마 데이비드 호크니 자신일 것이다. 빨간 재킷을 입은 호크니는 물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호크니를 내려다보고 있다. 현실 속의 자신과 욕망이 실현된 자신을 하나의 화면 안에 그려냈다. 여유로움을 누리는 미래의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물질적인 것, 호화로운 소비문화 형태에 비판의식을 갖게 했다. 현대인들이 속물적인 욕망에 집착하여 미처 깨우치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모른다. 약자들의 불행, 사랑, 주체적인 삶 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미술 작가로서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포착하고 관람객들에게 경계심을 일깨워 준다.

*

수영장 시리즈는 그가 주목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먼저, 작품 표면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수영장과 물에 대한 강한 관심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순간에 따라 물의 움직임의 표현이 달라지고 환경에 따라 묘사 방식이 달라졌다. 잔잔하게, 역동적으로,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일렁이는 모습 등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내적으로 주목했던 동성애자의 사랑, 물질주의 욕망에 대한 비판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현대의 예술가로서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했다.

호크니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히 수영장 안에 띄웠다. 그가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는 고요한 작품 속에 전해지는 고요하지 않은 이야기 즉 ‘반전’ 때문일지 모른다. 항상 화두에 오르는 동성애의 이야기, 물질적인 것에 가려져 놓쳐버린 것들 등을 인식시켜주며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수영장 시리즈를 감상하며 호크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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