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 '오래된 미래'가 궁금합니다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글 입력 2018.08.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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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알고 있을 뿐인
그 '오래된 미래'가 궁금합니다.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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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전시회 소개 끝에서 내가 작게 외친 함성이었다. 느낌표도 없이, 와. 전시회 소개를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게 쌓여 어떤 생각이었는지조차 정의 내릴 수 없어 겨우 외친 말이기도 했다.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첫인상에 그저 '이건 가야해!' 혹은 가고 싶다는 마음보다 궁금하다는 마음이 훨씬 커 버려진 전시회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나는 그 '궁금한 마음', 다른 말로는 '막연함'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프리뷰는 전시회를 가기 전 그 막연한 마음과 함께 끼어드는 이런저런 생각의 편린들을 한번 적어보는 글이 될 것 같다.



은하철도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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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jimatsumoto


나는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를 보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은하철도 999'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지만' 정말 알고만 있는 애매한 사람이 나였다, "은하철도 999? 그거 옛날 만화잖아"까지만 말할 수 있는.

그러니까 '은하철도 999'라는 차(tea)가 있다면, 나는 누군가처럼 뜯어서 우려보지 않았으며, 다른 누군가처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와 그런 만화가 있어요?'라고 놀라움과 함께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누가 내 기억에 넣었는지, 기억 어딘가에 투박한 작은 종이 티백처럼 굴러다니는 무엇인가였다. 그래서 포스터를 보자마자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전시회의 내용을 어떤 감회로 감상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정말 알고 만 있는 미지의 세계라서 상상하지 못한 것을 보고 올 수 있지 않을까? 라며 또 다른 마음을 꺼냈다. 갤럭시, 정말 전시회의 첫인상은 갤럭시였다. 저 멀리 막연한, 알고는 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 그러나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아 시선이 끌리는 은하수. 이 호기심의 마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래된 미래"


고민하면서 포스터를 보다가 단어 하나에 생각이 멈췄다. 오래된 미래, 미래가 오래될 수 있구나. 모순된 단어들의 만남인 것 같지만 여기서는 이해된다. 오래됐다, 나는 아니지만 아마 많은 이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어떤 미래 이야기'로 남아있을 만화라는 것을 기억해본다. 아, 어쩌면 알고만 있는 나에게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습관이 튀어나와 만화에 대해 곱씹어보니 말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만화는 정말 하나의 세계구나, 미래라고 할 수 있으니까. 갑자기 만화라는 것이 가진 세계관이 생경할 만큼 더 거대하게 느껴졌다.



많은 모습을 담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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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실’ ©갤럭시오디세이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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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y X/Y’ w/장인표 ©갤럭시오디세이 展


'종합 전시회'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아트전, 전시회의 주인공을 오마주한 작품이 있는 전시회라고 하지만 아카이빙 전시까지 포함한다. 미래를 말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주인공이지만 현재의 해석도 포함한다. 그리고 관람 대상에 제한이 없다, 남녀노소 모두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면서 함께 즐기길 바라는 기획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전시회다. 이런 다양한 범위를 담은 전시회가, 우선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많은 전시회들은 항상 어딘가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이분법적으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떠오르는 대로 말해보자면 내용이 가볍거나, 무게가 있거나. 혹은 감각적인 즐거움이거나, 숭고한 예술작품과의 만남이거나. 젊은 층을 위하거나, 어린이를 위하거나, 중년과 노년층을 위하거나. 가끔 가다 여러 무게를 담으려다 이상하게 기울여져 버린 전시회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오디세이展 소개를 읽으면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것을 담으려다 무너지는, 그런 우려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우려가 안 느껴졌다는 것은 단순히 '괜찮아 보여' 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벌써부터 생각해보기엔 '아직은 막연하다'는 의미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그 이유는 굳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 궁금하다, 그 공간은 지금 내가 느끼는 것처럼 정말 잘 이루어졌는지. 내가 갤럭시오디세이展을 가기로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



<갤럭시오디세이展 : 마츠모토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는 일본의 국민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의 탄생 80주년 특별전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크게 흥행한 '은하철도 999'를 다루고, 작가의 우주관을 오마주한 미디어아트 전시다.

- 전시회 소개 中


전시회를 가기로 결정하고 다시 전시회 소개를 읽으면서 그나마 익숙한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에만 마음을 두는 것에서 벗어나 그 세계를 만든 작가로 시선을 이동했다. 그리고 어쩌면 전시회의 진짜 중심인 마츠모토 레이지 작가를 처음 알았기에 더 귀를 기울이려 했다. 처음 만난, 다른 장르도 아닌 만화를 창조하는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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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jimatsumoto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후세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그것은 제게 중요한 일입니다."

- 마츠모토 레이지


전시회 소개의 처음에 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유한하다는 삶의 한계를 그는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남기고 전하는 삶이라는 가치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는 오래된 미래라 칭할 수 있을 만큼의 세계를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긴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만화 마니아가 아니라서 잘 만들어진, 흔히 말하는 명작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잘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만화의 놀라운 부분은 바로 한 '세계관'으로 형성된 배경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건들과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만화의 요소들이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요소들을 하나하나 창조하여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흐를 수 있는 세계로 만드는 작가의 창조가 놀라웠다.

하나의 세계가 창조되고 만화로서 그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 그것이 현실이 아닌, 비현실을 이야기 할 때는 어떻게 보면 더 온전히 분리된 또 다른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하나의 '실재하는 세계'가 작품이 되는 장르가 바로 만화인 것이다. '진짜 현실'에서 실재를 말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추억에 진한 흔적으로 실재할 수 있는 세계라는 맥락에서 말이다. 다시 생각해봤다,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그저 단순한 상상이라기에는 더 대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한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세계와 그것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만화 작가가 위대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용산 전자상가(나진상가 12-13동)


전시회 하면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은 미술관 혹은 전시회 전문 공간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용산 전자상가다. 신기한 것은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처음에 이 전시 소개를 읽을 때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나진상가 12-13동)에서 개최된다"를 읽고 전혀 생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은하철도 999'의 세계가 꼭 맞는 공간을 찾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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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회색빛 도시를 배경으로, 투박하고 다소 난해한 전자 상가의 작고 빽빽한 간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크기로 갤럭시오디세이 전시회 간판이 걸려있는 사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전자상가 사이에 전시회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만남이 사진으로 보니 뭔가 너무 잘 어우러져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곳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런 공간의 전환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생각 못한 장소로의 변화였지만 한 마디로 정말 '찰떡' 같이, 기존 생각과 달리 원래 그래야 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어울리는 모습이 말이다.


나진상가는 1980년대 후반 조성된 용산전자상가는 국내 최대 규모 전자제품 유통 단지이다. 1980-90년 국내 전기/전자제품의 메카로 ‘한국의 아키하바라’라 불리웠다.
(*아키하바라 = 일본 도쿄의 오타쿠 문화의 성지이며, 전기 전자마켓을 넘어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디지털 콘텐츠 마켓의 중심구역)

- 보도자료 中


공간에 대한 소개를 자료를 통해 접하니, 전시 공간의 변화는 그냥 시도한 것이 아닌, 의미 있는 변화라는 생각과 나의 직감이 단순하게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확신의 이유를 말하기에는 '전자상가', '국내 전자 제품의 메카', '한국의 아키히바라', '은하철도 999'라는 단어들이 뭔가 같은 색을 띠는 것 같다는 막연한 이유뿐이다. 논리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일단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전시회를 가면 그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시 공간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린 전시회도 처음 만난 것이었다, 이 전시회를 갈 기회를 놓치긴 싫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직접 가면 어떤 느낌일지 또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이 만남이 이루어진 공간을 기꺼이 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 '오래된 미래'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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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jimatsumoto


글로 정리하니 더 호기심이 커진다. 이 정도로 다른 이유도 아니고 '궁금해서' 가고 싶은 전시회도 처음이었다. 전시회 주제에 대해서 애매한 위치에 선 나의 특성은 이 낯선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보니 나는 '오래된 미래'만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전시회 자체도 너무 궁금하다. 방식으로는 아카이빙, 작품(오마주), 체험 공간. 작품으로는 음악, 일러스트, 미디어, 공간. 이 모든 것을 기반 한 주제는 오래된 미래를 다시 조명하려는 현대적 시선과 기술과의 만남인, 꽤나 많은 것들이 놓여 있는 전시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니 마음의 준비도 조금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스쳐간다.

그리고 처음에 썼던 것처럼 막연한 '은하수'처럼 느껴지는 것들을 어떻게 느끼고 올지, '나'의 감상도 궁금하다. 프리뷰 끝에서 전시회를 통해 만날 '오래된 미래'를 경험하고 온 나의 리뷰는 어떤 내용을 말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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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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