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러브 & 라이프 展 - 사람, 사랑
전시와 작품, 그 전에 사람이 있습니다.
글 입력 2018.08.0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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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화가는 죽어서 작품을 남긴다. 그래서 전시에는 화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작품만 있다. 그런 전시는 늘 허전했다. 작품은 완성되는 순간 화가의 손을 떠나는 것이고 화가의 소유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또 창작자와 작품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말도 많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작품을 볼 때마다 만든 사람의 속사정이 궁금해지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호사가이기 때문일까.평소에 전시를 즐기지 않는 내가 이번 전시를 신청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샤갈의 작품, 색채의 조화와 그 예술성을 드러내기 전에 이 전시의 주제가 그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기 때문이다. 마르크 샤갈을 잘 모르던 내가 전시를 다녀와서는 어느 유명한 화가 '마르크 샤갈'이 아니라, 한 여자를 일생을 바쳐 사랑한 한 남자 '마르크 샤갈'을 알게 되었던 것은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그의 곁을 먼저 떠난 벨라를 평생 잊지 못한 샤갈이, 그녀를 추억하며 그린 연인들의 모습, 그녀가 즐겼던 당시의 풍속과 사람들의 삶의 기록 등. 한 여자를 향한 애절한 사랑의 스토리를 알고 나서는 한 작품 한 작품을 쉬이 지나칠 수 없었다.우리는 이야기에 끌린다. 이야기 인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스토리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드러나는 이야기에 가장 쉽게 공감하고 빠져든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전시는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 않을까 싶다.고은 시인의 미투 폭로 이후에 더욱 불거진 '과연 창작자와 작품을 어느 정도로 떨어져서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답을 내리기 참 어렵다. 머리로는 예술 작품과 창작자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은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작품을 멀리 하게 된다. 그게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꺼리게 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작품 뒤의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어두운 삶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의 노래를 멈추지 않았던 샤갈의 삶을 오롯이 담은 듯한 그의 작품들은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 자체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자신의 삶과 작품의 메시지를 일치시키는 삶의 자세, 비록 그 삶이 시련으로 가득할지라도 끊임없이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샤갈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전시회에서 돌아왔지만 내 마음속에는 작품보다 마르크 샤갈이라는 한 사람이 남아 있다.[백광열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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