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lnerant] 나는 불편하다 03

글 입력 2018.08.1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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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얘기했듯이 나는 탈코르셋(이하 탈코)을 한 사람이다. 사실 100% 한 것은 아니고 80%정도 했다. 학교를 가거나 혼자서 어디 외출을 할 때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얼굴에 무엇 하나 찍어 바르지 않고 그냥 나가지만(사실 피부병 걸리기 싫어서 썬크림까지만 바른다), 친구나 지인을 만날 때에는 전혀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탈코를 하기 전에 그렇게 신명나게 해댔던 눈화장, 볼터치, 풀립 같은 진한 화장은 절대 하지 않고 렌즈+피부화장+립밤만 바르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것 마저 다 놓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조금 자존감이 부족한지 누군가를 만날 때 안경만큼은 버리기가 힘든 사람이다. 혼자 다닐때는 그냥 끼고다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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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친구도 없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일이 정말로 없다. 다이어리를 살펴본 결과 저번 7월달에 혼자 외출한 것을 제외하고 사람을 만난 날은 31일 중 4일. 4일 중에서도 하루는 학기 중에 했던 스터디원들을 만나는 날이라 평소처럼 쌩얼로 나갔다(학기 중 학교다닐때 안경 벗은 적이 없다). 즉 나는 7월 한달간 화장을 딱 3번했다. 렌즈를 3번 낀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눈에는 이제 화장을 한 사람이 오히려 낯설게 보이게 되었다. 특히 커플이 지나갈 때. 버스를 타고 외출을 하던 길이었다. 그날도 혼자 외출하는 날이라 당연히 안경에 썬크림까지만 바르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바깥을 보며 가고 있었는데 유독 커플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참 웃겼던 것은, 커플들 중 남자들은 그 흔한 비비 같은 피부화장 하나 찍어 바르지 않았는데, 여자들만 피부에 눈에 입술에 얼굴에 온갖 화장품을 얹고 나왔다는 것이다. 정말 솔직히 얘기해서, 화장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해야 될 것 같은 커플들이었는데. 얼굴평가 하는것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와 같은 여자들이 이이상 힘들게 화장을 안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이다. 남자들은 평범한 반팔 티셔츠에 평범한 5부 반바지에 얼굴에 무엇하나 찍어바르지 않고 편안하게 나왔는데, 왜 그들의 옆에 선 여자들은 다들 꽉 끼는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그리고 이 더운 날씨에 묶지 않은 긴 머리까지 하고 만나는 것일까. 상대에게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기분은 잘 알겠지만, 그것이 왜 여자에게만 국한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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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만 화장을 놓기 어려운 사람은, 한 번 머리를 짧게 잘라보았으면 좋겠다. 나도 화장품을 놓기 이전에 숏컷을 먼저 했던 사람인데, 중2때 한 번 짧게 자르고 그뒤로 계속 길러왔던 머리가 없어지니 어색해서 이것저것 얼굴에 발라보았다. 결과는 처참. 아무것도 안 바른 얼굴이 훨씬 자연스럽고 기괴하지 않았다. 연예인들 중에 숏컷을 하고 화장을 한 얼굴이 너무 예뻐! 할 땐 명심하자, 그들은 연예인이고 우린 일반인인것을. 그리고 그들 역시 한 명의 코르셋 피해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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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이 얘길 하다보면 저 얘기를 하게되고, 그러다보면 살에 살이 덧붙여져서 너무나도 부풀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필력의 한계일 것이다. 일단은 큼지막하게 이야기를 했으니 정말로 그들은 당신에게 잘생겨보이고 싶단 생각을 안하는데 왜 굳이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면, 커플들 사이에서 남자가 화장을 하지 않고 나온다면 여자도 할 필요 없다. 당신만 힘들게 그래야만 하는가? 나는 이것만큼은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다. 화장 안 한 남자 옆에 화장 열심히 한 여자가 서면 그 둘은 커플이 아닌, 예쁜 인형을, 키링을 달고다니는 남자로만 보인다. 화장하는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탈코를 하고 밖을 다녀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맨 얼굴로도 당당한 여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화장은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요소가 되어야만 하고, 더 이상 여자에게 화장을 강요하는 사회도 없어져야 한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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