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연대할 것이다. [전시]

글 입력 2018.08.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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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展
- 마즈다 컬렉션 -
R e v i e w


지금은 미투(Me too)의 시대이다. 자신이 겪었던 성적 차별과 폭력을 고백하고 가해자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여성이 ‘탈 코르셋’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획일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사회가 정해 둔 여성성을 위한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려 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니키 드 생팔 展> 전시회는 이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Shooting painting 분노의 표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당연한 일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 세상은 그러했다. 타인으로부터 온갖 성희롱과 성폭행을 받았음에도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솔직히 말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들은 언제나 권력이 있었고, 이 사회는 권력에 관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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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TV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


친아버지에게 받았던 성적 학대를 용기 있게 고백하고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들을 향해 총을 쏴 버리는 니키의 모습을 보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의 정신이 또 한 번 떠올랐다. 니키는 사격회화 작품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숨기지 말고 똑바로 마주 봐. 그리고 총을 쏴 버리는 거야!”



다양한 Nana, 아름다움을 벗어 던지자


여러 가지 나나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이다. 나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인 ‘탈 코르셋’이 생각났다. 정형화된 여성성을 벗어난 다채로운 모습으로 기존의 미의식을 뒤엎는 나나의 모습은 곧 자신을 옥죄고 있던 코르셋을 벗어나가기 시작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이 사회가 규정하는 어떤 아름다운 것도, 나나의 모습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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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춤추는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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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서 있는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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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은 특별해


개인적으로 <검은색은 특별해>라는 제목의 블랙 나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니키의 작품에는 흑인 여성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인종차별 속에서 흑인 여성들이 받았을 아픔을 많이 조명했기 때문이다. 검은색도, 흰색도, 노란색도 모두 특별하기에 다르지 않다.
 


사랑의 여러 모습, 그리고 우정


사실 많은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사랑’이다. 그만큼 사랑이 중요한 탓도 있겠지만, 반복되는 사랑 이야기에 피곤함을 느껴왔다. 니키 역시 전남편과의 사랑의 실패 끝에 장 팅켈리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니키의 일러스트에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창 사랑에 빠진 여자의 마음의 마음은 물론 사랑에 실패한 여인의 모습 또한 있다. 애틋한 사랑으로 시작해 결국은 ‘the end’로 끝나버리는 <연인>이라는 작품 역시 순탄치 않은 사랑을 했던 니키가 생각하는 바가 잘 담겨있다. 뜨거운 마음으로 시작되는 사랑에 어느 순간부터 잔뜩 구름이 끼고, 비도 내리고, 결국 끝나버리는 ‘보통’의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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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what are you 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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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ve why did you go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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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컬렉터와 예술가의 진한 우정 또한 ‘니키’에게 걸맞은 주제였다. 두 사람의 20여 년이 담긴 <그림편지>를 보면서, 점점 요코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니키의 모습을 보았다. 컬렉터로서, 친구로서 니키가 부르기 편하게끔 자신에게 ‘요코’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한 두 여자의 우정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림편지>를 둘러보면서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니키의 그림 솜씨에 흠뻑 빠져들었다.



타로 공원, 여성은 연대할 것이다


니키가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걸 바쳐 작업한 ‘타로 공원’은 우리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준다. 니키는 현실을 고발하고,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고, 마침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신화와 전설들이 혼합되어 마치 유토피아와 같은 초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니키는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를 바랐다.

니키가 남긴 초현실적인, 어찌 보면 괴상하기까지 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결국 니키가 생각한 아픔의 치유 방식은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로 공원 속에서 많은 사람이 그랬듯, 우리 또한 결국 연대해야만 서로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성별과 국가를 넘어서서 온 세상이 타로 공원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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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로 공원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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