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고 치유하는 미술 - 니키 드 생팔 마즈다 컬렉션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고 치유하는 미술
글 입력 2018.08.10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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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고 치유하는 미술"


니키 드 생팔 마즈다 컬렉션展
Niki de SAint Phalle works from the Masud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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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올해 초부터 일어난 '미투(Me too)' 운동으로 문화계는 여성의 인권, 남성과 같은 고른 기회 보장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투 운동 열풍이 거세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과 에술인의 권익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고, 예술인들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태조사와 교육,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했다. 2018년이 돼서야 한국에서도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사회적 약자로 취급 받아왔던 여성의 인권 강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미투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란 예술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여성의 자유를 갈망했고 사회에서 남성과 같은 평등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했다.

사회에 외치는 그녀의 고발을 들어볼 준비가 되었는가? 여성으로서의 굴레를 뛰어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던 현대미술의 거장 니키 드 생팔의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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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여성에서 공격자로


전해웅 예술의전당 예술사업 본부장은 "이번 전시를 2년 넘게 준비했다. 처음 전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과 같지 않았다"며 "미투 운동을 비롯해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가 화두로 등장한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여성 작가로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남긴 니키를 통해 주어진 환경 내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유와 자신을 찾아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니키 드 생팔의 1980년대 초 '사격회화'(Shooting painting) 연작 중 한 점으로 시작한다. 니키드 생팔의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나나' 시리즈가 탄생하기 전까지 그녀의 작품에서는 남성에 대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요동친다. 니키의 '사격회화'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입장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 '스웨덴 TV 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는 마치 피를 혹은 눈물을 쏟아내듯 석고물이 흘러내린다.

이 작품을 통해 니키 드 생팔은 전통적인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 총을 쏘는 공격자의 입장으로 자신의 위치를 전복시켰다. 그녀의 총구는 자신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아버지(라고 작성만하고 짐승이라고 읽는다)를 향해, 피해자 여성에게 냉담했던 사회를 향해, 가부장적 문화를 향해 그리고 모든 폭력적 기득권을 향해 총을 쏜 것이다.

그녀는 작품에 과감하게 총을 쏘며 조금이나마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니키 드 생팔의 이토록 아프고, 거칠고, 강렬했던 작업은 1965년 또 다른 대표 시리즈인 '나나(Nana)'로 이어지면서 한결 부드러워지기 시작한다. 풍만한 곡선과 알록달록한 원색의 작품들은 사격회화 작품들과는 다르게 편안하고도 안정적인 감정이 번져나간다. 이 때 사용한 원색과 곡선은 이후 니키 드 생팔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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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애의 회복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고, 첫 번째 결혼 마저도 실패한 니키 드 생팔은 삶과 인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조각가 장 팅겔리(Jean Tinguely)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애를 조금씩 회복해간다. 장 팅겔리와 니키 드 생팔은 사별하기 전까지 평생을 협력하며 사랑을 키웠다.

장 팅겔리는 니키의 예술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그는 니키 옆에서 계속 복돋아주며 계속 변화하는 작품들을 지원하였다.그리고 이러한 영향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남녀의 관계가 주제인 작품이 나타난다. 이전과 달리 인간관계 안에서 생기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잠품에 담았다. 작품의 제목들만 보아도 니키의 한껏 풍요로워진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내 사랑, 당신은 뭐하나요? My love, what are you doing?>,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Why don't you love me?>, <내 사랑, 당신은 왜 떠나가나요? My love, why did you go away?>, <연인에게 러브레터>, <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요 I would like to give you every thing>, <당신은 나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나요? What do you like the most abou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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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 X 요코 마즈다


평생 자유와 해방을 꿈꿨던 니키의 뒤에는 그녀의 작품을 너무도 사랑한 요코 마즈다 시즈에가 있었다. 요코는 식품 유통업을 하는 사업가였는데 1980년 일본의 한 화랑에서 니키의 판화 작품 '연인에게 러브레터'에 반해 수집을 시작했다. 당시 요코는 니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1960년대에 니키가 쏜 총탄이
20년에 걸쳐 지구를 돌아 내 심장에 명중했다


니키와 요코는 1981년 파리에서 처음 만나 500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을 만큼 국경을 넘어, 그리고 예술가와 컬렉터라는 관계를 넘어 뜨거운 우정을 이어갔다. 요코는 성별도 나라도 종교도 초월해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니키의 생각에 공감했고 니키를 끝까지 지원했다. 니키 드 생팔과 요코의 우정의 산물인 1999년 작품 <부처>는 니키가 1998년 요코의 초청으로 일본을 처음 방문한 후 교토의 부처 좌상과 인왕상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니키 드 생팔과 동시대를 살았던 요코 마즈다는 니키 드 생팔의 컬렉터로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고 요코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니키 드 생팔을 만나고 이후의 삶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필연적으로 예술의 진짜 힘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작가와 컬렉터 사이를 뛰어넘은 예술과 삶의 동반자이자 다른 시대를 열려고 했던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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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이 뒤섞인 환상의 세계, 이탈리아 타로공원


마지막 섹션에서는 이탈리아 로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타로카드 내부 전경 영상이 재생된다. 이 섹션에는 거울이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데, 타로 공원에서 많이 사용한 거울이라는 요소를 전시장 내부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하더라.

니키 드 생팔은 1978년 공원 조성에 착수하였고, 그녀의 20년 간 노력 끝에 1988년 5월 15일 타로공원이 공식 개원한다. 이 공원은 스페인의 전설적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구엘 공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우디 특유의 둥글게 굽이치는 곡선과 트렌카디스 기법, 즉 깨진 유리와 도기 조각을 모자이크 타일터럼 이어 붙여 덮는 기법을, 니키 자신의 스타일의 거대 조각에 적용해 신화적 환상의 세계를 창조했다.

구엘 공원에 비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한 이 타로공원은  영상을 보는 내내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심취되었다. 전시장에서 재생한 영상을 찾아서 하단에 업로드 해두었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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