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처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리뷰
글 입력 2018.08.12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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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이란 없다. 물론 운이 좋아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끔찍하거나 힘든 일은 불시에 삶을 덮친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긴다. 무언가가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삶을 이어가야만 한다. '니키 드 생팔 전 미즈다 컬렉션은' 니키 드 생팔 이라는 이름의 한 개인이 자신을 파먹은 상처를 딛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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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건 '사격회화'이다.

거친 석고 표면에 무질서하게 흘러내린 물감이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서도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강요당한 니키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총을 쏘는 행위는 분명 치유 과정의 일부일텐데, 상처의 위력이 커서 그 치유 행위조차 상처에 편입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격회화에서 잘 드러나듯 니키의 초반 작품은 직관적이고 어두우면서도 거칠다. 마치 니키가 자신이 받은 상처와 자신을 동일시 한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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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붉은 마녀'라는 작품은 충격적이었다. 해당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작품은 시체가 연상되는 울긋불긋한 여성의 몸 위를 구더기 같은 것들이 뒤덮은 형상이다. 자세히 보니 구더기처럼 보이는 것들은 군인과 아이들, 해골이었다. 이질적인 존재들이 한데 모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여성의 몸을 파먹고 있는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여성을 파괴하는 것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 전체임을 드러낸다. 특히 몸 한 중앙에 성모마리아상이 자리한 것도 눈에 띈다. 니키가 엄격하고 보수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강요당하며 성장했다는 걸 고려하면 성모마리아상이 니키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니키의 몸을 가장 많이 파먹은 존재라는 일종의 은유가 아닐까.

여성이라는 성별에 가해지는 억압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찾고자 힘겨운 싸움을 하던 니키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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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어둡고 강렬한 니키의 초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나나' 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 순서로 넘어온다.

앞선 사격회화와 각종 오브제가 상처의 한가운데서 상처 그 자체를 표현한 느낌이라면 '나나'는 니키가 조금 더 안전한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것 같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나나의 몸과 몸을 덮은 화려한 색은 발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자유롭고 발랄한 포즈를 취한 나나들은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다. 춤을 추고 몸을 움직이는 건 살아있는 사람의 영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쓰레기더미나 시체를 보는 것 같던 초기 작품을 거쳐, 살아서 춤을 추는 나나까지 온 것이다.

사격회화에서 시작해 '나나' 연작 작품 활동을 하기까지, 니키는 어떤 심정의 변화를 겪었을까. 전시 두번째 파트인 '만남과 예술' 파트를 관람하면 그가 사람들, 특히 평생의 연인이었던 조각가 장 팅겔리와 국적을 초월한 친구, 요코 마즈다 시즈에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 파트는 니키의 개인적, 사적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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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 대부분이었던 첫번째 섹션과 달리 두번째 섹션에는 종이에 판화나 색연필로 그린 삽화같은 작품이 가득하다.

삽화 속에서 니키는 사랑하는 연인, 장 팅겔리에 대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한다. 그 마음은 모든 것을 주고 싶을만큼 사랑으로 넘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이에 대한 질투로 불타기도 한다. 니키는 자신의 변화무쌍하고 일상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한편, 친구인 마즈다와 오랜 시간 주고 받은 편지는 자신의 일상과 미즈다의 행복을 비는 내용으로 차 있다. 글로 간단히 쓸 수도 있었을 내용을 일일이 정성껏 그림으로 전한 니키의 모습이 귀여웠다. 전시회의 설명은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 관계를 정의했지만 작품을 살펴본 결과 니키가 이들과 맺었던 관계는 그렇게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단어로 정의하기에 훨씬 더 넓고 경계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와 연대감을 이야기하기 위해, 언어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한 장의 그림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것을 니키의 삽화와 그림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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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자신이 예술로 상처를 치유했듯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만든 작품을 통해 치유받길 원했다. 타로공원은 그런 바람의 결과물이다. 작품 성격상 이번 전시에서는 공원에 있는 일부 작품을 만나보고 전체적인 공원의 모습은 전시장 안에 있는 영상에서 볼 수 있었다. 타로카드나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을 모티프로 해 만들었다는 조형물에는 니키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전시장 곳곳에 퍼져 있는 독특한 형상의 작품들과 조우하면 웃음이 나기도 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 '사격회화'를 볼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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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전시를 순서대로 관람하고 나면 니키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상처까지 보듬을 줄 아는 예술가로 성장했다는, 한편의 잘 짜인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니키가 정말로 상처를 완전히 치유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치유의 의미를 '원상복구'쪽에 둔다면 더욱 그렇다. 상처는 그렇게 깔끔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몸에 생기는 물리적인 상처조차도 흉이 남는 일이 흔하고 상처가 아물어도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이 남는 법인데, 니키는 과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까.

대답이 어느 쪽이 되었든, 전시장 내 약간의 설명과 니키의 작품 일부를 감상한 게 다인 나는 그에 대해서 함부로 단정짓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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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치유'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니키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살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가 상처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니키는 상처 이후의 자신을 끌어안고 삶을 이어가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는 그 작품을 보며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어딘가 이어져 있는 우리 자신의 상처를 확인한다. 그리고 상처 이후에 그가 살아간 길을 바라보며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많은 일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바꾼다.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괜찮다'고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그렇게 말할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난다고 다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 니키 드 생팔의 삶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상처 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구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 이후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는 삶, 그리고 그 삶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야말로 니키가 보여준 치유의 가능성이라고, 전시장을 나오며 느꼈다.







전시기간: 2018.06.30(토) ~ 09.25(화)

휴관일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7/30(월), 8/27(월), 9/24(월)

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00)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만 19세-64세) : 14,000원
청소년 (만 13세-18세) : 10,000원
어린이 (만 7세-12세) : 8,000원
유아 (36개월 이상) : 6,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협력
요코 마즈다 시즈에 컬렉션
(Yoko Masuda Shizu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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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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