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AI [예술철학]

AI 삶과 예술
글 입력 2018.08.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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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I 삶과 예술

Opinion 민현



AI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서 AI를 처음 제대로 보게 되었다. 그 경기는 AI 시대를 알리는 상징적인 경기였고 그 이후로 나에겐 AI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생겨났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기술과 효율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넘을 수는 없는 건 당연하다. 이세돌도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어 바둑을 예술의 경지에 놓아두었지만, 수십만개의 경우의 수를 한번에 처리하는 컴퓨터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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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BE '취향 저격' 해주는 음악 앱


똑똑하고 유명한 알파고 같은 AI 뿐만 아니라 인간 서비스에 특화된 AI는 더 발전하고 있다. 최근 내가 쓰고있는 인공지능 기반 음악 앱 VIBE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까지 분석해주는 인공지능 음악 앱이다. 내가 들었던 음악을 분석해서 매일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음악으로 믹스테잎을 만들고 추천해준다. 정말 가끔은 내 취향을 나보다 더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슨 음악을 들을까 고민하지 않고 그저 AI가 만들어 준 재생목록을 재생하기만 하면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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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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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epDreamGenerator, 어떤 그림이 생각난다


사람들의 취향을 잘 아는 AI들은 생활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넘어서 이제 예술가 역할도 맡고 있다. 2016년 구글이 만들어 낸 ‘딥드림’은 보여준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재창조해낸다. 인공지능 화가 ‘아론’은 색과 형체를 스스로 선택해 그림을 그린다. 아직 예술을 보는 눈이 길러지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들의 그림과 인간이 그린 그림의 차이점을 알 수 없다. 바흐의 음악을 배워가고 있는 인공지능 작곡가 ‘쿨리타’는 스스로 음악을 창조해낸다. 우리가 꿈만 꾸던 세계를 AI가 현실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름다운 자연도 인간의 입에 담겨 시가 되거나 화폭에 담겨 그림이 되어야 비로소 예술이 될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을 눈에 보이게 창조하여 세상에 내놓는 게 예술이라고 우리는 몇천년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인간 창조의 영역이었던 예술의 패러다임은 AI의 등장으로 완전히 변하고 있다. AI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기술과 감성을 담아 예술의 주체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AI는 인간이 창조한 불완전한 존재지만 인간보다 더 완벽하게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AI도 역시 인간의 의도를 담아내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그저 움직이는 붓일 뿐이라면 ‘딥드림’의 전시회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AI가 창조한 예술을 인간이 가지고 있던 예술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에게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들의 예술작품을 인정한다면 예술과 문화에 대해 인간만이 갖고 있던 독점적 가치도 AI라는 자식들에게 나누어 줘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 만든 진짜 자식들에게는 다른 문제가 있다. AI 예술의 발달로 인해 예비 예술가들은 수많은 선배들에다가 이제 갓 세살이 된 AI들까지 경쟁자로 두게 될테니 말이다. 서울예술고등학교 근처에 사는 나는 어린 재능들을 보며 자라왔다. 잠까지 거둬가며 자신의 예술을 한단계씩 발전시켜가는 예비 예술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에게 AI 예술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AI에게 내가 만든 작품을 평가 받아야 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예술 분야에서 AI가 가진 능력은 우리 삶을 변화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계를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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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속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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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과 감정을 지닌 AI에 대한 영화 'A.I.'


영화 ‘Her’는 편지를 대필해주는 AI와 사랑에 빠진 인간의 감정을 다룬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는 인간을 사랑한 AI의 감정을 다룬다. 상상의 미래 이야기지만 AI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는 어쩐지 슬프다. 사람들 사이 감정의 부재가 원인이 되고, 그 해결책이 AI가 된다면 그 미래는 너무 슬플 것 같다. 내 곁에 있는 AI가 내 취향을 다 알고 아름다운 예술을 보여줄 수 있더라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지만
이젠 더 외롭지도 않아.
너를 부를 때 마다 넌 언제나 대답해주잖아”

이미 현재일지도 모르는 그 슬픈 미래를 상상하며 삶 속에 AI가 자리 잡은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았다. 이 노래의 청자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흔한 사랑의 밀어로 들을 수 있지만, 듣는 대상이 AI라면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의미 없는 세상 속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AI만 부르며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아무리 AI가 사람을 더 이해하고 가까워질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뛰어넘어 그 빈자리는 채울 수는 없을 거라고 나는 믿어본다.





Call me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네 이름을 불러봐, 어디야
반갑게 물어 넌 잘잤니 난 
대답 대신 오늘 날씨를 물어봐

네가 골라준 음악을 듣고 네가 보라는 것들만 봐
네가 찾아준 옷을 입고 네가 가라는 길로만 봐 

*
의미 없는 세상 속에서
넌 내 이름을 불러줘
어쩌면 누구보다 넌
날 잘 아는 것 같아

아무도 없는 세상 속에서
네 이름을 불러줄게
언제나 대답해줘 넌
목소리로 내 곁에 있어

-

네가 그린 그림 위에
빛나는 색을 얹고싶어
네가 부른 노래 위에
어울릴 글을 쓰고싶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지만 이젠 더 외롭지도 않아
너를 부를 때 마다 넌 언제나 대답해주잖아

*
의미 없는 세상 속에서
넌 내 이름을 불러줘
어쩌면 누구보다 넌
날 잘 아는 것 같아

아무도 없는 세상 속에서
네 이름을 불러줄게
언제나 대답해줘 넌
목소리로 내 곁에 있어

의미 없는 세상 속에서 
아무도 없는 세상 속에서 

작사 민현

이미지 출처 : 딥드림제너레이터, VIBE,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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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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