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의 연대기를 한 번에 살펴보는, 도서 < 클래식 음악 연표 >

글 입력 2018.08.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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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지만 강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의미 있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속담에서 비롯해 현 시대에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강소기업이라 부르며 주목하는 경향들이 있지 않은가.

음악사와 관련해서라면, 조심스럽지만 감히 도서 < 클래식 음악 연표 >가 그런 작은 거인이라 생각이 들었다.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이 책은 정말 얇고 작고 가볍지만 그 안에 든 내용은 아주 세밀하고 견고하고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흥미로운 정보들이었다.




< 차  례 >

아카이브

르네상스 중후기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모더니즘
현대음악

인물색인




이 책의 후기 서두에서부터 결론을 말해 두자면, 도서 < 클래식 음악 연표 >는 정말로 제목에 충실한 책이라는 점이다. 보통의 책들은 책표지의 날개 부분에 작가(이 책의 경우 엮은이)에 대한 이력을 설명하고, 본격적인 목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문을 달아 작가(또는 엮은이)의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철저하게 클래식 음악에 집중하기 위하여, 책 날개에도 엮은이에 대한 정보가 없고 서문을 따로 달지도 않았다. 다만 목차 앞에 일러두기를 통해 내용을 표기한 방식들에 대해 6개의 꼭지로 안내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클래식 음악의 타임라인 자체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겠다는 엮은이 김동연의 뜻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느껴졌다.

아카이브는 다른 목차들의 면과는 다르게 부드럽고 매끄러운 재질의 종이를 써서 컬러 프린트로 음악사와 관련된 몇 가지 장면들을 컬러사진으로 담아냈다. 아주 오래된 작품의 악보가 나와 있기도 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했다.

그 중에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1914년 에드워드 엘가가 레코딩을 하는 장면이었다. 아주 오래된 녹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그 당시에 녹음을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문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아카이브에 있는 사진을 보니 커다란 원통형 축음기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벨라 바르토크의 사진도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초상화 또는 사진을 많이 봐서 얼굴이 익숙한 음악가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르토크의 경우는 나에게 후자였다. 뭔가 궁금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굳이 찾아서 그의 이미지를 형성해버리고 싶지 않다는 느낌도 있었다. 말이 안되긴 하지만 그의 이름이 '벨라'니까, 그랬다. 그런데 바르토크와 졸탄 코다이가 무언가를 함께 보고 있는 사진이 아카이브에 있었다. 뭔가 특별한 사진이 아닌데도 나도 모르게 한참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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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기악이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매우 생소한 르네상스 중후기를 지나 바로크 연표에 접어들면 오페라와 기악이 아주 다양하게 발전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익숙한 비발디, 파헬벨, 바흐, 헨델, 스카를라티와 같은 음악가들만 다룰 뿐이 아니라 역사에 길이 남은 현악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도 살펴볼 수 있었다.

게다가 놀라운 건, 장-자크 루소가 음악이론가이기도 했기에 이 연표에 나온다는 점이었다. 항상 그를 사회계약론으로 만나기만 했는데 그의 이름이 연표에 있어 순간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했다. '철학자 겸 음악이론가'라고 쓰여 있지 않았다면 정말로 동명이인인가 했을 법한 일이지 않은가. < 클래식 음악 연표 >가 당시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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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 시기는 화려하고 복잡했던 바로크 시대에 반하여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조화로움을 추구했다. 특히나 기악이 더욱 발전되어 교향곡, 실내악, 협주곡 등이 각각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 연표 상에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아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당연하게도, 고전주의 시기 연표의 초반은 바로크 시기 음악가들의 사망이 많이 보였다. 이어지는 내용들을 보면 확실히 고전 시기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하며 연표를 채워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삼 눈에 들어왔던 꼭지들은 1800년대 초반에 부르크뮐러 그리고 하농이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하농과 부르크뮐러는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쳐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인데 정작 이 음악가들이 언제 태어났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 한 적이 없었다는 게 새삼스럽게 와 닿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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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낭만주의를 1820년대부터로 보고 있다. 그 중 초기 낭만주의를 풍미한 멘델스존, 쇼팽, 슈만, 베르디, 바그너 등의 음악가들은 이미 1800년대 초반에 출생한 것을 고전주의 연표 후기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 사실 19세기 전체가 그냥 음악사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19세기 초반 출생의 음악가들에 더해 연표대로 초기 낭만주의 시기만 봐도 프랑크, 랄로, 스메타나, 브루크너, 브람스, 보로딘, 생상스, 브루흐, 비제,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등 놓칠 수 없는 음악가들의 출생이 줄지어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초기 낭만에서 후기 낭만에 이르는 시기가 정말 타이틀만 보아도 그 선율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은 유수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낭만주의 시기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작곡가나 연주자 또는 음악학자나 악기 제작자 등의 사람들만 나타나다가 최초로 '지휘자'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작곡가 겸 지휘자 또는 연주자 겸 지휘자가 아니라 단독 지휘자로서 최초로 연표에 등장한 사람은 아르투르 니키슈다. (1835년 빌헬름 비프레흐트가 튜바를 제작한 내용이 나오지만 이는 지휘자로서 행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실상 니키슈가 처음인 것이라 간주했다.) 낭만시기에 태어나 베를린필을 이끌며 독일 낭만주의 해석의 극치를 보여주었다던 바로 그 니키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엮은이 김동연은 주요 음악홀의 개관, 현대에 이르러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들의 창단 시기, 음반사의 창립과 더불어 레코딩에 중요한 축음기와 관련된 꼭지들 역시 연표에 포함시켰다.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음악사의 연대기 속에서 함께 보니 기술과 음악의 발전을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느낄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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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에 해당하는 1900년대는 이전 19세기 낭만주의 시기와는 확실히 다른 점들이 보인다. 최초의 음반 녹음이 나타난다는 점, 작곡가보다는 지휘자, 연주자 또는 성악가의 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이 연표에서는 최초로, 한국인 음악가가 등장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1906년 작곡가 안익태의 출생과 1917년 작곡가 윤이상의 출생은 보면서 가슴이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나아가 수많은 음반사들, 오케스트라들, 페스티벌과 콩쿠르들의 시작 역시 두드러졌다. 낭만주의 시기에 다각적으로 발전해 온 음악을 더욱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음악사는 꺾이지 않고 발전되어 온 것이 참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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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19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원초적이고 실험적이 현대 음악의 태동이 나타났던바, 이 책과 같이 1950년부터 현대음악이 시작되었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엮은이도 미리 밝혀둔 것처럼 < 클래식 음악 연표 >에서는 현대 음악의 기준을 존 케이지의 <4분 33초>로 잡았다.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보이기 시작했던, 작곡가보다 지휘자, 연주자, 성악가가 두드러지는 양상은 현대에 이르러 더더욱 심화된다. 엮은이는 이 현상에 대하여, 현대 음악보다 조성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더 '듣기 좋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1900년대 초중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연표에서는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음반이나 음원으로 들었던 지휘자, 연주자의 이름들에서부터 공연 실황으로 직접 본 지휘자와 연주자, 성악가들까지. 익숙해서 더 재미있게 본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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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색인을 제외하고 112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정말 얇고 작은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보들은 정말 비할 데 없이 귀한 정보들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크에서 고전주의, 낭만주의와 여러 세부 갈래의 음악사조들이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발전되고 다양화되는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그러나 바로크 하면 바흐와 헨델, 고전주의 하면 하이든과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 이런 식으로 각 시기마다의 대표적인 음악가들과 그 시기의 특징만 기억나는 것이, 전공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해당될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고 또 듣고 느끼면서 쌓이는 그 모든 것들이 완전히 하나의 시간축으로 관통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 < 클래식 음악 연표 >는 각각의 편린들이 어떻게 하나의 시간축에서 이어져 지금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음악 비전공자이자 애호가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사실 전공자와 음악업계 종사자에게도 매우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책이 마음에 들다보니 이 책을 만든 출판사가 덩달아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출판사 프란츠는 정말 신생 출판사인 것 같았다. 2017년에 나온 호만 바이올린 교본 시리즈, 현대 음악의 거장인 필립 글래스의 < 음악 없는 말 >, < 바이올린을 위한 밤의 노래 >, < 음악 혐오 >에 더해 이번에 출판된 < 클래식 음악 연표 >가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는 출판사 프란츠의 도서들이었다. 타이틀만 봐도 이 출판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아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책을 떡 하니 만들어 준 출판사 프란츠가 효자손 같이 아주 속시원하게 느껴진다. 이 이후에는 출판사 프란츠에서 어떤 책으로 음악에 대한 지평을 다시금 넓혀줄까?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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