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니키가 전하는 위로의 예술 [전시]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글 입력 2018.08.1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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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번의 전시회에 다녀오면서, 전시장을 나올 때 밥을 든든히 먹은 것처럼 푸근한 느낌이 드는 전시를 몇 번 만났다. 떠오르는 대로 나열하자면 올 초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알렉산더 지라드 展, 롯데뮤지엄에서 열렸던 알렉스 카츠 展, 그리고 이번에 관람한 예술의전당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등이 있겠다. 이 전시들의 공통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엮어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작가의 생애 전반에 걸친 작품의 수와 종류가 다양해야 할 것이고, 작품이 많이 어렵지 않고 넓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세 전시 모두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킨, 그래서 누구와 함께 와도 훈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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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은 예술가 니키 드 생팔이 여성이기 때문에, 상처받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눈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고 ‘치유’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나는 기대했던 그녀의 유명한 <사격회화>보다도 그의 연인 장 팅겔리와의 사랑, 그리고 마즈다 요코와의 20년 우정을 다룬 2부 ‘만남과 예술’ 파트가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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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TV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 1961.5.14.


우선 사격회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는 니키가 현대미술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게 된 작품이며, 물감이 담긴 깡통이나 봉지를 부착해 만든 작품에 총을 쏘아 만든 것이다. 회화, 조각, 퍼포먼스가 결합된 이 파격적인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물감이 튀고 흘러내려 얼룩덜룩해진 화면이 굉장한 상처와 고통을 연상시키지만, 이 캔버스를 향해 총을 겨눴을 니키를 생각하면 총성과 함께 고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중적인 이미지와 의미를 하나의 화면 안에 응축시키고, 파멸을 말함과 동시에 저항을 외치는 그의 표현 방식이 내게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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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당신은 뭐하나요?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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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요? 中, 1970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치유시킨 것은 장 팅겔리와의 연애시기에 그린 작품들이나, 혹은 요코 마즈다와 우정을 쌓으며 주고받은 그림편지들이었다. 천진해 보일만큼 구불구불한 곡선과 화려한 원색의 색깔, 그리고 어린아이의 글씨처럼 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그려넣은 문장이 가슴에 콕 박혔다.

<당신은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요? 1970>, <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요, 1970>, <내 사랑, 당신은 뭐하나요?, 1968> 속의 이미지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니키에게 사랑은 꼭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의 눈물을 좋아해줄 수 있냐고 묻고, 연인에게 자신의 ‘상상력’까지 모두 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림과 글자에서 사랑에 열정적이지만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여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머리에 TV를 얹은 커플, 1978>이라는 재미있는 조각작품도 있다. 한 몸이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는 각각 머리 위에 서로의 모습이 담긴 TV를 얹고 있다. 항상 붙어있지만 서로를 볼 수 없고, 서로를 볼 수 없으나 항상 연인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것을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해 시선이 갔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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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TV를 얹은 커플, 1978


또 요코 마즈다와 주고받은 그림편지들도 마음에 들었다. 일본의 요코 마즈다 시즈에는 어느 날 니키의 작품을 접하고 깊은 공감을 느껴 그녀를 20년간 열렬히 후원하고 후에 최초의 니키 미술관을 세운 후원자이자, 니키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이기도 했다. 요코에게 보낸 수십 장의 그림편지들에는 니키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요코를 향한 정성어린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다. 일본과 프랑스라는 먼 거리, 국경과 나이, 배경을 초월하여 오직 작품만으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우면서도 사뭇 감동적이다. 바다 건너 있는 친구가 자신의 작품에 공감해주고, 믿음을 가지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얼마나 든든했을까?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니키는 요코에게 자신의 상상력을 듬뿍 담은 그림편지를 보내주고, 또 실제로 요코를 찾아가기도 하며, 일본의 불교 사상에 영향을 받아 ‘부다’라는 대형 조각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니키의 부처는 화려한 색상의 유리조각 등이 촘촘히 박혀 빛나는 표면을 이루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불상의 모습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색상과 빛이 어우러져 영험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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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편지,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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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 1999


니키는 개인적인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술치료를 접한 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곳곳에는 불안과 아픔이 묻어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나나> 시리즈를 비롯한 니키의 많은 작품은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생기 넘치며 역동적인 모습이다. 타로공원을 위한 작품처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것들도 많다. 그녀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이 전시를 통해, 니키 작품의 생기와 아름다움은 어쩌면 그가 맺었던 소중한 인연과 관계의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묘하게 포근한 인상을 준다. 마치 그가 받은 사랑과 위로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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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서 있는 나나,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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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 XVIII, 1997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2018.06.30.~201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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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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