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글 입력 2018.08.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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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2018.6.30 ~ 9.2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햇빛에 살이 타 들어가 버릴 것만 같은 토요일 오후,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남부터미널 역에서부터 아파트 사잇길로 걸어가면서 곧 관람하게 될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을 텐데, 역에 내리자마자 너무 더워서 걷는 걸 포기하고 마을버스에 올랐다. 어쩜 이렇게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는 걸까? 이 더위 때문에 소소한 행복을 놓쳐버리게 되는 것 같아서 참 아쉽다.

예술의전당 내부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나와 같이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밖과는 다른 시원한 공기에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우리는 전시관에 가기 전에, 평소와는 다르게 가방이 무겁다고 생각되어 1층에 위치한 사물함을 찾았다. 왜 그동안 이렇게 편한 걸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나서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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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전시장 입구는 형광 분홍색을 배경으로 두고 총을 겨누고 있는 사진이 가장 먼저 보였다. 프리뷰를 쓰면서 어느 정도 그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서 '와 정말 잘 표현했다'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과연 무슨 전시이길래?'와 같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를 제공했다.

전시의 초반부는 석고로 감싼 오브제를 그림 화면에 붙인 후, 그것들을 향해 쏘는 사격 회화 작업의 결과물과 과정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사격 회화>는 물감이 담긴 깡통이나 봉지를 부착한 석고 작품에 총을 쏘는 방법으로 제작된 회화, 조각, 퍼포먼스를 포괄하는 선구적인 작품이다. 니키에게 이 작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과정으로, 총을 쏘아 분노를 표출하고 개인적 고통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게 된 이유는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과 남성 중심적 환경에 의한 '정신적 폭력'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의문은 요즘 들어 사회에 중요한 이슈 사항으로 떠올랐다. 모든 부분에서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 것일까? 물감 총으로 인해 작품 속의 색깔들이 얽혀있는 것처럼 그녀가 받았을 상처가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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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은 <나나>에게 담았다. 자유분방한 여성이나 뚱뚱하고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을 한 나나는 남성들이 가진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었고, 여성의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대중들에게 알리게 된다.

나나의 모습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라서 흐뭇했다. 어떤 포즈를 지어도,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도, 무슨 옷을 입어도 다 허용되는 이상적인 여성을 나타냈다. 비록 현실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서 어느 정도 사회에 맞춰야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지만 그걸 깨고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나나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실제로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마주하니 더 좋았다.

기프트샵에서 나나를 소재로 한 인형이 있다면 구매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원하는 대상이 없었다. 전시만큼 기프트샵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물건이 많이 빠져서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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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들이 혼합된 상상력으로 지어진 <타로 공원>은 비치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설명되어 있었다.  정말 이런 것을 다 상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구체적이고 아름다웠다. 공원을 설명해주는 영상을 함께 보았다가 그곳으로 당장 가보고 싶은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곳에 가게 되면 마음속에 갖고 있는 걱정들이 다 사라질 것만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색감들과 구조마다 특색 있는 배치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집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며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에 홀린 듯이 소개 영상을 끝까지 봤다.

니키 드 생팔 전시회는 내게 기억에 남는 전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좋았다. 무엇보다 사전 지식을 쌓고 작품들을 살펴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넓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지 않고 작품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배려 받는 느낌이 들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단지 시원한 피서를 간다고 생각하고 방문했지만 큰 선물을 받아 가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더운 여름에 이와 같은 문화생활을 하게 될 텐데, 추후 작품을 선택하는데 해당 전시에서 받은 좋은 기운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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