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다] 주관적 일본 남성 패션 잡지 3대천왕

글 입력 2018.08.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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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 쇼핑을 즐겼고, 나만의 옷들로 옷장을 가득 채워나갔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방에 옷장 1개, 서랍장 2개, 벽걸이형 옷걸이 1개가 들어차있음에도 불구하고 옷 수납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패션학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옷'에 대한 관심도가 남다르다.

'내 스타일에 대한 추구'는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나'를 떠올리면 어떠한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한 때는 그것이 나름의 고민거리가 되어, 주변 지인들에게 '나를 떠올리면 무슨 옷스타일이 떠올라?'라는 질문을 하고 다녔고, 그런 나의 질문에 잠시동안 생각하던 지인들도 마땅히 하나의 해답을 찾아내진 못하고 '다양한것을 잘 소화하는게 너의 스타일인 것 같아.'라는 대답을 해주기 일쑤였다.

회사원 느낌의 페미닌한 스타일이 좋다가도, 아메카지 느낌의 빈티지함도 눈에 들어오고, 무채색의 시크하고 섹시한 분위기도 좋아지게 되고, 파스텔톤의 사랑스럽고 발랄한 여대생 스타일도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나이다. 이처럼 무언가 하나의 스타일에 정착하지 못하는 스타일유목민인 내 스타일 속의 유일한 공통점은 바로 'Simple is the best.'이다. 심플하고 간결하고 미니멀한 스타일. 무난한 상의 하나에 하의 하나를 걸치더라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 철학을 고수하던 일본 유학시절의 어느날, 나는 일본의 남성잡지에 눈을 들이게 되었다. 가판대 위에 무심히 꽂혀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본 연예인이 표지 모델로 커버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홀리듯 집어들어 자전거 앞 바구니에 구겨지지 않게 넣고 조심히 모셔와서는 방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어내려갔다.(사실 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그 때 처음으로 길쭉길쭉한 남자 모델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소화해낸 옷들을 보면서 그들의 스타일을 동경하게 되었고,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스타일로 다녔을 것 같다.’라는 무언가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비록 나는 여자 중에서도 작은 키에 속하고 남성미와는 전혀 거리가 먼 타입이지만 이 잡지들을 꾸준히 보다보면 내가 원하는 ‘심플함’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일본 남성 패션 잡지 사랑은 이렇게 이 칼럼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자칭 일.남.패.잡(일본남성패션잡지) 애독자인 내가 꼽은 TOP3 잡지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Men’s NONNO

맨즈논노는 1986년 일본의 유명 초대형 출판사인 슈에이샤에서 탄생하게 된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잡지이다. 여성버전의 그냥 ‘NONNO’도 존재한다. 주로 20대의 젊은 남성과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인기는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잡지의 커버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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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즈논노의 커버는 항상 유명 남자 연예인이 장식한다. 그 시기의 핫 아이콘들을 기가막히게 섭외해서 커버를 장식하게 되면 판매 부수가 올라가는건 시간문제. 그렇기에 남성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고있다. 내가 일본 남성지에 빠지게 된 이유도 이 잡지의 커버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모델들을 커버 전면에 크게 장식하고 맨즈논노의 글씨는 가려진채로 두었다는 점이다. 이는 ‘커버를 장식한 유명인에 대한 예의’이자 ‘잡지 이름이 조금 가려진들 어떠하랴 우린 맨즈논노인데’라는 자부심이 담긴 것 같았다. 맨 왼쪽의 대문짝만한 M자만 보고도 사람들이 ‘맨즈논노!’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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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즈논노의 재미있는 점은 ‘소속 모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2018년 8월 기준으로 맨즈논노 소속의 모델들이다. 이 모델들은 훈훈한 외모와 이기적인 기럭지로 모델 아우라를 풍기며 일본 내에서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도 이 맨즈논노 모델 출신이다. (현재는 은퇴하였다.)

주기적으로 모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만, 그들이 원하는 특이한 얼굴상은 결코 변치 않는다. 흔히 말하는 ‘소금얼굴’의 남자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각자 개성이 넘쳐흐르고 옷에대한 이해도와 소화력이 높은 모델들이다.

잡지는 커버에 실린 유명인의 특집 기사나 화보도 싣지만, 맨즈논노 전속 모델들의 특집 기사도 싣곤 한다. 매달 테마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코디를 하는데, 이것이 가장 큰 재미라고 볼 수 있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잡지 커버에서부터 느낌이 나오지만, 주로 다루는 브랜드는 20대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파 브랜드부터 스트릿 브랜드, 빈티지, 스포티 같은 가볍고도 대중적인 장르이다. 잡지치고는 비교적 추천하는 아이템들의 가격대도 준수하고, 잡지를 보면서 ‘어 이건 진짜 사고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또한, 항상 함께 실리는 부록도 이 잡지의 큰 묘미 중 하나이다.



POPEYE

맨즈논노가 전형적인 재패니즈 보이즈의 개성있고 생기넘치는 패션을 담은 잡지였다면, 이번에 소개할 잡지는 바로 아메리칸 혹은 유러피안 보이즈들의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일상과 패션을 담은 잡지 ‘뽀빠이’다.

1976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뽀빠이 잡지는 원래는 주로 스포츠에 대한 기사를 다뤘고 그렇게 큰 사랑을 받는 잡지는 아니었으나, 2012년 일명 ‘옷 잘입는 아저씨’인 키노시타 타카히로 편집장을 만나게 되면서 운명을 탈바꿈한다. (현재는 편집장 자리를 내려놓고 유니클로의 디렉팅을 맡고 있다.)

Magazine for City Boys라는 슬로건을 달고 운영되는 뽀빠이는 패션에만 치중되지 않고, 매달 주제와 형식이 달라지며 다양한 장르와 영역을 넘나든다. ‘이 주제가 실린다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패션 여행 인테리어 사회 스포츠 맛집 등 다양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주제들이 잡지에 실리지만 그 느낌은 사실 남녀모두에게 해당된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남성 잡지 특성상 남성들 위주로 이루어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잡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잡지특유의 클래식하고 빈티지스러운 분위기와 무언가에 홀리는 듯이 집어들게 만든 아름다운 커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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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커버도 앞의 맨즈논노와 비교하면 비교적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나 사진의 색감이 모두 비슷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클래식하며 단정하고 차분한, 주 독자층인 2-30대 혹은 그 이상까지도 커버 가능한 느낌을 자아낸다. 주제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10대소년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모두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잡지인 셈이다.

내가 이 잡지에서 좋았던 것은 단연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잡지를 보다보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코디를 하지?’ 싶을 정도로 훌륭한 코디가 쏟아져내린다. 뽀빠이에서는 맨즈논노 보다는 조금 더 고가의 제품들을 담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더 클래식하고 어른의 분위기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부분들이 대리만족에 더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남자옷과 고가의 옷 둘다 입을 수 없는 여대생의 호기심을 가득 채워준 잡지이다.

또한 같은 느낌의 룩을 한 브랜드의 옷으로 코디해나가는 특집도 좋았다. 트렌디한 룩을 입은 훈훈한 유럽 모델들의 사진도 이 잡지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서양의 것만 담은게 아니라 일본의 느낌과 정서를 교묘하게 잘 녹여냈다는 것도 이 잡지의 볼거리이다.



Men’s FUDGE

마지막으로 소개할 잡지는 바로 ‘퍼지’이다. 마찬가지로 20-30대를 위한 패션, 컬쳐 잡지이며, 비교적 최근인 2006년 창간되었다. 내가 가장 최근에 빠지게 된 잡지이다.

맨즈논노가 ‘소년’이었다면 퍼지는 ‘남자’에 집중한다. 그만큼 조금 어린 패션 보다는 어른 남성의 무드있는 패션에 집중한다. 조금더 어른 스타일을 지향하며 뽀빠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감성을 잔뜩 입은 서양 청년들이 주모델로 실린다.

퍼지 잡지 커버의 특징은 ‘정면을 보지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고 패션 스냅 같은 느낌으로’ 이다. 아래 이어지는 커버사진들을 보면 죄다 모델들이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무언가 동작을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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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맨즈논노는 ‘남성’버전 논노 라는 어필이 강하지만 퍼지는 ‘퍼지’라는 브랜드의 어필이 강하기 때문에 글씨 크기의 강약이 다르다. 퍼지 또한 그냥 ‘FUDGE’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여자인 내가 맨즈퍼지를 먼저 집에 데려온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퍼지는 잡지적 코디가 아닌 현실적인 코디를 제안하며, 폭 넓은 브랜드를 소개한다. 때문에 스타일리시한 패션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발견의 재미도 있다.

또한 이 잡지의 매력은 ‘스냅 사진 시리즈’에 있다. 이번에 내가 구매한 2018년 8월 맨즈퍼지는 유럽에서 찍어온 패션피플들의 패션 스냅사진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커버사진에서부터 풍겨오는 느낌이나 분위기 부터가 아주 훌륭하다. ‘전세계에 옷잘입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라고 이렇게 못입겠어?’라는 자신감을 실어주기도 한다.

게다가 스냅사진과 같은 제품이 아닌 비슷한 느낌의 다른 제품들로 코디제안을 해놓은 것도 참 기발하고 재미있다. ‘역시 패션 에디터는 정보력이 중요하군-‘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다. 그 많은 아이템들을 생각해내고 찾아내려면 정말 길고 긴 서칭과 배움의 시간이 필요했을텐대 말이다. 역시 패션이야말로 끊임없는 공부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맨즈퍼지는 위의 두 잡지에 비교하면 조금 더 ‘옷’에 치충되는 무게가 강한편이라 좋다. 심지어 우리나라 잡지처럼 평생 살수 있을까 없을까한 몇백만원대의 코디제품이 아닌 현실적인 브랜드까지도 폭넓게 다루고 있으니 얼마나 금상첨화인가! 게다가 남성잡지이지만 여성의 패션도 실려있었기에 더욱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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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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