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눈부신 친구 - 두 소녀의 여름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18.08.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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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더운 요즘 이 책은 나의 여름을 함께 보냈다. 두 소녀의 여름 이야기는 나를 나폴리로 데려가 줬다. 이열치열. 시원한 곳으로 피서를 하러 가기보다 두 소녀와 함께 더운 나폴리를 느끼며 나도 함께 땀을 흘려 여름을 보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그 여름을 함께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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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는 두 소녀의 유년 시절부터 사춘기까지를 다루는데 읽다 보면 여름이라는 계절이 뚜렷이 생각난다. 왜일까 생각하니 그들의 우정이 여름 같아서라고 생각했다. 치열하고 뜨겁고 까끌까끌하다.

친구. 친구라는 단어에 담겨있는 수많은 관계가 생각난다. 같은 학교를 다닌 아이, 같은 반인 아이, 같이 밥 먹는 아이, 한 아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나, 그 아이의 단점을 알지만 감싸주는 나, 그 아이를 욕하면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나. 이 관계를 친구라고 부른다. 친구라는 단어 안에서 수많은 경우와 감정을 가진 다양한 관계가 나타난다. ‘나의 눈부신 친구’도 우정이라 이름 속에 많은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두 소녀의 이야기다. 두 주인공 각자 매력적이라 나의 마음도 릴라에서 레누로 갔다, 레누에서 다시 릴라로 갔다를 반복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두 소녀의 우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매력적이다.

여성이 억압받던 그 시절, 자기주장이 확실한 릴라는 자신에게 채우는 족쇄가 싫었다. 구두수선공인 아버지와 오빠인 리노 사이에 막내인 릴라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레누의 가정은 릴라보다 나았지만, 사시에 다리를 절룩거리는 엄마를 싫어하며 릴라에게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았다. 둘에게 가족이란 늪처럼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엄마완 다르게 살거야’ 라고 말하지만 결국 부모님과 비슷하게 사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래서 레누는 악착같이 공부한다. 자기 동네를 벗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더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공부한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자신을 뛰어넘는 릴라는 무엇을 하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상상 속의 일도 구체화해서 현실로 만들 줄 아는 아이였다. 그에 비해 레누는 릴라를 그저 따라 할 뿐 나는 누구이며 나는 지금 뭘 하는 것이지 라는 질문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그녀 자체가 존재 의미인 릴라를 경계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길 원한다. 레누에게 릴라의 존재란 때론 엄마이자 공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되고 그러다 또 자신보다 어린 동생 같다.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뀌며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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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은 두 소녀를 다른 방향으로 성장시킨다. 레누는 이스키아 섬에서 방학을 보내며 영어를 새로 배우고 책을 읽고 바다 수영을 하며 새로운 감정을 배운다. 그동안 릴라는 한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며 결혼을 약속하고 이전의 삶과는 멀어진다. 섬에서 돌아온 레누는 릴라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 많이 없어지고 바뀌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자신을 설명하는 것은 자신뿐이라던 릴라는 약혼자의 부에 기대어 점점 그 모습을 돈으로 채워간다. 금빛 머리칼, 반짝이는 귀걸이, 새 옷 등 티비에서 나오는 영화배우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를 보여준다.

두 소녀의 사춘기가 끝나갈 무렵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책의 제목이 등장한다. 책을 읽으며 무의식적으로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를 지칭하는 말이라 생각했지만 반대로 릴라가 레누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책의 시작부터 레누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둘의 우정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릴라도 레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항상 2등에 자신은 릴라보다 못하고 릴라를 삶의 기준으로 삼던 레누는 그녀의 말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나의 눈부신 친구.

이로써 둘은 서로에게 선의의 경쟁자이자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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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와 레누는 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까. 어쩌면 제멋대로인 릴라의 불안함을 잡아준 건 레누가 아니었을까. 릴라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릴라의 꿈에 구체성을 달아주고 레누와의 대화를 통해 생각의 확장을 경험한 건 아닐까. 서로의 삶을 부러워했던 두 소녀의 우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폴리에서 뜨거웠던 두 소녀의 우정은.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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