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을 넘어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청량한 여름 장마철을 품은 영화
글 입력 2018.08.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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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노래를 하나 추천하고 싶다. 이미 수십 번도 넘게 들은 노래지만, 들을 때마다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 눈물짓게 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의 주제곡 ‘시간을 넘어서’ 이다. 시간과 죽음을 넘어 짙은 여운을 남기는 여름 장마철 같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를 소개한다.



선택 혹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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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제목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 이유는, 미오가 죽음을 불사하고 타쿠미와 유우지를 선택하는 부분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20살의 미오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우연히 아이를 낳고 몸이 약해져 죽는 29살의 자신을 보게 된다. ‘타쿠미를 다시 만나러 가지 않는다면, 그래서 유우지를 낳지 않는다면 죽지 않을 수도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미오는 29살 이후의 미래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시간을 택한다. 미오의 이러한 선택은 타쿠미에게는 우연처럼 보였던 많은 일이, 사실은 미오의 희생에 의해 ‘선택된’ 것이었음을 알려주며 짙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두 분을 볼 때면,
역시 사랑할 사람은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나 봅니다.


하지만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다 문득, 타쿠미의 주치의가 던진 이 대사가 낯설게 느껴졌다. 죽음과 시간을 넘어,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게 될 운명적 사랑을 만난 미오에게 선택권이 있기는 했던 걸까. 그동안은 미오의 주체적인 선택이 이들의 사랑을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치의의 대사나 미오가 본 미래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일어나는 모습에서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미오의 선택은 사실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해진 운명에 의한 필연이 아니었을까. 미오가 본 6주간의 기적 같은 미래도 운명이 미오에게 준 기회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운명에 관한 예고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영화는 운명 앞에 선 개인의 주체성과 운명의 불가역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미오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인물이든 운명을 충실히 따라간 인물이든 상관없이, 이들의 기적 같은 6주간의 시간은 길고 짙은 여운을 남긴다는 것뿐이다.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며 발견한, 비슷한 듯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의미가 있는 두 해석의 틈새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를 버텨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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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비의 계절에 타쿠미와 유우지에게 돌아온다. 이들은 모두 미오가 비의 계절이 끝나면 떠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오 역시 죽기 전의 미오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 없이 세상에 남겨질 타쿠미와 유우지를 위해 천천히 이별을 준비한다. 유우지에게 집안일을 가르치고, 타쿠미와 후회 없이 사랑하고, 마지막에는 모두의 추억이 깃든 숲 속에서 타쿠미의 손을 잡은 채로 서서히 사라진다.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 모두가 이별할 시점을 알고 있는, 완벽하게 '준비된 이별' 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비의 계절이 오기 전 미오와의 이별도 그랬다. 미오와의 이별 이후, 타쿠미는 어딘가 결핍된 듯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살았고 유우지는 어른스러워 보였지만 매일 테루테루 인형을 만들며 엄마를 기다렸다. 예고 없이 현실의 이별을 겪은 이들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다 문득, 얼마 전 읽었던 ‘오직 두 사람’ 속 김영하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


예고 없는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 남은 옵션은 그저 그 이후를 견뎌내는 것뿐이다. 비의 계절이 오기 전의 그들 역시 예고 없는 이별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처럼, 다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그 이후’ 의 공허함과 불안정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타쿠미와 유우지에게는 곧 비의 계절에 미오를 다시 만나 새로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6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별을 겪은 모든 사람에게 기적 같은 6주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처럼 주어진 이 6주 동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며 이별 그 이후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은 후회와 눈물로 얼룩진 현실의 이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위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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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죽은 사람이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주인공이 미래를 보기도 하는 명백한 판타지 영화이다. 그런데도 매번 볼 때마다 그들의 만남과 이별 안에 서 있었던 것처럼 눈물이 나고, 내가 언젠가 겪었던 이별을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판타지적인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현실의 사랑과 이별을 어루만지는 영화의 섬세한 스토리텔링 덕분일 것이다. 청량한 여름 냄새와 매미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순간 나는 다시 이 영화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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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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