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오셀로와 처용가 그리고 판소리

'판소리 오셀로' 프리뷰
글 입력 2018.08.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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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제목을 볼 때 느꼈던 궁금증과 당혹스러움, 충격은 확실히 기억한다. 이질적인 두 단어가 만나 한 작품의 제목이 되다니, 확실히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정동극장 '창작ing 시리즈'로 선정된 작품의 제목을 보면서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느꼈다. <판소리 오셀로>라니, 도대체 뭘까? 시놉시스부터 읽어 보자.


시놉시스

오래 전, 이 땅에 있었던 한 이방인 ‘처용’의 이야기, 인품도 지혜도 뛰어난 그를 시기한 역신(疫神)은 질투심에 처용의 아내와 동침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생 설비(設婢) 단(丹)은 근자에 가장 화제가 된 ‘먼 데서 온 이야기 - 오셀로’를 들려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그리고 키프로스 섬에서 벌어진 이야기. 베네치아의 유능하고 명망 높은 장군, 오셀로. 그의 신임을 받으면서도 늘 부관이 되기를 원하는 이아고는 부관 캐시오에게 앙심을 품고, 오셀로에게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와 부관 캐시오가 밀회를 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결국 이아고의 꾐에 넘어가 배신당했다고 굳게 믿었던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데스데모나를 죽인다. 결국 모든 것이 모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오셀로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야기를 전하는 단(丹)은 이아고의 간교함, 오셀로의 어리석음, 데스데모나에 대한 동정심을 오가며 그때그때 그에 걸맞은 어조를 구사한다. 이야기를 마친 단은 이야기 속 인물들의 기구한 삶을 딱하게 여겨 탄식을 하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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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오셀로>는 '판소리'와 '오셀로'라는 이질적인 두 가지 요소를 접목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처용가'라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가져온다. '오셀로'와 '처용가' 모두 내용을 들어보면 누구나 알 정도로 각각의 작품은 이미 오랫동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향유되어 왔기에, 크게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이야기를 <판소리 오셀로>는 '이방인'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두 이야기는 이방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아내의 외도'라는 소재로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처용가'의 처용이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며 끝나는 반면 '오셀로'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판소리 오셀로>는 '오델로'를 서양의 세계관, '처용가'를 동양의 세계관으로 보고 후자를 전자의 대안적 세계관으로 제시한다. 공연을 볼 때는 같고도 다른 두 이야기를 대조해가며 듣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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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판소리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에 해당된다. 전반적으로 남성의 시선과 목소리로 전개되는 '오셀로'와 '처용가'는 사실 여성의 목소리가 들어간 부분이 많지 않다. 두 남자 주인공이 아내로 인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는지가 두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에서만큼은 두 이야기 모두 여성의 목소리를 빌릴 예정이다. 이야기하는 주체는 기녀인 '단(丹)'이다. 어쩌면 이야기로부터 가장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사람의 목소리로, 그것도 이야기하는 사람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판소리'라는 장르를 통해서다. '단(丹)'은 <판소리 오셀로>의 인물이자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술자로, <판소리 오셀로>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이 새로운 형식 안에서 여성과 남성, 동양과 서양, 낮은 신분과 높은 신분 등 여러 모로 대조되는 요소가 한 데 어우러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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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은 액자를 바꿨을 뿐인데 다르게 보이곤 한다. 형식의 변화가 때로는 내용까지 재구성하는 것이다. 익숙한 이야기 '오셀로'는 판소리라는 액자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에게 전달될까. 단순히 서구의 원작 텍스트에 판소리를 접목한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의 구축과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이끌어냈다는 제작진 측의 포부가 무대에서 온전히 구현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창작ing 시리즈

정동극장에서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및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사업으로, 2017년 시작하여 <적벽>,<뮤지컬 판>을 발굴하고 무대화했다. 현재 정동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안착한 본 시리즈는 올해 더욱 폭넓은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2월 공개작품공모를 실시, 재공연되는 작품('판소리 오셀로', '오셀로와 이아고')과 신작('보듬어가세'(가제)), 대본('정동구락부_비밀의정원', '매화누이')을 포함한 총 5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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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쌍곡선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임영욱과 소리꾼이자 배우인 박인혜가 함께하며, 판소리에 기반해 동시대적인 주제와 감성을 다루는 창작집단이다. 전통공연보다 연극, 뮤지컬, 퍼포먼스, 강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이들의 작업은 희비쌍곡선이 장르와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으며 더 적절하고 매력적인 표현양식을 찾는 데 작업의 초점을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판소리는 이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음악이자 이야기의 방식으로, 이들은 판소리가 열어 보이는 넉넉함 품을 믿으며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승열 /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연 기간: 2018.08.25(토) ~ 09.22(토)
 *
09.07(금) ~ 09.09(일)
공연없음

공연 시간: 화-토 8시/일 3시/월 쉼, 80분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주관: (재)정동극장, 희비쌍곡선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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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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