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의 부끄러움을 비추다, 마당극 '천강에 뜬 달' [공연]

글 입력 2018.08.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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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에 뜬 달>에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사회문제들이 긴밀하게 얽혀 등장한다. 마당극 형식이 현실 풍자와 현장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준다. 그 현장에서 가장 아프고 약자였던 이들의 사정과 외침을 객석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턱 막히기도, 소리없이 그들과 함께 외쳐보게 되기도 했다.

‘망월할매’는 5.18로 아들과 남편을 잃은 슬픔에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피켓을 들며 진상규명을 외친다. 보험회사 일로는 도저히 돈벌이가 되지 않아 부잣집에 청소 일을 해 주러 갔다가 방문해있던 아내를 마주친 남편, 관리인의 멸시와 압박을 있는대로 받으며 일해야 하는 청소노동자 아내, 엄마가 기대하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 아닌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로 취업한 아들 벼리, 수학여행을 갔다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고 마는 딸 다리의 이야기까지 망월할매와 다리 가족의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많은 이들을 분노하고 가슴아프게 했던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다.
 
극 중간중간 똑같은 가사를 가진 노래가 반복적으로 들려오는데, ‘돈, 그놈의 돈이면 다 돼’라는 식의 가사가 되풀이된다. 노래 가사처럼 자본은 곧 태도가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 여성을 대하는 태도, 멀쩡히 살아 숨쉬던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태도들. 자본을 손에 쥔 기업들은 그들이 쥔 자본만큼의 윤리나 책임의식 따위는 없어 보인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그들의 안중에 없고, 남성 관리인은 여성 청소 노동자를 성추행한다. 권력은 가해자와 희생양을 만든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문제 해결, 인식의 개선조차 없다.

놀랍도록 약자들은 자신의 약자성과 존재를 증명하는 데 온 삶의 에너지를 다 써야한다. 다른 것에 신경쓸 틈이 없는 그들의 호소는 누군가의 눈에는 ‘과격하다’, ‘예민하다’고 비춰지며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냐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극중 건설현장에서 사고사가 발생하자 거대기업 대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본 사고로 인한 죽음은 저희 기업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처참하게 한사람의 죽음을 권력으로써 회피, 묵살시킨다. 누군가에게는 말 몇 마디로도 참 쉽게 살 수 있는 나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국 잘 사는 게 불가능한 나라에 살고있음을 극을 보는 내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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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이라는 형식에 높은 기대를 하고 관람한 이번 극은 형식과 연출, 이야기가 모두 마음속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 마당극을 보는듯한 어투와 배우들의 몸짓, 삼국유사 설화로 시작하는 점 등 전통적인 마당극의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현재시대와의 연결성이 어색하지 않았다.볼거리도, 느낄 거리도 많았던 극인 만큼 주변인에게 '천강에 뜬 달'을 비롯한 마당극패 우금치의 작품을 주저 없이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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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에 덧붙이고 싶은 글이 있어 가수 요조씨가 운영하는 책방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온 게시물을 끝으로 리뷰를 마친다.

서울에서 책방할때부터 주차난은 익숙히 겪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참 자주 들었던 말이 '그냥 잠깐 대는건데 그게 그렇게 큰 문제냐.' '좋게 말하면 되지 그렇게까지 정색할 일이냐' 였는데요.. 그 '잠깐'의 불편을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매일 겪습니다. 매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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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좋게 좋게 말 못하나.' 슬프게도 좋게 좋게 말해서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좋게 좋게 말해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주장하며 도로를 점령했고 노동자가 높은 곳에 올라가고 굶으며 여성들이 절규하고 분노하는 것입니다. 주차 문제 얘기하면서 장애인이 왜 나오고 여성이 왜 나오냐 싶으실텐데 ㅎㅎ 저는 이런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누군가가 과하다 싶게 화를 내고 있을때.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과하게 구는지 황당해하고 불쾌해하기 전에,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한 번 궁금해 하는 것. 한 번 들어보는 것. 쉽지 않죠.​
- 출처 : 책방무사(@musabooks) 인스타그램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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