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요? [영화]

글 입력 2018.08.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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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지난날의 나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고, 싫어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이루어질 때도, 더 좋아하는 공간에서 시끄럽게 울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나는 무지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R E V I E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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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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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속 소외계층이 모여 사는 ‘매직 킹덤’ 모텔에서 사는 아이들은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닌다. 이웃 주민의 차에 침을 뱉고, 상의 탈의한 채 일광욕하는 여자의 몸을 훔쳐보고, 방치된 콘도에 들어가 방화까지 저지른다. 영화 초반부에는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에 상당한 피곤함과 불쾌함을 느꼈다.

그런데도 어린 무니가 스쿠티, 젠시와 함께 아이스크림 하나를 번갈아 가면서 나누어 먹고, 언제나 어울려 다니는 모습은 어린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이 생각나며 사랑스러워 보였다. 시종일관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유쾌하고 뻔뻔하게 행동했던 무니가 엄마인 핼리에게서 격리되어 다른 가정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젠시를 만나 펑펑 우는 장면에서는 나 또한 펑펑 울어버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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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분명 이중성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순수함’, ’동심’과 같은 메타언어를 이름 붙였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동심은 특히 ‘어른’들의 모습과는 다른 이것저것 재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호기심 많은 정도의 긍정적인 의미가 다분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은 곧 무례함이고 뻔뻔함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버릇없고 예의 없을 수 있다. 이웃의 차에 침을 뱉고 적반하장으로 나설 수 있고, 모닥불 난로에 불을 붙여보겠다고 하다가 방화를 저지를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아이이기 때문에 면죄부가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아이들이 본능에 따라 한 행동이 ‘순수함’으로 추앙받거나 ‘무례함’으로 손가락질받기 이전에 아이니까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당연한 ‘이해'가 나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육아에 대한 잣대


싱글맘인 핼리가 무니를 키우는 방식은 자유이다. 누군가에게는 자유이고, 누군가에게는 방임일 것이다. 핼리는 아이를 키울 여건과 환경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직업이 없어서 방세도 간신히 내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강매와 구걸까지 한다. 결국, 매춘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아동국’에서 나와 무니를 핼리에게서 격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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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스트리퍼로 일하다가 잠자리를 요구하는 사장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방세를 내기 위해 아끼던 아이패드도 팔고, 비록 불법 노점이지만 향수를 팔아 돈을 벌려도 해보고 그녀 나름대로 분명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영화 속 핼리는 언제나 무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불행하다고 표현하기도 모자란 상황에서도, 무니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언제나 등을 내주는 따뜻한 엄마였다. 비를 맞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 같이 비를 맞으면서 간지럼 놀이를 하는 엄마였다.

모든 사람이 마음먹으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딘가가 ‘디즈니 월드’라면 어딘가는 ‘매직 킹덤’ 모텔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원하는 임신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들도 많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미혼모도 많다. 어떻게 키우는 것이 정답인지를 알고 아이를 키워 내는 것에 자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의 육아 방식과 육아 환경에 점수를 매기고 평가하기는 너무 쉽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지만 저렇게 두는 부모들이 문제지, 저 부모는 아이를 왜 저렇게 키워? 언젠가 나도 한 번쯤은 해본 말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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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국에서 무니를 데려가기 위해 찾아오고, 핼리가 무니의 짐을 챙겨주다가 “내 자식을 빼앗아 가는 것을 도와 달라는 거지?” 하며 분노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 자격이 없다는 핼리는 정말 엄마가 될 자격이 없을까? 아동국이 말하는 무니가 가게 될 좋은 가정은 ‘좋은’ 가정이 맞을까?

*

지나치게 현실적인 이 영화는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 예쁜 색감을 갖고 있다. 특별한 드라마와 서사 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션 베이커 감독의 화법에 빠져들었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야기를 판타지적 색감과 함께 예상할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연출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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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좋은 영화는 세상을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라고 한 줄 평했다. 영화에서는 세상이 달라지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지 나에게는 명확한 지점이었다. 무지개 너머에 있는 황금이 무니와 젠시가 있는 저곳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무지개 옆에 있는 황금 요정이 무니에게도 기꺼이 황금을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아이들은, 엄마들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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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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