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과 대중을 위로하다, 니키 드 생팔 전 [전시]

글 입력 2018.08.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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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방학이 시작된 지 한 달하고도 반이 되어가도록 전시장을 가지 못하던 나에게 이번 전시는 여러 가지로 쉼을 선물해주었다.

멀리 떠나있을 친구와의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으며 그간의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채로웠던 구성 덕인지, 관람객들의 표정과 전시장에서 느껴졌던 활기는 이런 나를 더욱 들뜨게 해주었다.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사격회화


미술을 정규교육으로 배우지 않았던 그녀가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시도했던 것이 사격회화였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 더 나아가 모든 것들을 향한 분노를 사격으로 포현했다.

페인트가 담긴 봉지나 깡통을 쏘는 그녀를 통해 아마 당시 관객들의 분노도 함께 해소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그 원인에 대해 저항하고 권력에 대한 반항심을 퍼포먼스로 풀어낸 그녀의 발상은 어딘가 익숙한 데가 있었다. 바로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거대한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물감을 흩뿌리거나 멀리 던지다시피 하며 뜨거운 추상 혹은 액션 페인팅이라 불리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내었다.

결과적으로 작품만 놓고 보았을 때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니키 드 생팔의 경우 뚜렷한 의미와 감정을 사격이라는 액팅으로 표출해내었다는 점이 더 도발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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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시리즈, 새로운 상징으로 거듭나다


니키 드 생팔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나나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느낌이 들 만큼, 워낙 유명하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풍만한 체형에 원색에 가까운 화려한 색채들로 자연스럽고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풍기는 나나 시리즈.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오히려 아름다운 것으로 도드라지게 표현하며 강조해낸 것이 유선형의 독특한 조형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크기와 색채, 포즈도 다양한 나나 시리즈를 바라보며 작가의 머릿속에 존재했을 여성상이 짐작되었다.

자유롭고 밝으면서도 당당한 나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 나나. 친구의 만삭인 모습에서 시작되었다는 나나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러한 작가의 생각이 관람객들의 마음도 움직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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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인생담, 그녀의 삶이 담긴 작품세계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가 바로 그녀의 솔직한 인생담이 담긴 <만남과 예술>이었다.

연인 장 팅겔리를 향한 애정과 설렘, 슬픔과 질투, 분노가 마치 아이의 것처럼 순수하고 생생하게 담겨있는 일러스트의 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는 것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꽤 즐거운 일이었다. 사랑에 넘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별에 가까워진 느낌을 세상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꾸밈없이 표현해낸 솔직한 그녀의 성격이 작품에서 느껴져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런 일러스트가 담긴 편지와 일기도 이번 전시에서 많이 감상할 수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그림과 패턴으로 장식된 글씨, 가끔씩 등장하는 나나와 그녀 친구들의 얼굴, 함께 읽혀지는 니키 드 생팔의 감성까지. 특히 요코와 20년간 주고받았던 편지에서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시간을 넘어 전해지며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녀의 삶에 늘 즐겁고 유쾌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조각과 일러스트를 비롯한 편지, 일기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졌던 솔직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전시장의 활기를 더해주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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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부가 모두 벽면으로 공간이 분할되지 않았다는 점도 다른 전시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작품의 주제별, 시대별 섹션을 구분하고 동선을 유도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전시장의 벽면은 길이를 최소화하여 개방성을 더하고, 부피가 큰 작품들은 원형의 단에 배치하여 지루하지 않은 동선을 만들어내었다. 닫혀있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크게 오픈된 연결 공간은 특히 타로 공원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감상하기보다 하나의 놀이로 느껴지게 만드는 역할까지 해내었다.

점차적으로 이러한 공간의 확장성이나 배치가 전시장에서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특히나 이번 전시의 주제나 작가의 성향과도 잘 어우러진 공간 설계가 영리하게 느껴져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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