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관광지이자 고향인 통영 [여행]

서울에서 나는 끝없이 외롭고 외로웠었다.
글 입력 2018.08.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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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왔다. 원래는 학기중에는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두달동안은 고향 통영에서 방학을 보내다가 다시 학기가 시작되면 서울로 올라가는 식의 생활을 한다. 그래서 총 1년에 8개월은 서울에서, 4개월은 통영에서 보내는 생활을 3년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4학년에 들어섰고 더 이상 마음편하게 고향에서만 보낼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방학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고향으로 온 것이다.

통영에서 왔다, 고 하면 다들 좋은 풍경을 떠올린다. 한때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통영의 경치를 찬양하는 말들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미륵산에서 통영을 내려다본 경치는 여기서 20년간을 산 내 눈에도 여전히 아름다워보인다. 학창시절에 통영에서만 살고 있을 때는 정말 몰랐었지만, 서울의 찌든 공기와 여러 타지역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청정하고 맑고 깨끗한 곳이다. 왜 다른 사람들이 통영으로 놀러오는지 어렸을때는 몰랐다. 그저, 그 사람들이 오는 주말에는 시내가 너무 막혀서 늘 불평하기 일쑤였고, 도대체 통영에 볼거리가 뭐가 있길래 이렇게 오는지 한숨만 쉬어댈 뿐이었다. 통영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인 중앙시장과 강구안 쪽은 마치, 퇴근시간대에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만큼이나 막힌다고 하면 비유가 쉬울까. 차가 정말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내려서 걸어가는 게 훨씬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관광버스, 자동차, 버스로 뒤엉켜있다. 나의 삶의 터전인 곳이 단기간동안 머무르고 가는 관광객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너무 싫기만 했다.





이번에 통영에 내려오기 일주일 전, 강릉과 속초로 1박 2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은 관광지인데도 저녁 8시나 9시쯤이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깜깜해지는 곳이었다. 줄을 서서 유명한 맛집을 들어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기도 했다. 가장 오래 기다린 곳이 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통영에 내려와서 맛집 앞에 줄 선 사람들을 보면서, 그곳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여전히 여행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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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들은 한 달 전부터 저녁밥을 먹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통영시내를 걸어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잠드는 습관이 생겼다. 원래 저녁밥을 늦게 먹는 편이라 오후8시반에서 9시 정도에 저녁밥을 먹고 바로 잠들어서 위염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걷는 습관이 생긴 뒤로는 배고픈 상태로 잠이 들어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충무교를 지나 미수동으로 건너가서 해양공원에서 한참 놀다가 통영대교로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고, 터널을 지나 시내에 있는 마트까지 걸어가서 돌아오는 날도 있다. 내가 내려왔을 때는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한산대첩축제가 한창이라 강구안에서 통영오광대 행사를 하기도 하고, 끝나면 시민대동제와 주막거리를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주는 행사도 했었다. 거기까지 가족 5명이 다같이 걸어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고 서피랑이라는 곳으로 등산을 해서 내려와 집으로 오기도 했다. 나는 원래 운동을 하루에 1시간씩 하는 몸인데도 가족들의 걷기 코스를 따라갔던 처음 며칠간은 몸살이 나서 운동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피곤했었다. 만약 서울에서 걸으라 그랬다면 재미도 없고 친구도 없어서 오래하지 못했을 걷기를 가족들과, 좋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매일밤 하루도 빠지지 않고 2시간 이상씩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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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관광지라고 부르는 곳에도 우리는 걸어간다. 왜냐하면 이 곳은 우리의 일상이고, 삶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영에서 몇 십년을 살았고, 더 이상 이곳은 우리에게 특별한 곳은 아니다. 어느 맛집에 사람들이 늘 줄을 서있는지를 알고 있고, 꿀빵집의 원조가 어디인지, 충무김밥집의 원조인 집이 어디인지도 알고 있다. 어디를 가면 밑반찬으로 싱싱한 회가 나오는지도 알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은 술집도 어디인지 알고 있다.

한번 길을 걷다가 해물짬뽕집으로 유명한 집 앞에 또 사람들이 기약없이 줄을 늘어지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혼잣말로, 저기가 그렇게 맛있나? 중얼거렸다. 아빠는 다 똑같다, 고 하셨다. 그렇다. 사실상 통영에서는 어느 음식점을 가도 싱싱한 생선들을 맛 볼 수 있다. 다만 차이는 가격이나 서비스 정도일뿐. 처음 울산에서 해물짬뽕을 먹었을 때와, 서울에서 무한리필 연어집을 갔을 때 받은 충격을 생각하면 통영에서의 음식은 대부분 신선하고 살아있고 맵고 짜다. 단지 우리 지역일 뿐이지만, 이 곳의 음식은 내 입맛을 대변하는 곳이자 나의 일상인 곳이다. 아마 남자친구랑 갔었던 강릉의 초당순두부집도 가장 유명한 곳과 옆집이나 별로 차이가 안 날 것이다. 아니, 차이가 엄청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를 가든 옆집을 가든 사실은 비슷할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먹지 못하는 것을 관광지에서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기뻤을 것이고, 기다려서 먹었다면 관광지 맛집에서 기다렸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찾았을 것이고, 기다리지 않고 옆집에서 먹었다고 해도 맛이 좋다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또 발견했겠지. 어느 사건이든 우리는 특별함만을 발견할 수 있다면 거기서의 관광에 성공한 것이다. 아마 통영의 그 유명한 해물짬뽕집에서 늘 줄을 서있는 사람들도, 이 곳에 와서 최대한의 특별함을 누리고자 다리도 아픈데 굳이 서있는 거겠지.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통영에서 맛집을 추천하자면 정말 어느 곳이든 중국집을 들어가도 해물짬뽕은 해물이 싱싱하고 크고 두껍고 맛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꼭 인터넷에 나오는 유명한 집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여행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면, 길거리를 걷다 몇 번째 나오는 어느 이름없는 초라한 집에 들른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당신만의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나는 고향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이곳의 특별함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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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걷기 운동이 끝날때쯤이면 가족들은 다 같이 마트에 들어가서 팥빙수를 사먹는다. 운동이라는 핑계로 사실은 아이스크림 하나 먹기 위해 돌아다니고 당충전으로 끝을 내는 셈이다. 나는 팥빙수처럼 얼음이 베이스인 아이스크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샌드류의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며칠간은 그런 아이스크림에 욕심을 냈다. 저녁을 먹고 배도 부른데도 그냥 먹고싶고 가족들도 다 아이스크림을 먹길래 같이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울에서 나 혼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처럼 그렇게 맛있지가 않았다. 그냥 설탕맛이 강하게 달게 나고, 배도 불러 겨우 넘겼을 뿐이었다. 그 뒤로는 아이스크림을 더 이상 먹지 않거나 먹는다해도 반만 먹고 남겨서 냉동실에 다시 넣어둔다. 내 생각만큼 아이스크림은 맛있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조안나를 가족들 다같이 퍼먹을 때도 엄청나게 맛있는 건 아니었다. 동생이 누가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개밥처럼 한가득 퍼먹냐고 그럴때도 너무 웃기기만 했지, 걸신들린 듯이 먹지 않았다.

왤까, 파리바게트에서 치즈케익아이스크림을 혼자 퍼먹을 때는 그렇게 맛있고 중독성강하고, 슈크림을 먹었을때도 극찬을 하면서 먹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음식을 그렇게까지 먹고 싶지 않다. 놀라운 것은 빵에 대한 집착도 거의 사라져서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나는 빵집을 지나치지 못한다고, 시식빵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섭식장애라거나 폭식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조금이라도 내 상태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치유효과가 있는 걸까?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지 않고, 음식에 대한 생각이 가끔씩 나고, 매끼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책읽기나 걷기같은 다른 활동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점점 식이장애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나는 너무나 외로웠던 것 같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고, 같이 무언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그 품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족들은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내가 밥을 두그릇씩이나 먹어도 잘 먹는다고 좋아하고, 빵을 시식을 하고 싶어해도 빵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고 넘어가고, 과자를 아무리 먹어도 가족들도 과자를 엄청 먹어댄다. 여기서 나는 몸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외모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정말 마음이 편하다. 아무 말 없이 나에게 위로가 되어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 같다. 아빠도 다이어트를 말하면서 저녁을 굶지만 그만큼 양파링과 초코우유를 먹는다. 그밖에 과일과 다른 과자들로 배를 채우며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같이 회개의 걷기운동을 나간다. 그러고 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들어오지만. 다같이 먹고, 다같이 운동하고 다같이 즐기며, 나는 관광지이자 나의 고향인 이 곳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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