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한다면 그들처럼,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

글 입력 2018.08.1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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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오페라 사랑의 묘약 포스터.jpg
 
 
 
Prologue.


사랑의 묘약은 고전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오래 전 제작되었음에도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큰 고난이나 역경 대신 작은 웃음 포인트들로 단장된 다소 뻔해 보일 수도 있는 로맨틱한 스토리임에도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타인의 연애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다시 공연장을 찾게 하는 것은 사랑의 묘약이 가진 어떤 힘 때문이었을까.
 
 
 
사랑을 한다면 그들처럼


<사랑의 묘약> 이야기는 굴곡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순수한 청년 네모리노가 마을 지주의 딸 아디나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포도주로 만들어진 가짜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이후의 몇몇 사건들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는 이야기. 네모리노가 순수하게 아디나를 향한 사랑을 고백하고 슬퍼하는 모습은 꼭 어린아이 같기도 해서 때로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는 사랑에 서투른 인물로 등장하지만, 아디나도 네모리노를 만나기 전까지는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다. 둘 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사랑에 서투른 채로 시작에 확신이 없어 망설인다.

몇 차례 엇갈리는 둘의 마음 때문에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둘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들을 극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바보같은 결단을 내리고, 분명히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랑 앞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짜 사랑의 묘약을 파는 사기꾼 둘카마라와 자신의 명예와 권력으로 아디나를 차지하려는 벨코레의 모습도 우습게 비춰져 극의 재미를 더해갈 무렵,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엇갈렸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무엇이든 내어주겠다는 확신을 하고서 모두의 축복 속에 둘은 사랑을 맹세한다. 우리의 연애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그래서일까, ‘행복하게 영원히’에 대한 의심은 잠시 멈추어 두고, 네모리노와 아디나의 모습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보통의 사랑을 극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데서 여전히 호평을 받고 있다.

 
 
새로운 무대연출


요즘 프로젝션 맵핑 기법이 전시 분야에서 꽤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페라 무대에서도 만나보게 될 줄은 몰랐다.
 

0722 오페라 사랑의 묘약 2막 무대배경 2.jpg
 

이번 무대는 그동안 오페라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던 비디오 영상을 통한 배경 설명이나 전환이 아닌 오페라 전체의 흐름을 영상 이미지로 구현하여 시각 예술의 절정을 표현하고 새로운 공연 연출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해석하기 어렵고 귀족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오페라 전막을 'Projection Mapping'기법을 사용하여 대중들이 즐기며 예술적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Projection Mapping'기법은 쉽게 말해 빔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작품 스토리에 이미지를 구현하는 영상 아트 기법이다. 이러한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를 부각시켜 주인공들의 서로에 대한 마음을 보다 더 선명하게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 기획노트 中

 
인물들의 감정선 변화나 배경 전환에 따라 영상이 바뀌었다. 네모리노가 아디나를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푸르거나 보랏빛의 조명과 함께 두 손의 영상이 비춰졌다. 아디나의 결혼식에서는 케이크와 리본, 꽃다발 이미지가 영상으로 비춰졌다. 이렇게 무대 뒤쪽에 설치된 천에 떠오르는 영상만으로도 극의 흐름을 더 파악하기 쉽게 하여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외에도 부피가 큰 무대장치를 수동 혹은 자동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화면 전환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무대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아쉬웠던 점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미지에 컬러가 부족하여 생동감이 덜했다는 것, 영상이 다른 막에서 조금씩 겹쳤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고려하여 의도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조금 더 부각되어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션 맵핑 기법이 계속해서 오페라 장르에서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대중들에게 이전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편으로 생겼다.
    
 



사실 오페라라는 장르를 쉽게 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연 관람을 앞두고 걱정이 조금 되었다.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많은 곡들과 음악의 전개를 눈으로 좇으며 감상을 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공연장 안에 앞좌석의 뒤쪽에 모니터가 모두 설치되어 있어 가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장면에서 어떤 곡을 부르고, 전개가 어디까지 되고 있구나를 아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외국 영화의 자막을 처음 읽었던 때처럼 그 과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글로 된 가사를 읽고 원어로 된 곡을 들으며 장면과 맞춰보기까지 세 번 정도의 해석이 필요해서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롭게 경험하는 문화 예술 장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머리를 많이 쓰면서 감상을 하고 온 것 같아 제대로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느낌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분명 즐거운 경험이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경험을 공연과 전시를 통해 많이 하며 때로는 겸손해지고 때로는 뿌듯해질 때가 있다. 이번 공연도 그런 좋은 경험이자 바탕이 되어 줄 것 같아 감사하다.
 

0722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 사진.jpg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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