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삶의 끝에서 다시 삶을 생각하다, '이방인' [공연]

기대되는 패러독스, 연극 '이방인' 관람을 앞두고
글 입력 2018.08.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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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패러독스) ; 표면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즉 자기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석의 과정을 거쳤을 때 그 의미가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는 진술, 곧 진실을 담고 있는 진술을 말한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학생들은 수많은 수사법을 배운다. 반대로 말해 내용을 강조하는 반어법, 감탄사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영탄법, 정상적인 언어 배열 순서를 바꾸어놓는 도치법 등등. 교과서에 실린 시들을 조각조각 뜯어보며 여기서는 어떤 수사법이 쓰였고, 그로 인해 어떤 효과가 생겼는지를 배우곤 했던 시간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 형형색색의 볼펜들로 필기를 하곤 했던 각종 수사법은 아직도 내 기억 속 한구석에 남아있다.

수많은 수사법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워했던 것은 '역설법' 이었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더욱 진실에 가까운 표현을 할 수 있다니. 유치환 시인의 시 '깃발'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나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의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과 같은 표현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시인의 어휘를 자근자근 곱씹어가며 음미하게 되고는 했다. 역설법. 단어에 내재한 뜻과 그 의미에 대한 설명 모두가 그 자체로도 역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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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 작년에 이어 동명의 연극으로 산울림 소극장에서 다시 올라온다. '맨 끝줄 소년', '에쿠우스'를 통해 만나봤던 배우 전박찬이 주인공 뫼르소 역으로 또 한 번 참여한다. 작년에 관람하고 싶었지만 짧은 공연 기간 동안 스케줄이 맞지 않아 결국 보지 못하고 보냈던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라 올해는 꼭 관람하려고 한다. 여러 번 관람할수록 그전엔 잘 보이지 않던 상징들과 의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텍스트가 좋은 작품을 찾는다면, 원작 소설의 힘을 믿고 이 작품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마치 좀 전의 커다란 분노가 내 고통을 정화시켜주고 희망을 비워내주기라도 한 것처럼 온갖 신호들과 별들로 가득 찬 이 밤에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이 작품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도 몇 가지 역설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밤의 고요가 가져다주는 평화를 뜻하는 듯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표현이나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주인공 뫼르소가 사형을 목전하고 삶의 찬란한 가치를 깨닫는다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가 원작 소설에 대해 남긴 "이 비극적인 소설, 그러나 처음부터 단 한 번도 어두운 밤 시간이 등장하지 않는, 영원한 여름, 영원한 태양의 소설 『이방인』"이라는 표현 또한 참으로 인상적인 패러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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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일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삶의 끝인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이 당장 살아 숨 쉬고 있는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든다. 진실을 관통하는 역설의 미학을 이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방인
- L'Étranger -


일자 : 2018.08.21(화) ~ 09.16(일)

시간
평일 20시
주말 15시
월요일 쉼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주관
극단/소극장 산울림

관람연령
만 15세이상

공연시간
105분




문의
극단 산울림
02-334-5915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알베르 카뮈.jpg


"우리 시대의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

-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 그는 1913년 11월 7일 알제리 몽드비에서 태어났다. 대학시절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하고,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와 《결혼》(1938)에서 그의 시인적 자질을 뚜렷이 보였다. 이때 이미 인간의 조건에 대한 고민, 존재의 부조리성(不條理性) 문제 등을 서정적인 에세이풍으로 서술하였다.

그 후, 카뮈는 1942년 《이방인》을 발표했다. 젊은 무명 작가였던 알베르 카뮈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이 작품은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인들의 생각을 지배한다는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매 해 베스트셀러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부조리함이 가득한 세상 속, 이 같은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직시하면서 삶에 대한 반항과 자유와 열정을 고수하는 그의 철학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의미를 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알베르 카뮈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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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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