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angle] Episode 4-2. 일상이 궁금한 사람

"당연한 것?"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8.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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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것에 대하여
아니,
"당연한 것?"
에 대하여


Episode4-2_teaser.jpg
 

{Untangle}
Episode 4-2. 일상이 궁금한 사람



[5월 10일]
 
내가 펜을 드는 게 다시 의심스럽다.
그래도 아직은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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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랑 목이 아프니 숨 쉬는 게 신경 쓰이고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타협하는 게 두렵고 마음 저 구석에는 오늘 해야 할 과제 고민이 끼여 있고 이 위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덮고 있었다. 들추어내려니 아래에 뭐가 가득 있는 걸 아니까 그냥 내버려둔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것만 보여도 나는 충분히 괴롭다.

그 고민들이 그 아래에서 썩어 버려 어디론가 홀홀 날아가 버릴까. 그럴 리가 없다. 언젠가 삐죽 튀어나와 나를 또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음 고민이 더 볼록해 보인다.

음, 음, 음.
늘 이런 식이다, 고민하는 순간들을 집합시키고 고민의 답을 내린 순간을 걸러낸다면 남는 건 거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지자며 종이를 펼쳤다.


*


머릿속의 천칭.

한쪽에는 고민을 담고, 한쪽에는 나의 세계를 담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추를 견디지 못하고 펜 들기를 그만뒀다. 대신 시간 날 때마다 펼치는 책을 들었다. 두 번째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공감하는 내가 보여서 다행이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읽을수록 나의 세계가 현실적인 고민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려 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건네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신기한 책. 세 번째 완독을 다짐하면서 두 번째 완독을 마무리하고 그제야 펜을 들었다.


*


평소처럼 선을 그리는데 기분이 묘했다.
생각해보니 그림에 이렇게 구름 범벅을 한 적도 없었고, 그만큼 느긋한 곡선을 마구 그리는 것이 처음이었다. 뭉게뭉게 구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낼 때 마다 나도 뭉게뭉게 모양이 바뀌는 것만 같았다. 폭신폭신 물렁물렁. 그림 속의 직선이라곤 괜히 끼어든 조각들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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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모처럼 길게 버스를 타고 서점에 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새 책 냄새. 보들보들하면서 뭔가 시원하게 싸-한 종이 냄새. 비유하자면 손수건에 감싼 민트잎 같다. 그냥 일상의 공간을 떠나보고 싶어서, 좀 더 이유를 더하려고 생각해낸 것은 필요한 필기구를 좀 사야해서 온 곳이었다. 정말 마음 가는 대로 왔기 때문에 사고 싶었다던가, 읽고 싶던 책은 없었다.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거닐면서 그냥 손가는 대로 잡아보고 훑어보던 중,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책을 잡았다. 뭔가 내가 쓰려는 글과 닮은 느낌이 들어서. 마침 빈 의자가 있길래 책을 들고 가서 잠깐 읽었다.

음, 이 책의 글과 나의 글에 대해 말해보자면
저자는 '모두가 말하는 현실 속 일상'과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었고
나는 '현실의 일상'과 '현실이 아닌 나의 세상'의 사이를 쉼 없이 넘나들고 있다는 것.
이 책의 표지는 이 이야기가 일상의 철학이라 말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내 글에 대한 소개를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챕터를 천천히 읽어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얻은 게 있다면 지금처럼 내 일상을 더 어루만져보고 싶다는 마음, 나를 표현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는 마음 한 스푼씩이었다. 짧은 우연과 짧은 일부를 읽은 짧은 독서였기에 뭔가 한 스푼을 얻어낸 것도 조금 대단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일상을 더 어루만져 보고 싶다는 마음.
여전히 내 일상이 궁금한 사람
문득 나는 그런 사람이었나 싶었다.


굳이 당연한 게 궁금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시간이 갈수록 왜 이 당연함이 일어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질문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답을 내린 것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게 지금 나의 모습이라고.
...
그렇다 나는 내 일상이 궁금하다.


내 일상의, 흔한 비유를 빌리자면 오아시스가 된 그림 그리는 행위가 궁금하다. 왜 그리는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나는 말하면서도 문장 끝에 온점을 찍으면서도 꼭 물음표를 허공에 띄우는 사람이다.

먹구름이 잔뜩 꼈다. 비는 내일부터 온다지만 불안하다.
공부, 과제, 오늘은 여기까지라 외치며 다 치우고 종이를 꺼냈다. 별 특별함 없는 일상의 연속에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내가 늘 고대하는 순간이다.


*


"일상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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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가 이렇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천천히 밤을 채우는 동안 이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나의 일상이 궁금하다는 건 무엇일까. 순간적인 나의 생각은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계속 생각해보았다. 지금 답이 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천천히 밤을 지어가는 속도에 맞추어 그렇게 이루어지는 시간을 따라 질문은 손 위에서 굴려보았다.


까만 밤이 많을수록
나의 시간은 길어진다.


내가 매일 떠올리는 고민들, 상상들은 이미 나의 일상이다. 밥 먹는 것 보다 더 자주 하는 고민, 밥 먹는 것 보다 더 좋아하는 상상. '밥 먹듯이'라는 수식어를 이미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나' 라는 존재의 일상은 그러했다. 최근에는 현실과 나의 세상을 어떻게 타협해야 할지 고민 회로를 돌리는 게 일상이고.

내 일상이 고민과 상상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쪽은, 지금은 상상이다. 그리고 이것이 표현되는 과정과 순간이다. 이것이 일상에 없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이 일상을 지나왔기 때문에 나는 지금 같은 순간을 또 다시 지나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일상이 곧 나였다.
특별한 기념일이 나였던 적은 없다.
그래 일상이 나였지.
그 이상의 답은 지금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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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이미 칠해진 밤을 더 덧대어 칠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이 멈춰버렸다는 뜻이다.
이미 펜 하나가 죽었다. 또 다른 하나도 메말라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쌓아왔을까. 그냥 생각을 지나간다.

나와 일상의 관계를 아직 정의하지는 못하겠다.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라기보다는 더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당장 떠오른 것이 있다면, 아마 나는 지금 내 '일상'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 될 수 있을까.

그림을 붙들고 있는 이 시간, 그래 적어도 나도 나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 시간을 다른 시간보다는 아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내 일상에 계속 머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사실들이 나와 그림을 더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더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사실 처음 그림을 잡을 때 내가 잡은 단어도 순간이었다. 나의 일상에 숨은 순간을 나만의 이미지로 그려내겠다는.

그렇다면
내 일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사라진다면
나의 많은 것이 파여 나가 버리는 걸까.
얼마나 파여 버릴까
그렇게 사라져 버리면, 그 빈 공간은 얼마나 차가울까
시간이 지나면 그 허한 빈 공간이 잊힐 수 있을까
아님 다른 것으로 채워져서 그대로 메워질까

그래서 두려웠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아직 현실과 타협하는 게 더 무섭고 어렵기만 하다. 다가 올 현실에서는 나와 그림이 함께 할 수 없다면, 그럼 지금 나의 일상은 현실이 아닌 걸까. 나는 그래서 지금의 내가 환상뿐일까봐, 마냥 아직 어린 한 사람의 일시적인 네버랜드일까봐 두렵다. 세상 물정 모르고 겁도 없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는 사람. 근데 나는 나를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나를 그렇게 부를지언정.

아마 그렇게 나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내 일상이 궁금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알고 싶어서.
그렇다면 아직 너무나 많은 질문들이 나의 앞에 놓여있고, 나는 계속 그것들을 궁금해야 할 것이다.

두려움이 끝으로 쓰였는데, 아직 많은 밤이 남았다.
나는 이 밤을 마무리하고 싶다. 좀 더 천천히. 이곳은 어느새 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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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처음 그림 그릴 땐, 펜으로 색을 한 땀 한 땀 선으로 칠하면서 이 느림을 원망했었다. 내가 타블렛이 있어서 그걸 잘 다뤘다면 한 번에 칠해 버릴 텐데, 그럼 금방 완성할 텐데 라면서. 그 때는 그냥 보여 주고만 싶어서, 완성물에 급급해서 그랬다 아마. 지금은 타블렛이 있으면서도 굳이 종이에 그린다. 그리고 더 천천히 채운다. 그게 맞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느림이다. 변함 없는 일상뿐이지만 나는 변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림을 그릴 때에는.

밤을 완성했다. 오늘 하루도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 얼른 집 가서 맥주 마시고 싶다.
오늘은 금요일 밤이니까.



***


[5월 12일]

엄청 기네.

네 번째 에피소든데 거의 3조각 4조각으로 나누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언탱글을 기고 시작하기 직전인데도 방황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날아다니는 중에 오늘 처음 마셔본 뱅쇼가 너무 맛있어서 손 놓을 수가 없었다. 손을 못 쓰는 동안 그림을 펼쳐 놓고 다시 처음부터 이미 쓴 글들을 읽어보았다. 어제의 나는 꽤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조금 괴롭히고 있었나보다.

두려움보다는 막연함이라고, 다시 정의해본다.
아마 어떤 길을 가든 그림을 어떻게든 곁에 두고 있을 내가 보이는 것 같아서. 지금은.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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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적고 눈에 띄는 건 구름 사이사이 꽂혀있는 일명 걸림돌들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게 뭔지 모르겠다. 딱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흠, 더 생각해보고 싶다. 그 동안 일단 구름에 결을 심기로 한다.


*


걸림돌들이 뭘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 생각 안 든다. 걸림돌이 있다면 내가 사는 세상이다. 다른 건 없다. 나의 모든 걸림돌은, 내가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외의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이라는 구조가 나를 그 구조에 끼워 맞추려는 보이지 않는 이유 모를 강제성과, 나는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증명하려는 끝없는 막연한 노력과, 말도 안 되지만 그것과 모순되게 나를 세상에 맞추려는 나의 억지스러운 노력. 아마 그것들의 충돌은 아마 나를 평생 괴롭힐 정도로 잔인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일상은 더 복잡한 것일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그 충돌에서 항상 지는 건 나다. 크기부터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나의 현실과의 타협은 아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가지는 소원의 수식어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겨우 그런 소원. '적어도' 나은 길을 걷게 해달라고.

소독약을 끼얹는다. 벗겨진 상처가 얼마나 큰지 진단하지도 않은 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낫다. 나을 수 있다면.

( )

하, 나도 내가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너무 복잡하다.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감정들이 뒤엉켜 우글거리는 헛구역질. 이 글을 남들과 나누는 건, 어쩌면 이기적이고 불친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무너졌다. 그림이 내 방황을 따라오지 못한 채 버려졌다. 그림과 생각, 둘 중 하나가 균형을 잃고 어느 하나가 앞서나가면, 남는 건 공허함이다. 그리고 멍울짐이다. 진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호흡을 천천히 해보고, 다시 펜을 들어야 할 것 같다.



[5월 19일]

오랜만이네.

종이를 펼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의 그림을 살펴보고 글을 읽었다. 지난 시간을 살펴보는 시간은 쌓을수록 길어지고 있었고, 오늘 오랜만에 펼친 글은 더 길어 보였다. 그리고 점점 날 것의 감각까지 가까워지기 위해 언어로 벗겨내는 깊이가 더 깊어져서 나도 모르게 그 때의 감정으로 빠져버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감정을 일상 속에서 겪고 있던 나. 나는 방황했고, 떠올렸고, 고민했고, 새로운 의미를 더했고, 두려워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기쁘다.

아 이 글에서 드디어 요즘 기쁘다고 말하는 건가, 사실 이런 기쁨도 오랜만이라 낯설다. 하지만 수많은 검은색 사이에 하얀색도 끼어들어야지 그래야 회색인 내가 되니까. 오랜만에 한 층 밝아져 은은한 빛은 낸다. 기쁘다, 그래도 나의 수면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은 완성하고 싶어서 다른 일들을 잠시 미뤄두고 종이를 펼쳤다.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그림과 글 사이에서 나를 이어간 지, 라고 말해도 될까. 내가 선명히 보인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나를 선명히 찍어나갈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아졌다, 그것은 내가 표현해야 할 것이 여전히, 전 보다 많이 놓여있다는 뜻이다. 좋은 뜻이었다. 더 넓어져야지.

다시 그림을 보고 내린 결론은 완성이었다.
내 목적은 충분히 표현되었다. 이제 내가 가진 무의식의 감각을 마구 피워낼 것이다.
그림 속에서 더 빛나기 위해.


*


펜이 더 가지 않을 즈음 천천히 그림을 살펴본다. 마지막에는 이 그림을 잔잔한 수면에 담가 놓았다. 미처 채워지지 못한 밤을 찾아 채우고 살펴보고 채우고 살펴보고 채우고.
완성이 망설여졌다. 완성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손이 허공에서 맴도는 걸 보니 완성 같았다. 늘 그렇게 완성해왔다.

제목은 나를 맴돌던 노래가사의 이름을 주기로 했다. 그게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번 놀이를 마치고 나는 다음 놀이를 하러 간다.
왜냐면 이게 나라는 존재의 일상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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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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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맴돌았던 그대로 내 주변을 맴도는 노래 한마디
꼭꼭 숨어라



*


next.


나는 항상 그래. 기댈 줄도 모르면서 기대고 싶어. 항상. 기댈 줄도 모르면서.

"그냥 기대"

...

"늘 그러면서 넌 내게 기대었잖아, 그런대도 네가 여전히 기대고 싶다면, 나는 네가 기대기에는 부족한 존재겠지만"

...

"우린 서로 기대기엔 부족하다면서도 결국 기대어 왔잖아"

...

"오늘도 다를 바 없지만 조금은 먼저 표현할게, 목소리를 건넬게. 내게 기대. 침몰해 버려도 좋으니까 그럴 땐 같이 가라앉자. 우리가 늘 그래왔던 것을, 그렇게 조금이나마 위로해왔던 것을 부정하지 말자,"

...

"이곳에서는 아무도 우리의 의지함을 부정할 것이 없으니까, 아니 그 누구도 우리의 기댐을 헐뜯을 자격이 없으니까. 괜찮아 기대. 우리 같이 기대자. 가장 따뜻한 회색으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뿌연 안개 그 속에 들어가자. 너의 너다움을 잊지 않기 위해 말이야. 너를 맴돌았던 그 문장을 다시 기억하면서."


나는 결국 울어버렸다. 머릿속이 숨 못 쉬어 굳어가자 나는 겨우 입으로 숨을 토하며 고개를 숙여 버렸다.
나는 계속 이곳에서 너와 함께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나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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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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